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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 윈도 XP 보상 정책이 의미 없는 이유


 윈도 XP 지원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줄곧 보안과 지원에서 윈도 XP 사용 중단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지만, 여전히 사용률은 높고, 지원 종료와 함께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사용하는 것이야 사용자 자유이며, 돈을 들여가며 굳이 바꾸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MS는 그렇지 않죠.
 


MS, 윈도 XP 보상 정책이 의미 없는 이유
 
 분명 윈도 XP가 종료되는 4월 8일은 이제까지 논란의 정점이 될 겁니다. 그리고 실제 보안 사고가 터져 나왔을 때 이목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겠죠. 물론 MS가 이 부분에 있어서 종료하기로 오래전부터 알려왔으므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윈도 비즈니스에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윈도 8에 주력해야 하는데, 윈도 XP 논란에 계속 끌려다녀야 할 테니까요.
 
 


 MS는 윈도 XP 사용자에게 윈도 8.1을 구매하면 100달러를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윈도 8.1 제품을 할인해주는 것이 아니라 서피스 프로 2나 599달러 이상의 PC를 구매할 때 할인받을 수 있고, 6월 15일까지 진행됩니다.
 
 프로모션 중 구매한 소비자에게 90일간의 무상 기술 지원과 데이터 이전 서비스도 제공되며, 윈도 XP 사용자라면 자동으로 MS스토어에서 행사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윈도 XP가 탑재된 PC를 매장에 가져가도 프로모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모션은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에서만 진행되고, 다른 지역의 진행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윈도 XP의 사용을 줄이고, 윈도 8.1의 사용을 늘리기 위한 MS의 전략입니다. 문제는 전략이 전략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구형 PC를 사용 중이고, 새 PC를 구매해야 한다면 프로모션에 참가하는 것이 좋은 기회 같지만, 꼭 참여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은 정품 사용자여야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정품을 사용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XP의 정품 사용 여부는 제대로 집계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령 MS가 남은 정품 윈도 XP 사용자의 수를 언급하더라도 현재 윈도 XP 사용량과 비교하여 차이가 벌어진다면 거기에 대해서 감당해야 하는 것과 함께 지원 종료에 따른 부작용도 신경 쓸 것이 늘어납니다.
 
 그렇다 보니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는 건 아직 많은 정품 사용자가 있다는 것이고, 그보다 더 많은 불법 사용자도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MS는 프로모션에 대해서 아주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인포월드는 컴퓨터월드, NET 애플리케이션, 스탯카운터의 자료를 토대로 윈도 XP 사용자의 수를 5억 명 수준으로 추정했습니다. 다만, 아시아 국가의 자료가 포함되지 않았고, 16억 5천 만대가 윈도 PC라고 본다면 아직 어마어마한 수의 윈도 XP 사용자가 존재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1%만 불법 사용자라고 계산하더라도 엄청난 수인데, MS가 프로모션 지역에 제한을 둔 것은 그만큼 정품 사용자가 많이 분포한 지역이 많지 않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정품 사용자가 적은 지역에 비용을 들여가면서 프로모션을 진행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대충이나마 불법 사용자의 수를 짐작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MS가 이들을 보살필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상관없는 존재라고 볼 수도 없다는 겁니다. 프로모션으로 모든 정품 윈도 XP를 소멸시켜도 많은 양의 윈도 XP PC가 남게 되고, 보안 이슈는 거기로 집중됩니다. 윈도 XP 자체를 지워버릴 순 없다는 것이죠.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건 이 불법 윈도 XP PC가 영원히 남진 않는다는 겁니다.
 
 결국, 불법 윈도 XP 사용자도 PC를 교체해야 하는 시점을 맞이합니다. MS가 고려했어야 하는 건 이들이 장기적으로 고객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인지, 단지 윈도 XP를 구매하지 않은 괘씸한 이들인지 입니다. 막상 MS는 윈도 라이센스의 가격을 내리고 있으며, 이전에도 윈도에 대한 비용은 내지 않아도 하드웨어에 대한 비용은 불법 사용자들도 지급해왔습니다. 괘씸하다고만 판단하지 않았다면 프로모션은 이후 고객이 될 수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 MS에도 좋은 전략이 되었을 겁니다. 어차피 윈도 XP가 종료되고, 윈도 라이센스 가격을 내린다면 말입니다.
 
 이 보상 프로모션은 의미가 없습니다. 정품 윈도 XP를 회수하는 것일 뿐 오히려 정품 사용자조차 윈도 XP를 놓지 못하게 만들 만큼 윈도라는 운영체제 자체에서 깊게 고민해봐야 할 정도로 MS를 비참하게 보이도록 합니다. 또한, 남은 불법 사용자들을 흡수하지 않는다면 이들이 어디로 튀어 나가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윈도우가 필요 없다면 안드로이드나 우분투와 같은 열린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럼 제품은 갈수록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차라리 프로모션이 불법 윈도 XP 회수와 윈도 8.1 사용자 확보라는 적극적인 전재로 진행되었다면 MS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이번 조치는 그저 정품 사용자만이 PC 소비자라는 것과 윈도 XP에 대처 기간을 늘려놓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윈도 XP 종료에 따른 논란을 뒤집어 놓을만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물론 불법 사용자를 감싸 안으려 한다고 해서 그들이 무조건 MS의 고객이 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MS는 윈도 XP 종료에 따른 전략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을 뒤집을만한 것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상황이라면 불법 사용자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윈도 XP에 시달려야 할 것이고, 그들이 다시 윈도 생태계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불법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고, 불법으로 사용했으나 윈도 생태계에 그들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만 사실입니다. 윈도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할 수 없고, 많은 수인만큼 그들이 윈도 생태계에서 빠져나갔을 때 여파에 대해서도 MS는 생각해봄 직했습니다. 의미 없는 행사를 여는 것보단 나은 일이었겠죠.
 
 정품 윈도 XP 사용자들이 프로모션에 얼마나 참여할는지 짐작할 수도 없지만, 참여하지 않은 만큼에 대해서도 MS는 공식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남은 정품 사용자의 수를 밝혀 선을 확실히 긋는다거나 하는 것들 말입니다.
 
 꿩먹고 알 먹고가 아니라 꿩만 먹으려는 생각이 프로모션에 담겨 있으니, 이후 MS는 남은 윈도 XP 이슈를 풀어가기 위해서, 들려오는 주장처럼 다시 윈도 XP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싶지 않다면 프로모션만으로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더욱 고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