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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IT기기, 제품 본연의 모습에 가장 충실할 것

 IT 융합 시대입니다. 여러가지 기술을 접목하여 고루 이뤄내어 제품을 만들어내는 그런 시장 판도라는 것이죠.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스마트폰'입니다. 대부분의 전자기기를 모두 섭렵했다고 할 수 있는 이 품목 하나때문에 다른 전자기기 시장들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스마트폰이 아니라 잊어버린게 있어서가 아닐까요?






IT기기, 제품 본연의 모습에 가장 충실할 것


 니콘은 처음으로 안드로이드가 탑재 된 카메라인 쿨픽스 S800c(Coolpix S800c)를 공개했습니다. 안드로이드 2.3 버전으로 구동되며, 스마트폰과 비슷한 크기와 두께, 3.5인치 터치스크린, 16MP BSI CMOS 센서, 10배 광학 줌, HD 1080p 비디오 촬영, Wi-Fi, GPS 등을 제공합니다. 가격은 $349.95로 성능과 안드로이드라는 특이성에 비하면 크게 비싼편은 아닙니다.

 안드로이드로 구동되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의 쉐어는 기본이고, 어플리케이션을 설치/실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처음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카메라 제품으로써 All Things D는 'Smartphamera'라는 명칭으로 소개했습니다.




니콘 쿨픽스 S800c




 필자는 쿨픽스 S800c에 대해 매우 회의적입니다. 쿨픽스의 성능이나 기능이나 그런 부분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에도 카메라가 있지만, 센서와 광학줌과 같은 카메라의 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거기서 나온 사진들을 바로 공유하고 보정앱을 통해 수정하면서 카메라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입니다. 그걸 장점으로 내세울 수도 있죠.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카메라는 있지만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보다 스마트폰이 있지만 카메라가 없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카메라를 대체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컴팩트 시장은 거의 흡수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물론 성능적인 차이는 발생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사진을 촬영하는데 전혀 문제점이 없으며, 몇년 전 컴팩트 디카보다 현재 소형 카메라 모듈이 더 좋아졌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따지지 않는 이상 '사진을 촬영'한다는 명목을 스마트폰만으로 부합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럼 모든 사람이 카메라는 없지만 스마트폰이 있다고 가정했을때, 카메라를 왜 살까요?


 어떤 기능, 어떤 장점을 부각시키건 '더 좋은 품질의 사진을 촬영 할 수 있는 제품'이 가장 우선적인 이유입니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발전을 거듭하더라도 카메라를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쿨픽스 S800c는 자신을 따라잡을 수 없는 스마트폰을 따라가려합니다. 카메라가 스마트폰이 할 수 없는 것을 부각시키는게 아니라 카메라에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주입시키려고 한다는 것이죠.


 '아니, 모든 카메라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데 쿨픽스 S800c 같은 제품이 있는게 뭐가 문제야?'라고 질문을 던져보지만, 쿨픽스 S800c가 문제점이라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집중되고 스마트폰 때문에 도태되는 IT시장에 문제점이 있진 않은지 생각을 해보자는겁니다.


 쿨픽스 S800c는 와이파이를 지원하면서 무선으로 쉐어나 어플리케이션 구동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설명에는 '와이파이 지역이 아닐 경우 스마트폰을 이용한 테더링과 핫스팟으로 이용'이라고 되어있는데 '사진 촬영'이라는 명목상이라면 굳이 두 제품을 연결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더 좋은 품질의 사진 촬영'이 카메라를 구입하는 목적이라면 실상 저 장점이라 언급하는 안드로이드 탑재는 어떤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차라리 블루투스를 탑재하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브릿지 연결을 통해 촬영한 사진을 바로바로 전송하고 보정이나 쉐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하는 편이 더 나아보입니다. 그 기능 뺀 값으로 가격을 낮추고 말이죠.


 안드로이드를 탑재함으로써 오히려 카메라로써의 매력을 상실해버린 제품이 과연 시장에서 성공 할 수 있을까요? 당장 보기에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서 경쟁력이 있어보일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사진 촬영'의 명목과 '더 좋은 품질'이라는 구입 목적을 바탕에 두었을 때 기능적으로나 마케팅적으로 전혀 경쟁력이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제품 본연의 모습




