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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 'PC+'를 확립해야 한다


 스티브 발머가 CEO직에서 물러나면서 후임 발탁에 공을 들이던 MS는 5개월 만에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CEO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는 '모바일과 클라우드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내용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는데, 가시적인 성과는 긴 시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충실하게 풀어내야 할 것이 'PC+'입니다.
 



MS, 'PC+'를 확립해야 한다
 
 나델라가 모바일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윈도의 본질은 PC+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PC+의 개념을 제품에 담으려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결국, 단행하고자 한 것이 윈도 RT와 윈도폰의 결합입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전반적인 PC 시장 침체에 맞물린 MS의 PC 시장에서의 지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여전히 윈도가 강세'나 '어차피 PC는 윈도'라는 주장도 있으나 점유율을 깊게 파고들어 가는 것은 단연 애플과 구글입니다.
 
 


 윈도 기반의 응용프로그램이나 콘텐츠 생태계는 오래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윈도가 위태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태블릿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탓만은 아닙니다. PC에 대한 개념이 변하고 있지만, 현재 윈도가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1가정 1PC'시대는 지나갔습니다. '1인 1PC'로 바뀌었죠.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전통적인 PC 범주에 넣지 않더라도 컴퓨팅의 영역에서 본다면 기존의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대체하여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가정이 아닌 자신의 PC를 지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포스트 PC'의 개념 덕분입니다. 만약 자신의 PC 활동 반경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기존 PC의 사용량을 줄어들 것이 뻔합니다.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PC 교체에도 제동이 걸린다는 겁니다. 가정의 PC 사용이 줄어들지 않더라도 범위에서 나타나는 규모의 차이는 포스트 PC가 기존 PC를 잠식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일반 데스크톱 시장도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PC 제조사들은 윈도 PC에서 떨어지는 부분을 크롬북이나 안드로이드 PC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시도 중이며, 윈도에서 나타나지 않는 과도기적인 시도가 윈도 PC를 가정에서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정말 윈도가 필요한 수요에만 돌아가게 된다면 축소될 수밖에 없죠. 이전에는 조건 없이 윈도였지만, 그렇지 않게 돼버렸습니다.
 
 B2B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아직도 B2B 시장의 절대 강자는 MS가 맞습니다. 그러나 최근 클라우드와 가상화를 내세워 B2B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굳이 윈도로 작업공간을 구축하지 않아도 사업 규모에 따라서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보조하는 것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사용되어, 비용 절감과 함께 효율적인 업무 체계를 위해 탈 윈도를 진행 중인 기업이 있다는 점 B2B에서의 축소도 시사합니다.
 
 여기서 MS의 목표는 분명해집니다. '기존 PC 시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과 '포스트 PC와 맞설 모바일 진출'. 그런데 여기에는 전제가 따라붙습니다. 바로 PC+입니다.
 
 



 반대로 질문을 던지자면 'MS가 PC+를 버릴 순 없는 것인가?'일 텐데, 이것은 난제입니다. MS가 내세우는 본질도 그렇지만, 윈도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포스트 PC의 개념을 받아들여서는 어렵다는 걸 윈도 RT로 MS는 경험했습니다. 물론 윈도 RT를 완벽한 포스트 PC라고 할 수는 없으나 RT의 목적을 생각해보았을 때 윈도로 포스트 PC의 개념을 살리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탓에 윈도 RT와 윈도폰을 결합하겠다는 것이겠지만, 그렇다면 기존 PC 부분은 따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MS가 해야 할, 혹은 하고자 하는 PC+의 조건은 매우 간단합니다. 데스크톱과 랩톱, 태블릿을 하나의 제품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윈도 8을 두 가지 모드로 분리해놓았고, 하이브리드 PC라는 다양한 폼팩터의 하드웨어를 제공했던 거죠. 그러나 두 가지 모드와 하이브리드 PC는 조건은 충족했지만, 경험의 만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마우스와 키보드 중심의 데스크톱과 터치 인터페이스는 각기 따로 놀았고, 그 중간인 랩톱도 두 가지를 수용할 순 없었습니다.
 
