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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캐스트 국내 출시, 1인 가구를 파고들 것






지난해 여름, 구글은 HDMI 동글 제품인 '크롬캐스트(Chromcast)'를 내놓았습니다. 35달러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과 모니터의 HDMI 단자에 꽂기만 하면 크롬 OS, 안드로이드, iOS, 맥, 윈도의 콘텐츠를 모니터로 넘겨볼 수 있다는 간편함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구매에 거부감부터 줄어들었죠.






크롬캐스트 국내 출시, 1인 가구를 파고들 것

크롬캐스트가 처음 보급되었을 땐 평가가 그리 썩 좋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초기 물량이 모두 팔렸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가격이 구매의 주원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크롬캐스트를 구매하면 넷플릭스 3개월 이용권을 제공하는 프로모션 덕분에 실제 가격이 11달러 수준이었으니, 매진된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했죠. 그렇게 빠르게 보급되었고, 차츰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이 괜찮아지면서 출시 국가를 추가합니다.


크롬캐스트가 한국에 출시되었습니다. 아시아 지역 중 처음입니다.

국내 출시된 크롬캐스트는 미국처럼 넷플릭스를 이용할 순 없지만, 티빙과 호핀을 지원하여 국내 콘텐츠를 추가하였습니다. 그 밖에 구글 플레이에서 판매하는 영화와 유튜브도 크롬캐스트를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4만 5,000원으로 세금까지 계산해보았을 때 35달러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여전히 저렴한 가격입니다.

크롬캐스트 국내 출시는 소식이 전해진 후 실시간검색에 오를 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있지만, 국내 TV 시장과 방송 콘텐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주목받은 겁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기존 셋톱박스는 대개 통신사와 기존 방송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고, 복잡한 가입과 들쑥날쑥한 구독료, 그리고 가입을 빌미로 한 프로모션을 통한 유료 시청 유도나 사용성에서 좋은 경험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선택한 것은 TV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바쁜 현대 삶에 TV를 시청할 시간도 부족하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TV를 놓기보단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가능하며, 요금이나 유지비 등 저렴한 부분이 많다 보니, 특히 1인 가구를 중심으로 TV를 구매하지 않는 비중이 늘었습니다. 복잡한 절차도 필요 없고, 시간에 제약 없이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가 된 것입니다.

크롬캐스트는 해당 수요를 파고들 요소를 잔뜩 짊어지고 있습니다. 크롬캐스트가 국내에서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필자는 크롬캐스트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2010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3.9%를 차지합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2030년에는 전체 가구의 1/3이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나타납니다. 가족 해체가 늘어나면서 1인 가구 증가가 사회 문제로 거론되기도 하는데, 덕분에 가전의 동향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유지에 어려움이 없으며, 개인의 삶에 적합한 소형 가전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는데, 모니터 제품도 TV 튜너를 장착한 모델이 1인 가구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으로 수 년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콘텐츠는 즐기지만, 전통적인 TV, 그러니까 실시간 방송을 시청한다는 양식이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바뀌면서 TV와 모니터의 경계도 불분명해졌습니다.

결국에는 TV를 보지 않는다면 모니터와 결합한 제품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게 된 셈이죠. 실시간 방송을 하나하나 챙겨볼 수 없다면 차라리 더 좋은 단일 모니터를 통해 PC로 콘텐츠를 즐기는 편이 합리적이니까요.

이렇게 증가하는 1인 가구와 동향의 변화는 크롬캐스트를 돋보이게 합니다. 단지 HDMI 단자를 포함한 모니터와 크롬캐스트, 그리고 중계할 스마트폰만 있다면 기존 셋톱박스를 충분히 대체합니다. 누군가는 '굳이 스마트폰 영상을 귀찮게 크롬캐스트로 넘겨서 봐야 하느냐?'고 의문이 들겠지만, 사용성이나 비용에서 크롬캐스트가 합리적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얼마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내놓은 ‘TV 시청 중 매체 동시 이용 행태’ 보고서를 보면 TV를 시청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율이 전체 47.5%로 나타났습니다. 거의 절반이 TV를 시청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TV를 시청하면서 다른 매체를 이용하는 것이 방해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35.2%였습니다. 방해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유연하게 사용한다는 점은 TV 시청과 스마트폰을 뗄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고, 위 질문을 의미 없게 합니다.

크롬캐스트가 1인 가구를 파고들 여지의 폭은 넓습니다. 그 관심이 고스란히 크롬캐스트로 전달된다면, 마땅한 대항책이 많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크롬캐스트의 반응에 맞춰 OTT 제품의 국내 활성화도 진전될 것입니다.


당장은 티빙과 호핀만 지원하지만, 이후 푹, 올레 TV 모바일 등이 크롬캐스트를 지원하고 나선다면 현재 제공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부정적 의견도 맞설 수 있을 겁니다. 이는 기존 방송 업계도 점진적으로 대처해야 할 부분입니다.

크롬캐스트가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히 방송 콘텐츠를 장악만이 아니라 미러링을 활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윈도나 맥 등의 PC 환경에서도 크롬캐스트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생산성 활동에도 쓸 수 있다는 점이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휴대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필수품으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장점으로 하여금 보급을 통해 방송 콘텐츠에 영향을 끼칠 것을 내다봐야 하며,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국내 상황과 맞물려 크롬캐스트가 어떻게 정착해갈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