 스마트폰 때문에 시장에서 도태 된 제품은 카메라 뿐 아닙니다. 카메라는 도태되었다고 보기에는 힘들죠. 컴팩트 시장도 타격이라기보단 1가정1카메라 시대를 1인1카메라로 바꾼 스마트폰 때문에 대체적으로 침체되어 보이는 것일뿐 과거에 비해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정말 도태된 시장은 MP3플레이어와 PMP,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도태 된 품목들은 카메라보다도 더 빠르게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고 나섰습니다. 필자는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는걸 문제로 삼는 것은 아닙니다. 안드로이드를 이용했을 경우 이전보다 여러모로 개발 과정에 있어 편한면이 있긴 하니까요. 다만,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는 것이 그 제품의 장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내비게이션의 경우 안드로이드를 가장 빨리 받아들인 제품군 중 하나인데, 이 내비게이션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이를 염두하고 업체들이 발빠르게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럼에도 실상 거리는 좁혀지지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일단 가격을 꼽을 수가 있는데 10만원 후반부터 40만원 가까이 하는 내비게이션을 이미 스마트폰이 있는데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부담스럽다기보단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것을 장점으로 전면에 내세웁니다. 아예 '쉬운 탈부착으로 주머니에도 속들어가 태블릿으로 이용가능'이라고 광고하기도 합니다. 그럼 태블릿을 구입하지 뭐하러 내비게이션을 구입하라는 것일까요?

 내 주머니에 이미 안드로이드가 탑재 된 스마트폰이 있고, 가방에는 태블릿이 있는데 소비자에게 있어서는 안드로이드 기기를 하나 더 구입하라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생각해봅시다. 내비게이션을 왜 구입하려 할까요? 더 정확한 도로 정보, 위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그런 정보 혜택을 스마트폰에서 그대로 얻을 수 있다면 내비게이션을 구입해야 할 이유를 소비자는 찾지 못합니다. 내비게이션이 스마트폰에 뒤쳐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대체할 수 없는 정보 혜택을 줄 수 있어야하고, 업체들이 연구해야 할 것도 내비게이션 본연의 기능입니다.


 PMP는 어떨까요? 더 좋은 화질, 동영상을 보기 위해 더 편한 환경을 제공해야하며, MP3플레이어는 음질에 대한 욕구 충족은 기본일 것이며 음악을 듣기 위한 인터페이스적 요소나 용량, 더욱 긴 사용시간 같은 제품이 원래 제공해야 할, 그리고 소비자가 스마트폰이 아닌 특화 된 제품을 구입해야하는 이유를 덧붙일 수 있는 본연에 충실한 제품을 출시해야 경쟁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분명 스마트폰 때문에 도태 된 품목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이 도태 된 제품을 제조하던 업체들이 '스마트폰 탓'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리버를 보세요. 과거 가장 잘나가던 MP3플레이어 회사였고, MP3플레이어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쏟았던 회사가 언제부터인가 전자제품 종합상사가 되었습니다. 하다하다 이제는 데스크탑도 조립해서 팔고 있습니다. '국내 IT벤터로서 10년간의 경험을 아이리버 PC에 담았습니다', '아이리버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컬러와 디자인', '아이리버가 만들면 다르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아이리버가 만들면 다르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이 제품을 누가 구입할까요? 아무리 성능이 좋은 제품이라고 한들 누가봐도 '뒤쳐지는 회사가 이제는 별걸 다 만드는구나'라고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정작 소비자는 '아이리버가 다시 새로운 MP3플레이어를 선보였음' 기대하지만 딴짓하느라 바쁜 아이리버는 MP3플레이어의 본질을 이미 망각했나봅니다.

  2012년에는 아예 MP3 제품을 출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안팔리니까'라고 이미 단정지어 버렸다는 것이죠.


 당장의 수익과 시장 형태를 생각한다면 아이리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의 중소기업 상황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그러나 과연 스마트폰을 이길 수 있는 제품을 생각해보았는지, 핑계를 대며 비관적으로 본 것은 아닌지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그냥 공짜로 주는 번들 이어폰이 아니라 30만원, 50만원하는 프리미엄 제품들을 구입하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하고, 단순히 스마트폰이 우리 제품 시장을 갉아먹는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정말 제품을 충실히 개발하고 연구했는지 업체들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00만원 가까이 하는 커스텀 이어폰이 유행하는 이유는 이어폰 본연의 모습을 끌어내는데 가장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융합하고 뒤섞거나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는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 스마트폰이라는 복합 제품에 휘둘린 것은 아닌지, 제품의 본연을 져버리고 스마트폰의 뒤꽁무니를 쫓으려 한 것은 아닌지, 융합을 하되 제품이 원래 지녀야 할 장점과 소비자가 원하는 그 장점을 가장 먼저, 최고로 살릴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다면 아무리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