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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과 모토로라, 어떤 관계로 봐야할까?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할 당시만 하더라도 당연히 구글의 안드로이드 래퍼런스 제품이 모토로라를 통해 출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2년 동안 말만 무성했지 근접하는 제품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그랬던 모토로라의 행보가 최근 일명 X폰으로 불렸던 '모토X'의 실제 등장으로 주목받았고, 구글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다시 제시됩니다.




구글과 모토로라, 어떤 관계로 봐야할까?


 모토X는 최근 구글 에릭슈미트 회장이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상용화를 앞두고 있음을 암시했는데, 그 때문에 구글과 모토로라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해놓고 제대로 쓰지도 않는다는 평가를 에릭슈미트 회장이 모토X를 사용하는 장면으로 날려버린 것입니다.




모토X




 모토로라를 8월 1일 뉴욕에서 모토X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사양이 유촐되었습니다.

 유출된 사양은 4.7인치 720p 디스플레이, 1.7GHz 듀얼 코어 퀄컴 스냅드래곤 MSM8960DT, Adreno 320 GPU, 2GB 메모리, 10.5MP 후명 카메라, 2.1MP 전면 카메라, 16GB 저장 공간, 안드로이드 4.2.2로 높은 사양의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합니다. 적당한 수준이라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고, 색상이 12가지 제공될 예정으로 가격만 적정선에 맞춘다면 젊은 층을 공략하는데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구글과의 관계는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구글은 이미 넥서스4라는 보급형 기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넥서스4가 당시 공개될 때만 하더라도 상당한 성능을 보여줬고, 지금의 유출된 모토X 사양보다 좋았습니다. 그러나 넥서스4는 저렴한 가격으로 저가 시장을 공략합니다. 만약 모토X가  고사양 시장을 노린 것이 아닌 미들엔드 시장을 노렸다면 넥서스4와 겹치는 포지셔닝을 지니게 됩니다. 그렇다고 모토X의 가격을 높이게 되면 전체 시장에서의 포지셔닝도 난감해집니다.

 그러자 '구글과 모토로라가 비슷하지만, 따로 가는 전략을 펼친다'는 의견이 나타납니다.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그룹으로 연결되니 같은 포지셔닝에 배치해서 파이를 키운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넥서스4 화이트버전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모토X가 넥서스4의 자리를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타납니다. 여기까지 보면 갈팡질팡하지만, 구글이 나름 모토로라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정도는 느낄 수 있습니다.




구글




 그런 구글은 또 7월 24일 조찬행사를 예고했습니다. 모토X의 행사 일주일 전에 구글의 공식적인 행사가 열리는 것인데, '선다 피차이와 아침 식사를 함께 하세요'라는 문구의 이 초대장에 안드로이드 4.3과 차기 크롬OS, 그리고 새로운 넥서스7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토X가 엇갈립니다.

 먼저 구글과 모토로라가 따로 행사를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브랜드니 그럴 수 있다고 넘길 수도 있지만, 따로 진행한다는 것은 구글의 행사에 모토X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모토X를 성공적으로 공개하기 위해선 안드로이드 4.3을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결과적으로 둘은 따로 공개되며, 예상대로라면 넥서스7가 더 주목받을 것입니다. 구글로서는 모토X가 그냥 모토로라 제품의 하나이며, 딱히 자신들에 비중이 큰 제품은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8월 1일 행사에선 그냥 모토X만 얘기할 가능성이 높죠. 구글과 모토로라의 상관관계를 떼어버린 겁니다.

 이를 억측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구글이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2분기에만 모토로라 직원을 5,383명이나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월까지 모토로라의 직원은 9,982명이었고, 이를 4,599명으로 줄인 것입니다. 반면 구글의 직원은 1,439명이 늘었습니다. 지난 3월 직원 10%, 약 1,200명을 추가로 감원한 것도 모자라 또 줄인 것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가 특허 때문이었고, 그 탓으로 인원을 감원한다고 종종 얘기했었습니다만, 모토X의 공개를 앞두고 직원의 절반을 잘라낸 것입니다. 물론 필요없는 인원을 잘라내고 핵심 인력만 두고 운영하는 것이 탁월합니다. 다만, 모토로라에 모토X를 기점으로 핵심 하드웨어 제조를 넘기진 않는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감원을 지속하면 결과적으로 중추와 R&D 인력만 남게 되고, 나머지 생산을 외주로 넘기는 방식이 되는데 모토로라에 남는 것은 제품을 기획할 인원과 모토로라라는 과거의 이름, 그리고 특허뿐 입니다.

 '애플이나 아마존도 외주로 생산하잖아?!?'

 문제는 모토로라의 살을 다 발라내고 나면 모토로라 브랜드로 제품을 내놓는 것보다 구글을 앞세우는 것이 더 낫다는 겁니다. 자체 생산 능력이 없고, 브랜드의 빛도 바랬는데 제품 기획력만으로 구글의 넥서스 시리즈와 따로 브랜드를 가지고 같은 포지셔닝을 꾸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구글이 그럴 이유도 없고, 따로 가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니까요.




모토로라



 그 때문에 구글과 모토로라의 관계에 있어 구글의 이중적인 태도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저런 식으로 감원한다면 굳이 모토X를 생산할 필요없이 구글로 흡수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점과 그렇게 생산한 모토X에 힘을 실어줄 생각도 없다는 점을 말입니다.

 이에 대한 재미있는 설이 있는데, 모토X는 공개 전부터 미국에서 생산했음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미국 내 문제시되고 있는 이슈를 집어낸 것인데, 모토로라의 이런 행동이 결과적으로 구글에 좋은 이미지로 다가갑니다. 어쨌든 자회사니까요. 그리고 모토로라가 특허 때문에 인수한 것이 아니라 제품 개발 목적으로 인수한 것이라는 느낌을 주면서, 모토X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 때 모토X의 판매가 부진하다면 자연적으로 모토로라 감원 이유가 설명되면서 구글로의 편입이 수월해진다는 것입니다.


 이 설을 토대로 가정해본다면 구글은 앞으로도 모토로라의 살을 발라낼 가능성이 높고, 모토로라라는 브랜드를 남길 생각이 없습니다.


 구글과 모토로라는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요? 분명한 것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면서 딱히 모토로라에 파이를 내주진 않는다는 겁니다. 철저히 내세우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런 정황만이 둘의 관계를 짐작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