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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박스, HDD를 대체할 수 있을까?

 클라우드 업체들이 삼는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일까요? 바로 기존 저장 매체를 클라우드가 대체하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 저장 매체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입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클라우드 저장 매체는 '드롭박스'입니다.





드롭박스, HDD를 대체할 수 있을까?


 클라우드가 HDD를 대체하는 것이 놀랍진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클라우드에 자료를 저장하고 있고, 클라우드 컴퓨팅의 본래 컨셉이 기존 저장 매체를 대체하는 것이었으므로 그것이 실현되고 있다고 보는 쪽에 더 가깝죠. 다만, 누가 먼저 시도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DBX



 드롭박스는 지난 9일, 'DBX'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이번 이벤트에서 드롭박스는 새로운 플랫폼을 공개했습니다. 이 플랫폼은 '데이터 스토어'와 '드롭인스'으로 나눕니다.

 데이터 스토어(Data store)는 드롭박스 서버를 저장 공간으로 각종 데이터를 플랫폼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API입니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다가 아이패드에서 같은 게임을 실행해도 데이터가 드롭박스에 저장되어 있으므로 이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 응용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고, 기존 클라우드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앱 개발사들이 따로 저장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드롭박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지, 관리가 드롭박스로 넘어가는 것이죠.

 '드롭인스(Drop-ins)'는 여러 응용프로그램에서 드롭박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플러그인입니다. 쉽게 말하면 드롭인스를 추가하는 것으로 어떤 앱에서든 드롭박스에 저장된 데이터에 접근하기 수월해집니다.

 간략하게 데이터 스토어는 드롭박스의 데이터를 크로스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이며, 드롭인스는 처리할 데이터에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입니다.


 드롭박스의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하면 HDD를 대체하는 것은 이론상 가능합니다. 저장 공간이 많아야 64GB인 스마트폰에 저장 공간을 빼버리고 드롭박스만으로 100GB 수준의 저장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단 말이죠. 거기에 크로스 플랫폼 전략까지 내세우니 클라우드의 원 개념에 근접한 제품을 내놓은 것입니다.

 CEO인 드류 휴스턴은 'HDD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면서 '드롭박스가 저장 공간으로 HDD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드롭박스 내에 운영체제까지 설치하여 하드웨어가 저장 공간 없이 화면만 뛰우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에 가닥을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HDD 대체




클라우드로 과연 HDD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이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것입니다. 딱히 드롭박스가 나서지 않더라도 클라우드 원 개념에서 논란이 되었다는 겁니다. 클라우드 저장 공간이 HDD만큼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지를 말이죠.

 해킹 문제와 함께 자연재해, 그리고 정전 등의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면 클라우드를 HDD 대용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가령 게임 데이터를 드롭박스에 저장해뒀더니 파일이 손실된다면 끔찍하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더군다나 기업이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에 있어 이를 무조건 신뢰할 소비자도 많지 않습니다. HDD를 대체하여 궁극적으로 운영체제까지 클라우드가 가져갔을 때 그 데이터에 대한 권한이 아무리 소비자에게 있다고 한들 관리자 권한은 클라우드 업체가 쥐게 됩니다. 그 불안감까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뻔해 보이는 답이 아니라 드롭박스에 딜레마로 작용한 것은 또 있습니다. '요금'입니다.

 드롭박스는 프로 계정의 요금 체계를 3단계로 분류해놓았습니다. 100GB 제공에 연간 99달러, 200GB에 199달러, 500GB에 499달러입니다. 499달러면 4TB짜리 외장 HDD를 구매하고도 돈이 남습니다. 그러나 드롭박스를 500GB 사용하기 위해 해마다 499달러를 내야 합니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어느 쪽에 걸게 될까요? 거기에 클라우드 안정성까지 포함되면 사실상 드롭박스를 HDD로 대체해서 사용하겠다는 소비자는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크로스 플랫폼 전략으로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드롭박스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현 상태로 HDD를 완벽히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다면 드롭박스 플랫폼은 기존의 클라우드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적어도 이 사업 모델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각인 시키지 못한다면, 클라우드가 HDD를 대체하는 새로운 컴퓨팅 시대를 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컨셉을 읊어준 것에 불과합니다.




드롭박스



 드롭박스의 HDD 대체 선언에 논란이 많지만, 처음 페이팔이 등장했을 때 분명 큰 돈 문제가 터져서 망할 것이라 호언장담하기도 했었고, 아마존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곧 망할 사업이라며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둘은 세계 최고의 결제 업체이자 최대 인터넷 쇼핑몰입니다.

 드롭박스가 HDD를 대체한다는 것에 분명 거친 바람도 있을 것이고, 이에 부정적인 의견이나 반대의 의견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시작점에서 다들 겪는 문제라고 생각해버릴 것이 아니라 진짜 드롭박스가 HDD를 대체할 수 있다는 확고한 생각과 이를 소비자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꼼꼼히 검토한다면 클라우드가 HDD를 대체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드롭박스 플랫폼은 대안으로써 훌륭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실용 여부와 실용 여부보다 앞서 가격 경쟁에서 합리적인 소비 조건도 충족하지 못하므로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드롭박스의 새로운 플랫폼을 보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의 원 개념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클라우드 업체들에 박수를 보냅니다. 다만, 업체가 아닌 소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클라우드는 아직 먼 것 같습니다. 드롭박스가 실용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여 목표인 HDD 대체를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