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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도서]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 - 21세기 미디어 혁명에 철학을 담자

 '미디어'는 이제 우리 삶을 지탱하는 한 부분입니다. 미디어를 접하지 않고선 현대 사회에서 숨쉬는 것조차 벅찰만큼 과거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아니, 중요해졌다고 우리들은 믿게 되었죠. 문제는 온갖 미디어 혁명을 지켜보면서 정작 그 미디어에 담아야 할 철학은 옅어졌다는 겁니다. 그냥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 그 자체로 선을 그어버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


 더글러스 코플런드 지음 / 김승진 옮김


 가격 : 15,000원

 출판사 : 민음사

 평점 : 8.5/10

 한줄 평가 : 미디어 혁명을 다시 돌아보게 할 입구

 구입처 : 인터파크 / 교보문고 / 반디앤루니스 / 알라딘 / YES24




 마샬 맥루언(Marshall McLuhan)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은 단연 '구텐베르크 은하계'와 '미디어의 이해'일 것입니다. 특히 미디어의 이해는 지금까지도 맥루언 최고의 저서로 추천되곤 하는데, 정작 이 책을 접했을 때 대부분 사람의 반응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입니다. 그만큼 난해하고 난삽한 내용이 독자를 덮치고, 이것이 번역되면서 원뜻을 이해하기가 더 복잡해져 사실 추천은 하지만, 실상 그 추천의 이유를 설명하기에 껄끄러운 그냥 느낌상 괜찮은 내용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필자는 딱히 정형화된 생각보다 구텐베르크 은하계나 미디어의 이해가 주는 철학, 그리고 그 철학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자세가 굉장히 훌륭한 책으로 만들거나 혹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책을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철학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런 답이 될 수 있을만한 책인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를 소개합니다.


믿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것이다. - 마샬 맥루언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 - 79p 발췌


 맥루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보통 맥루언이 남긴 문장에 귀를 기울이고, 문장 하나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합니다. 혹은 그 문장만을 가슴에 새기는 것으로 맥루언을 품으려 하죠. 하지만 맥루언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한 문장의 깊이가 아니라 마치 현재의 미디어와 같은 거미줄처럼 촘촘하면서 또는 당연한 듯 일정한 모양을 유지한, 그러나 손가락 하나로 끊어버릴 수도 있는 그런 철학, 그 전부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맥루언의 문장, 그리고 단어까지 마치 그를 예언가로 분류하려 한 많은 의견이 결과적으로 철학을 벗어난, 어찌 보면 그를 시인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는 그런 맥루언이 전하고자 했던 것과 미디어에 담아내어야 할 철학은 아주 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구텐베르크 은하계나 미디어의 이해보다는 읽기 수월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미디어를 이해를 읽기 전에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를 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을 만큼 흐름이 평평해서 독자들 또한 평평한 평지를 달리는 느낌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사용자가 바로 컨텐츠다. - 마샬 맥루언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 - 178p 발췌


 필자는 출판사로부터 꽤 책을 많이 얻어 읽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소개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생각해보면 소개를 하지 않아서 다음에 연락이 없다거나 식일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그런 책 중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도 하나입니다. 2개월 전에 받은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그런 많은 책 중에 이 책을 또 추천하는 것은 더는 미디어라는 것이 특정 계층이 쥐고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입니다. 좀 더 뒤로 가면 블로그가 있을 테고, 필자도 블로그라는 미디어로 독자들을 만나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미디어라는 것이 누구나 쥘 수 있는 것이 되고 나서는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의 무게나 책임, 그리고 가치가 매우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개중에는 필자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죠.

 기술 발전에 따른 미디어의 주체들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시대가 변하면 더 늘어나겠죠. 기존 특정 계층의 미디어에 적응해있는 세대가 사라지고, 현재의 누구나 미디어 주체가 될 수 있는 세상을 이해하고 익숙한 세대만 남아있게 된다면 말입니다. 이는 분명 옳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옳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대한 철학은 기술 발전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철학 자체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주체들이 이를 배제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저 전달할 수 있다는 그 자체에 심취해 있는 것이죠.


통찰이나 이해 대신 관점이나 시각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한 사치이다. - 마샬 맥루언 (구텐베르크 은하계)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 - 88p 발췌


 필자가 현재 미디어를 바라보는 관점은 '고통'입니다. 필자가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혁명이 일어났고, 그리고 그것이 과거와 교차할 때 일어나는 고통의 시간이 지금이라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이 고통의 시간이 지났을 때입니다. 과연 그때도 현재와 같은 미디어 주체들이 얽혀있는 세대가 될까? 오히려 새로운 미디어를 이해하고, 이 새로운 미디어에 철학을 담아낼 수 있는 주체만이 미디어의 혜택과 과거 미디어를 넘어선 위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미디어를 되돌아보는 것인데, 맥루언은 과거에서 현재의 고통을 내다보았습니다. 즉, 맥루언은 그 이전의 미디어가 봉착했던 고통을 넘어 미디어를 내다본 사람이고, 우리는 또다시 고통을 넘어 새로운 미디어에 발을 딛어야 할 세대입니다. 그 연관성을 볼 때 필자는 맥루언의 이야기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난해하고 난삽한 미디어의 이해를 들고서 누구나 그것을 읽어보라고 하기에는 멀어보기도 하고, 쉽게 와 닿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구텐베르크 은하계나 미디어의 이해를 더욱 쉽게 구성하고, 맥루언이 이야기한 미디어 철학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기에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를 추천하는 것입니다.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는 맥루언의 전반적인 생각을 쉽게 풀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흘러들어오도록 구성하였습니다.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를 읽으면 구텐베르크 은하계나 미디어의 이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구텐베르크 은하계나 미디어의 이해를 찾아 읽고 싶게 만들만큼 뛰어난 책입니다.


 기술 발전, 그리고 발전으로 인한 미디어의 변화에 우리가 담아내어야 할 철학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를 집어들길 바랍니다. 그것은 곧 다가올 미디어 혁명 이후를 내딛을 우리 세대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며, 그 고민이야말로 미디어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