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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아이패드의 경쟁력은 '기본(Basic)'이다


 아이패드(iPad)를 '큰 아이폰'으로 지칭하고는 합니다. 아이폰에서 크기가 커진 것 말고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형만 보자면 말이죠. 아이패드가 세상에 등장한 지 4년이 되었지만, 이런 얘기는 여전합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아이패드의 경쟁력입니다.



아이패드의 경쟁력은 '기본(Basic)'이다


 2010년 1월, 애플은 아이폰과 맥북의 중간 개념의 제품이라며, 아이패드를 내놓습니다. 환호하는 이도 있었지만, 실망하는 이도 적지 않았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의 성공에 취해 경쟁력 없는 제품을 내놓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폰 뽕에 취해 탄생한 아이패드'가 되겠네요.



 물론 애플이 아이폰 이전부터 아이패드를 구상했고, 정작 아이폰이 아이패드의 파생 제품이라는 사실은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검증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폰이 먼저, 아이패드가 먼저의 논란 자체가 있을 수 없으니 아이패드를 아이폰에 취해서 내놓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지 공개 당시의 반응이 그러했죠.

 그런 반응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패드가 왜 경쟁력 있는 제품인지 설명하는 것이 더 어려웠으니까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기존 태블릿보다 진보한 것이 아니라 퇴보한 제품처럼 보였죠. PC 운영체제가 아니라 모바일 운영체제가 탑재되었고, 키보드가 없으니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치명적인 것은 멀티테스킹이었습니다. iOS의 멀티테스킹은 생산성에 전혀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폰과 같이 홈버튼만 존재해서 기능의 전급이 멀티 키를 장착한 제품보다 못했으며, USB도 없어 확장성에도 문제가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아이패드는 출시 하루 만에 70만 대 판매를 기록합니다. 경쟁력에 대한 논란을 출시 직후 잠재워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패드가 등장한 지 4년째가 되었습니다. 태블릿은 PC를 잠식하여 성장 중이고, 등장하는 대개의 태블릿이 아이패드와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외형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가 내린 태블릿의 정의를 곱씹는 겁니다.
 
 그리고 지난해 출시된 아이패드 에어(iPad Air)는 첫 주 250만 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애플의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봐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겠지만,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가 함께 출시되었고, 물량 부족 현상이 여전하다는 점을 볼 때 놀라운 판매량이 예상됩니다.
 
 '어째서 아이패드일까?', '왜 지금도 아이패드가 경쟁력을 가지는 것일까?', 초기 경쟁력 논란이 있었던 후 지금도 가끔 지적되곤 하지만, 아이패드의 경쟁력은 되레 이전보다 강화되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필자는 그 답을 '기본(Basic)'에서 찾습니다.
 
 


 아이패드가 불을 짚인 태블릿 시장은 스마트폰에서 쌓은 경험으로 더욱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 성장에서 나타난 것은 아이패드를 뛰어넘기 위한 차별화였는데, 문제는 어떤 차별화도 결국에는 아이패드가 기본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크기를 늘리고, 줄이거나 키보드를 붙이고, 전화 기능을 탑재하기도 했으며, 세울 수 있도록 스탠드도 장착했습니다. USB나 SD메모리를 추가할 수 있는 제품도 줄곧 등장했지만, 기준은 아이패드였습니다.
 
 아이패드가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롭게 창조된 물건이라는 게 아닙니다. 이전에 태블릿이라는 카테고리는 존재했었지만, 기존 카테고리가 아이패드처럼 기본에 가까운 태블릿의 형태를 지니진 못했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아이패드에 더할 수 있는 것은 있지만, 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겁니다.
 
 아이패드가 공개된 직후 경쟁력을 의심했던 것은 너무 부족해 보인 탓입니다. 세울 수도 없고, 키보드도 없고, USB도 없는데다 입력 장치라고는 스마트폰도 아닌데 터치스크린에 모두 의존해야 했습니다. 기존 PC를 태블릿으로 구현하기 위해 포함했던 것들을 죄다 빼버렸으니 아이패드가 PC를 잠식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큰 아이폰처럼 보이기만 했습니다.
 
 아이패드를 PC의 연장선에 선 제품으로 보는 사람은 지금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장선인 제품이 아닙니다. 완전히 다른 것이죠. 적어도 아이패드는 PC, 애플로 보자면 맥을 태블릿의 형태로 구현하기 위한 제품이 아니라는 건 사용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 태블릿이 PC를 잠식하는데 일조한 것은 맞지만, PC 시장은 이미 이전에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돌려놓기 위해서 나온 것이 넷북이었고, 실패합니다. 그런 중에 아이패드가 등장했는데, PC가 역성장하는 것과 아이패드 등장 이후 태블릿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 맞물리면서 마치 PC의 연장선에 태블릿이 있고, 태블릿이 PC를 잠식하는 것처럼 보인 겁니다. 그냥 아이패드는 별도의 시장을 만들었고, 기존 PC 시장 혹은 태블릿 시장과 격리된 것이 전부입니다.
 
 결국, 이 격리된 시장의 기본은 아이패드입니다. 기본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더 나은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고, 한계를 가늠하기에도 멀리 가야 하죠. 그 가능성은 2010년 예상되었던 웹 브라우징, 이메일, 이북, 게임과 같은 것들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이는 이전의 PC들이 범하기 어렵거나 난감했던 영역이고, 태블릿이 새로 차지하게 된 영역입니다. 또한, 그 제시된 가능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태블릿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아이패드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PC와 영역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아이패드를 조금 더 특화된 형태도 발전하게 했다고 보는 것이 옳겠죠.
 
 아이패드의 경쟁력은 그 기본에서 뻗은 점진적인 가치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치가 태블릿 성장과 함께 시장을 다듬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기본이라는 것에서 나타나는 경쟁력이 한계를 맞이하게 되는 때는 분명히 올 것입니다. 그건 현재 아이패드를 두고 보았을 때 아이패드의 끝이라고 해도 좋겠죠. 그전에 다른 활로를 찾거나 아니면 정말 끝이 되거나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그 지점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그리 빠르진 않을 거라 필자는 단안을 내립니다.
 
 


 애플은 지난 13일, 'Your Verse'라는 새로운 아이패드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아이패드를 영상 촬영의 보조 장비로 사용하거나 선수를 훈련하는 도구가 되고, 풍력 발전을 관리하거나 수중 탐사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소비자가 아이패드를 구매하고자 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섭니다. 하지만 이 광고는 기능을 나열하여 아이패드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제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놓게 합니다. 그걸 위해서 제품보다 실제 사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질문이 작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제대로 되지 않거나 끝내 이메일을 보기 위한 수단으로만 맺을 수도 있겠죠. 단지 구매했을 때부터 제한당하진 않습니다. 가치가 가진 힘이죠. 아이패드는 기본에 충실하고, 그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는 근래 출현한 어떤 IT 제품 중 아이패드가 단연 뛰어난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