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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테슬라-애플, 미래 협력에 관한 고찰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미래에 자동차를 포함하거나 애플이 자동차 관련 엔지니어의 채용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움직임은 애플을 자동차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 짓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WWDC 2013에서 iOS 장치를 자동차 시스템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iOS in the Car(iOSitC)를 선보였습니다.
 



테슬라-애플, 미래 협력에 관한 고찰
 
 iOSitC의 힌트는 그 이전에 음성인식시스템인 시리(Siri)가 자동차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핸들에 시리 버튼을 장착하는 것으로 앞서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정식 명칭이 iOSitC가 되면서 시리뿐만 아니라 위성 내비게이션, 전화 명령 및 제어, 음악 제어, 아이메시지(IMessage) 제어와 응답 등 통합된 기능을 제공합니다. iOSitC의 공개로 관심의 화살이 넘어간 곳은 자동차 산업의 애플로 불리기도 하는 테슬라였습니다.
 
 


 지난 16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은 애플의 M&A 총괄 책임자인 아드리언 페리카(Adrian Perica)가 지난해 엘론 머스크(Elon Musk)와 인수를 위한 회동이 있었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기사는 CEO인 팀 쿡도 함께 자리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 머스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인수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애플과의 접촉은 있었다고 시인했지만, 인수에 대한 내용은 없다면서 '테슬라는 더 저렴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목적에 대한 집중을 강조했습니다. 테슬라는 현재 모델S를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높은 가격으로 미국 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에 2015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북미국제오토쇼를 목표로 보급형 전기자동차인 '모델E'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애플과 테슬라의 인수합병은 물 건너가는 듯했는데, '배터리 기술 합작'이라는 다른 관점이 다시 제기됩니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의 빠른 충전과 오랜 수명을 끌어올리기 위해 배터리 기술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애플이 자사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논의를 했다는 겁니다. 합작 부문도 M&A 총괄인 페리카가 담당하고 있으므로 맥락은 맞아떨어집니다. 더군다나 애플이 웨어러블 제품을 개발 중이라는 뜬 소문이 있고, 애플이 배터리 문제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면 배터리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테슬라를 찾아가는 것은 괜찮은 계획입니다.
 
 문제는 '테슬라가 애플의 배터리 향상에 이바지하는 대신, 애플은 테슬라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느냐?'입니다. 단순히 투자 관계라고 생각하면 테슬라에 가치는 없습니다. 이미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20조를 넘어섰고,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순항 중이라 애플이라는 존재를 옆에 품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떠올릴 수 있는 건 'iOSitC'뿐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라는 특수성과 아직 많은 북미 중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주로 팔리는 탓에 커뮤니티가 잘 발달하여 있고, 테슬라도 이를 통한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재미있게도 테슬라 소비자들이 iOSitC 지원을 요구하는 내용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애플이 iOSitC로 협력하겠다고 밝힌 자동차 업체는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벤츠, 재규어, 도요타, 볼보, 혼다, 페라리, 포드, 랜드로버 등 20개 업체로 테슬라는 빠져있습니다. 테슬라는 이미 차량에 17인치 대형 대시보드를 장착하여 제어할 수 있도록 제공하므로 꼭 iOSitC가 필요하다고 할 수 없지만, iOS 점유율이 높은 북미라는 점에서 iOSitC 지원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iOSitC를 지원하는 것에서 테슬라와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데, iOSitC 지원만으로 배터리 기술 합작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에는 어폐가 있고,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움직임을 보였던 애플이 테슬라와 함께 최우선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술 탑재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가령 자동차와 웨어러블의 연결과 같은 것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과 테슬라의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애플과 테슬라 소비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중요하게 볼 수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보도했을 때 테슬라 주가는 크게 상승하여 200달러 선을 넘었지만, 블룸버그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자 다시 190달러 선으로 미끄러졌습니다. 그런데 배터리 기술 합작 기사가 뜨자 한 때 213달러까지 치솟으며, 애플과의 협력 여부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어제 다시 안정세를 찾으면서 200달러 선을 완전히 굳힐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사실은 애플과 테슬라의 협력 관계에 양쪽 투자자들이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이는 무작정 둘이 협력한다는데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테슬라의 성장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는 지점이 2016년 모델E의 출시인데, 모바일 이후의 플랫폼 확장 고민에 빠진 애플이 그 지점을 파고 들 수만 있다면 새로운 시장 진입과 함께 iOSitC 채용에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테슬라는 현재 제공 중인 대시보드가 있지만, 좀 더 모바일에 집약적인 기술과 연계하여 자동차 내외부적으로 확장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직접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생산하여 플랫폼을 확장하기보단 실험적으로나마 탄탄한 애플과 연결하는 쪽이 위험요소가 적습니다.
 
 애플과 테슬라의 협력 관계와 수면 위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성사만 된다면 과거 애플과 구글의 협력 관계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부분도 그것이며, 미래 협력 방안이 업계를 들썩이게 할 사안임이 분명합니다.
 
 


 기대감, 시너지, 투자가 이들을 협력으로 밀어 넣는다고 단안을 내릴 순 없습니다. 두 회사 모두 워낙 자존심이 강하고, 어떤 상황이든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모습을 매번 보여왔기에 동등한 위치에서 손을 잡지 않는다면 결속력 있는 협력이 되진 않을 겁니다.
 
 핵심은 애플이 테슬라에 어떤 충족할 방안을 제시하느냐이며, 서로의 미래 전략에 얼마나 개입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치고 나가야 하는 테슬라, 유지하면서 확장해야 하는 애플이 이해관계를 가지고, 각자 이익을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