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왓츠앱보다 높은 라인의 가치와 스티커 딜레마


 일본에서 출발하긴 했으나 한국 기업 중 가장 글로벌, 멀티, 성장의 3박자를 맞춰 무섭게 질주하고 있는 플랫폼이 바로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LINE)'입니다. 2011년 네이버톡으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시원찮은 반응에 성과를 올리기 시작한 라인은 네이버에 보배와도 같습니다.
 


왓츠앱보다 높은 라인의 가치와 스티커 딜레마
 
 라인은 구독이나 유료 구매에 집중되었던 메신저 시장에 스티커로 매출을 올리면서 매출과 사용자 확보, 두 가지를 잡은 훌륭한 사업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시장 초기부터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왓츠앱은 19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페이스북에 매각되었습니다.
 
 


 왓츠앱이 거액에 인수되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라인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10배 증가한 5억 4,500만 달러, 최근 사용자 4억 명을 달성했고, 하루 전송되는 스티커만 18억 개를 넘었습니다. 라인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은 노무라의 분석가, 에릭 차(Eric Cha)의 분석을 인용해 라인의 월 실사용자 수가 2억 1,000만 명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으며, 1인당 87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체로 보면 네이버의 시가총액 250달러 중 182억 달러가 라인의 가치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왓츠앱에서 분석된 1인당 42달러의 가치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것입니다.
 
 물론 이를 두고,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과도한 금액에 구매했다고 단언할 순 없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수익 모델 없이 사용자 확보와 플랫폼을 확고히 하는 데 주력했으니 이후 어떤 수익 모델, 확장된 플랫폼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요.
 
 다시 라인을 봅시다. 되레 노무라의 분석이 왓츠앱의 인수 금액보다 과도한 것일 수 있습니다. 라인의 사용자가 지속해서 스티커에 비용을 지급할 것으로 볼 수 없고, 사용자가 계속 증가할지도 불분명합니다. 이것이 곧장 라인의 가치로 흡수된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미래 가치 판단은 어떤 것이든 그렇지만, 점점 메신저에 주목되는 것에서 라인의 가치를 명확히 재고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스티커의 가치가 아니라 온전히 라인의 가치라면 말이죠.
 
 


 라인 매출의 대부분이 스티커에서 나옵니다. 그러니까 노무라가 분석한 1인당 가치는 스티커 매출의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스티커 매출이 떨어지는 건 라인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0은 아니겠지만, 왓츠앱과 두 배나 벌어질 정도는 아니라는거죠. 중요한 건 라인 사용자들이 계속 스티커 구매에 비용을 지급할 것인가인데, 만약 지속적이지 않다면 1인당 87달러의 가치 창출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보통 스티커를 이용하기 위해 1개의 패키지에 1~2달러를 내야 하는데, 87달러가 누적되려면 87개의 스티커 패키지를 구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당연하게도 1인당 가치라는 건 매출에 따른 것도 아니며, 스티커만 두고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노무라의 분석은 스티커의 매출을 넘어선 무언가를 라인에 기대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라인은 '라인 뮤직', '라인 몰', '라인 게임' 등으로 플랫폼 확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스티커만큼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라인의 가치가 노무라가 얘기한 것처럼 왓츠앱을 넘어섰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라인은 스티커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가치 평가가 스티커에 의해 이뤄지고, 스티커가 매출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보면 국내에선 카카오톡도 스티커 제공을 하고 있고, 페이스북도 메신저에 스티커 제공을 시작했습니다. 얼마든지 경쟁 서비스가 스티커라는 사업 모델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캐릭터 성, 브랜드 성 등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서비스의 차별화의 격차는 금방 좁힐 수 있고, 실상 사용자 확보도 함께 뒷받침되어야 유지됩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왓츠앱이 스티커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하면 4억 5,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니 라인과 두 배 떨어진 것이 아닌 비슷한 가치로 설 수 있다는 걸까요? 여기서 라인은 자신에 대한 가치에 고민을 더 해야 합니다.
 
 


 라인이 가져야 할 고민은 단순하지만, 글로벌, 멀티, 성장의 3박자에 따른 플랫폼으로 장기적인 확장을 위해선 꼭 거쳐야 할 부분입니다.
 
 스티커 딜레마라고 했지만, 이것이 라인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과 다릅니다. 이전까지 메신저가 특출난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중에 라인은 스티커라는 모델을 제시한 것이고, 이는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이후 라인이 지속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그러니까 왓츠앱의 두 배라고 하는 그 가치가 스티커를 통해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지점에 도달했다는 겁니다.
 
 이건 네이버나 라인에 커다란 도전과 같습니다. 글로벌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성장을 이어나갈 장기적인 발판을 제시한다는 것 말입니다. 혁신적이고, 도전적이고, 혹은 허무맹랑해야겠죠.
 
 라인이 과연 스티커 딜레마를 거두고, 더 나은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