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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신규 라인업, 다른 회사 죽이는 가격경쟁

 새로운 신생 기업을 밟을 땐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특허로 소송걸어보기? 카피제품 만들기? 같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대형마트가 슈퍼마켓을 잡아먹은 큰 이유는 '가격'입니다. 요즘에는 창고형 마트가 유행으로 싸게 많이 팔아 남기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다보니 소량의 낮은 가격보다도 더 낮아 이런 가격경쟁을 할 수 없는 슈퍼마켓은 일정한 손님에 비례해 마진이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문을 닫겠죠.






아마존 신형 라인업, 다른 회사 죽이는 가격경쟁


 태블릿 가격 떨어뜨리기에 재미가 들린 모양입니다. 구글은 넥서스7 8GB 제품을 $199에 발표했는데, 거의 마진을 남기지 않는 형태의 판매를 할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아마존처럼 컨텐츠 판매를 통한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죠. 광고 플랫폼도 지니고 있는 구글 입장에서는 아마존과 맞붙기 위해선 그런 가격다운이 필요해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여기서 한술 더 떴습니다.




신규 라인업




 오늘 오전, 아마존의 신규 라인업을 소개하는 키노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신형 제품 세가지와 업그레이드 된 기존 제품 두가지를 선보였는데, 신형 제품으로는 '킨들 페이퍼화이트', '킨들파이어 HD 7인치', '킨들파이어 HD 8.9인치'이며, 기존의 '킨들파이어'는 사양이 업그레이드 되었고, 기본형 킨들은 가격이 다운되었습니다.


 '킨들 페이퍼화이트'는 누크 글로라이트처럼 조명을 달고 있는 제품입니다. 프론트라이트를 탑재하여 야간에도 전자잉크로 된 킨들을 볼 수 있도록 한 제품인데, 가격은 와이파이 버전이 $119, 3G버전이 $179로 책정되었습니다.

 '킨들파이어 HD 7인치'와 '킨들파이어 HD 8.9인치'는 신형 킨들파이어로 각각 1280x800, 1920x1200의 해상도를 지녔으며, TI OMAP4470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2개의 와이파이 안테나와 MIMO 기술을 적용하여 무선랜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자녀의 킨들 사용을 제제할 수 있는 '타임리밋 기능', 영화 감상 중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엑스레이 포 무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7인치 16GB $199, 8.9인치 16GB $299, 8.9인치 32GB 4G LTE $499로 책정되었습니다.

 기존 '킨들파이어'는 새로운 프로세서, 2배 높아진 메모리, 40% 빠른 속도, 더 길어진 배터리로 업그레이드 되었으며, 가격은 $159로 다운되었습니다.

 킨들 기본형은 $79에서 $69로 가격이 다운되었습니다.




가격




 이 킨들의 신규 라인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자인도 아니고, 사양도 아니고 '가격'입니다.


 가장 비싼 제품이 '킨들파이어 HD 8.9인치 32GB 4G LTE'로 가격은 '$499'입니다. 아이패드의 최저가 제품인 16GB 와이파이와 동일한 가격입니다. 아이패드 32GB 4G LTE 제품은 $729로 무려 $230나 차이가 납니다. 킨들의 기본형은 $69로 한화 '7만8천원'에 구입을 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한국형 킨들을 자처하며 출시 된 '크레마터치'와 '5만1천원'이나 차이가 납니다.


 반값 세일을 한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파격적인 가격구성입니다. 물론 이런 저가 정책을 이번에만 썼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존과 달리 여러개의 제품을 동시에 선보이면서 모두 낮은 가격을 책정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입니다. 킨들파이어가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199라는 가격은 놀라웠습니다. 그렇다고해서 킨들파이어만을 구입했던 것은 아닙니다. 7인치 사이즈의 제품만 있었고 저가에 걸맞는 사양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이엔드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아이패드에 눈길을 돌리고 있었죠.


 이번 라인업은 다릅니다. 구성부터 튼튼하게 5가지 제품으로 이뤄져있고, 모두 기존 시장가보다 저가로 책정되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아이패드의 판매가 크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그 외 다른 업체들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장 삼성만 하더라도 가장 가격이 낮은 제품인 '갤럭시탭2 7.0'이 3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정말 저렴할 것 같은 중국산 제품은 어떨까요? 킨들파이어 HD가 아니라 기존 킨들파이어보다도 낮은 사양인 ZTE의 라이트탭의 가격은 $299입니다.


 아마존의 킨들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한 태블릿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저렴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진이 없는 제품입니다.




가격경쟁




 제조사 입장에서 더이상 가격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마진이 남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킨들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마진을 컨텐츠에서 제공받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그럼 컨텐츠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지니니 못한 전통 하드웨어 회사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마존의 이런 가격경쟁은 '우리처럼 낮은 가격에 판매해'라던가 '우리처럼 컨텐츠 시장을 키우던가',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 두가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다른 업체들은 '태블릿 팔지마'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형 업체들도 이 가격에 허덕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중소기업은 아예 사업 진입조차 엄두를 낼 수 없습니다. 포기하라는 것이죠.


 저런 가격따윈 신경쓰지 않는 애플의 하이엔드 제품과 완전히 가격경쟁을 통달해버린 아마존 하이로우 제품들만이 태블릿 시장에 남을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이 전세계 애플과 삼성 제품만 있어보이듯, 태블릿 시장에선 애플과 아마존만 비춰질지 모른다는 것이죠. 문제는 스마트폰의 경쟁은 성능과 디자인 등 제품에 의해 결정 된 것에 반해 태블릿은 완전히 가격에 의한 양분화가 결정된다면 진입 장벽이 높은 태블릿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길 기대할 수 없어집니다. 마진이 나지않는 제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으니까요.


 아마존의 이런 정책은 다른 업체를 죽이는 것으로 패스트 치킨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버린 것이죠. 이제 전통 하드웨어 회사들은 태블릿 시장에서 아수스가 구글의 넥서스7을 만들었듯 그저 OEM회사로만 남을지도 모르며, 그게 유일한 태블릿 시장에서 수익을 얻는 방식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꽤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소비자입장에서 당장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필자도 저 킨들들을 보자마자 아이패드 하나 대신 저 제품 전부를 구입해도 되겠다 싶을정도로 관심이 갔으니까요. 판매도 순조로울 것이고, 아마존의 브랜드 이미지도 상승할 것입니다. 다만, 아마존이 이런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더 이상 가격을 올릴 예정이 있어보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가격을 올려버리면 가격보고 달려들었던 소비자들은 당장 등을 돌릴 것입니다. 가격이라는 마케팅은 현재 아마존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차후 가격을 더 낮추면 낮췄지 올리기는 힘든 입장입니다. 결정적으로 태블릿의 가격 시장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고, 안정화되기가 힘들어지겠죠. 몇년간 컴퓨터의 가격이 조절에 조절을 거듭하며 안정화 된 가격이 나온 것에 비해 태블릿은 시장이 활성화된지 얼마되지 않아 아마존이라는 존재에 의해 질서가 잡히기도 전에 끝나버렸습니다.


 아마존의 가격정책을 극단적으로 보자면 이렇습니다. 물론 이런 가격경쟁을 뚫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꾸려나갈 회사가 나타날지 모릅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런걸 기대하고 있죠.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도 없는 아마존의 가격정책이 태블릿 시장에 과연 좋은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품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