 한 가지로 만들어야 하는데, 경험의 비중이 달라지는 다양한 제품만 쏟아져 오히려 윈도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중했습니다. 따로 떼어놓는 것만 못했으며, 다양한 제품이 개인의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제품들로 선택폭이 넓지도 않았습니다. PC+가 아니라 포스트 PC의 개념에 윈도를 구겨 넣은 것과 같았죠.
 
 MS는 기존 PC 시장이든 태블릿 시장이든 어느 쪽도 잡아내려면 자신들이 내세우는 PC+를 소비자들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사용자들은 포스트 PC의 개념에 길들었고, 윈도 태블릿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관점을 깨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그 관점을 깰 수 있어야 MS는 두 개의 시장을 모두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모바일이나 클라우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생각하는 PC의 모토가 무엇인지 정확해야 하고, 직원들도 이를 인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MS가 하려는 것은 애플과 비교했을 때 확실하게 구분됩니다. 애플은 랩톱은 랩톱, 태블릿은 태블릿, 데스크톱은 데스크톱으로 각자 분리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그래서 포스트 PC의 개념이 잘 어울리죠. MS는 앞서 말했듯이 한 가지 제품에서 다양한 폼팩터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그러니 포스트 PC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결국, MS는 주의대로라면 PC+를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 시장이 포스트 PC로 재편된 탓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PC+의 방향이 정확하지 않고, 포스트 PC와 맞물려 엉성하게 조직돼버립니다. 그 결과물이 윈도 8이었죠.
 
 MS는 제품에서 PC+를 끌어내려고 한다면, PC+의 개념부터 확립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오히려 이런 개념은 캐노니컬이 더욱 잘 보여주고 있는데, 우분투는 폼팩터에 따라서 유기적으로 작동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태블릿으로 사용하다가 모니터를 연결하면 데스크톱 모드가 되어 인터페이스도 걸맞게 변하는 것이죠. 제품의 개념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MS와는 달리 분명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제품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S도 이런 고민을 먼저 지향해야 합니다.
 
 이것이 잠시 MS를 PC 시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도 물러나고 있는 중으로 본다면 장기적인 미래에 MS가 이전과 같은 지위를 되찾기 위한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통합될 RT를 포스트 PC로 내놓고, 윈도를 기존 시장에 그대로 가져와 두 가지를 쓰도록 할 테지만, 애플과 구글이 그런 방향으로 기존 PC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MS가 계속 고수해온 PC+를 제대로 확립하고, 전달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야말로 수렁에서 빠져나올 방책이 될 것입니다.
 
 


 '그럼 MS가 내세워야 할 PC+는 무엇인가?'
 
 하나의 제품에서 모두 경험하도록 한다는 조건은 간단하지만, 조건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어렵습니다. 달리 말하면 PC 제조사들도 MS가 내세우는 바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유기적이어야 하고, 인터페이스의 구분이 명확해야 합니다. 윈도 8의 의도도 그것이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은 개념의 확립에서 제품이 MS의 의도를 빗겨나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나델라의 CEO 선정과 함께 빌 게이츠(Bill Gates)도 기술고문으로 복귀하기로 헸습니다. 이에 투자자들은 게이츠가 '기술고문 명분으로 경영에도 간섭할 것이고, 이는 좋지 못하다.'면서 우려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빌 게이츠가 현재 IT 시장에 적합하지 못하다.'며, MS가 지닌 현재의 문제를 풀어낼 수 없을 것으로 의심했습니다. 여기에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게이츠는 오래전부터 PC+의 지지자였고, PC+의 개념만은 가장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의 열렬한 지지는 포스트 PC로부터 시장을 빼앗기도록 했고, 모바일 대응에도 늦게 했습니다. PC+를 지향하는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겁니다.
 
 아마 게이츠가 복귀하더라도 MS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뀌진 않을 겁니다. 나델리가 내세우는 모바일과 클라우드도 발머 때와 다르지 않은 부분이니까요. 대신 PC+에 대해서 정확하게 지적할 인물이 게이츠이며, MS가 미래를 위해 PC+를 확립할 마지막 패입니다. 물론 조율은 나델리가 할 수 있어야겠지만, 게이츠 복귀의 양면성을 풀어낼 수만 있다면 MS의 미래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새 CEO, 이전 CEO의 복귀로 MS가 위기를 탈출하게 될지, PC+의 향방은 어떤 열쇠로 사용하게 될지, 이후의 MS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