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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블랙베리 인수전, 향후 방향은?

 얼마 전, 블랙베리의 스마트폰인 Z30을 캐나다의 통신사인 로저스가 판매를 거부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블랙베리 자국의 통신사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거의 끝자락에 놓은 블랙베리에 갑자기 불이 붙었습니다.




블랙베리 인수전, 향후 방향은?


 블랙베리는 매물로 나오기 전 온갖 전략을 한 번에 쏟아냈습니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Z10이 실패하자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고, 얼마 전에는 블랙베리 메신저(BBM)의 iOS 버전과 안드로이드 버전도 출시했습니다. 성과에 급했던 겁니다. 하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인수전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인수전


 캐나다의 보험사 페어팩스홀딩스는 블랙베리를 인수할 것이라며 나섰습니다. 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인수가 어려워지자 다른 기업들이 블랙베리에 눈독을 들이면서 인수전 규모가 갑자기 커졌습니다. 구글, 삼성, 시스코, SAP, LG, 인텔 등이 인수 의사를 전달하면서 페어팩스홀딩스의 인수가 무산되면 이들에게 인수 주권이 넘어갈 판입니다.

 한때 1위 스마트폰 회사였고, 여전히 보안 시장에서 알아주는 강자인 블랙베리를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하고자 하는 것이 그리 신기하진 않습니다. 단지 '시대에 뒤처졌던 기업이 발악하다 떨어져 나가는구나'정도죠.

 그런데 인수전이 확대되면서 '만약 삼성이 인수하면 쿼티폰이 나올 것'이라거나 '구글이 인수하면 쿼티 레퍼런스폰이 나오지 않을까' 등의 얘기들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연 인수전의 향후 방향은 타 제조사의 블랙베리 개발일까요?




방향




 페어랙스홀딩스가 제시한 인수 금액은 47억 달러입니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겠지만, 지난 분기 10억 달러의 적자를 낸 기업을 살려놓겠다고 보험사가 인수에 참여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금액입니다. 단지 현재 대주주이며, 자국 기업이라는 것으로 얘기가 나왔을 뿐 이 규모로 인수하긴 어렵습니다. 결국에 변수만 없다면 다른 글로벌 IT 기업이 인수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47억 달러보다 금액은 더 높아집니다. 인수에 참여한 기업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애초 블랙베리의 가치는 47억 달러 이상입니다. 기술과 특허권 가치, 기타 현금 및 부동산 가치만 따져보면 최소 80억 달러이며, 그 탓으로 개인 투자자까지 인수전에 의사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인수전에 참여한 대표적인 기업들을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구글이나 삼성은 그렇다고 합시다. 시스코, SAP, 인텔도 블랙베리 인수에 참여합니다. 만약 시스코에 블랙베리를 인수했다고 합시다. 시스코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까요? 시스코는 기술과 특허권이 목적입니다. 그건 SAP나 인텔도 마찬가지죠. 여기에 똑같은 것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까지 포함한다면 구글과 삼성도 블랙베리 스마트폰 탓에 인수전에 참여한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 가진 기술과 특허권 가치를 들어 인수 금액이 상향 조정될 것이며, 만약 금액이 지나치게 치솟을 가능성이 있을 때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기술과 특허를 찢어먹고 블랙베리 회사 자체는 공중분해 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혹 컨소시엄이 형성되지 않더라도 블랙베리 회사 자체는 없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다시 블랙베리 비즈니스가 살아나거나 블랙베리 쿼티폰은 만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되면 BBM도 종료될 것이며, 전체 지원도 마무리에 들게 될 것입니다. 블랙베리를 둘러싼 불꽃 튀는 인수전은 블랙베리의 장례식과 같습니다.




블랙베리




 블랙베리는 꽤 열심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먹혀들지 않았죠. 자체의 문제점이 제일 큰 구멍이긴 했지만, 버틸 힘도 없이 1년 만에 무너져 내린 것은 그만큼 재정적 압박이나 투자자들의 항의가 거셌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렇지 않아도 블랙베리 주식으로 타격을 입은 투자자인 마빈 펄스타인은 지난 2일, 맨해튼 법원에 블랙베리와 CEO인 토르스텐 하인즈, CFO인 브라이언 비둘카를 상대로 주가조작 혐의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돈을 잃은 투자자들의 마지막 쥐어짜기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어쨌든 블랙베리가 더는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과정이야 어떠했든 블랙베리는 끝이 났습니다. 필자 또한, 인수전 결과에 따라 어떤 기업이 어떤 기술과 특허를 확보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겠지만, 블랙베리라는 독립적인 개체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