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Google

구글, 안드로이드 실버는 무엇인가?


 지난해 구글은 '구글 에디션'이라는 안드로이드 전략을 내걸었습니다. 기존에는 넥서스 브랜드로 순정 안드로이드를 시장에 내보냈지만, 하드웨어 제조사가 개발한 제품들 중 몇 가지를 선정하여 순정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구글 에디션을 따로 출시한 것입니다. 이는 순정 안드로이드가 매력이었던 넥서스 브랜드를 위협할만했고, 구글의 새로운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있었습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실버는 무엇인가?
 
 안드로이드 수장인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는 안드로이드를 공고히 하는 방법으로 파트너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협력하고, 그것을 통해 구글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드로이드만 고집하던 앤디 루빈(Andy Rubin)이 밀려난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구글 에디션을 안드로이드라는 배가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방향을 제시한 것과 같았습니다.
 
 


 지난달, 구글이 넥서스 단말기 개발을 중단하고, '안드로이드 실버(Andriod Silver)'라는 새로운 인증제를 도입할 거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안드로이드 실버는     구글에서 실시하는 인증제 개념으로 구글이 표준으로 만든 규격에 적합한 기기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텔이 2011년 정의한 울트라북은 '샌디브릿지 이상의 저전력 코어 프로세서', '14인치 미만은 18mm/14인치 이상은 21mm 이하', 'SSD 탑재' 등의 조건이 달렸고, 이를 충족해야만 울트라북이라 명할 수 있었습니다. 실버도 비슷하게 안드로이드 버전, 사양 등의 제한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실버에 대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지만, 구글의 최근 행보를 본다면 실버가 제조사를 압박할 인증제가 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구글은 2월에 '새로운 안드로이드 기기는 반드시 킷캣이 탑재되어야 한다.'면서 '2월부터 구글 안드로이드를 쓴 제품은 구글모바일서비스(GMS)를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주요 제조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더니 3월에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는데, 새롭게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제품은 'Powered by Android'라는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Powered by Android도  킷캣 탑재와 마찬가지로 거부하면 GMS를 사용할 수 없으며, 최신 안드로이드 제품들은 대부분 Powered by Android를 삽입하고 있습니다.
 
 이미 구글은 GMS의 지위를 이용해 제조사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증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주도권을 확실하게 구글 쪽으로 돌려놓겠다는 생각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실버가 어떤 인증제인지 예상하게 하는 실마리가 됩니다.
 
 


 '그럼 구글 에디션과 다른 것이 뭘까?'
 
 이미 구글은 구글 에디션을 통해 일종의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버라는 인증제를 새로 도입하는 것은 혼란을 줄 것처럼 보이는데, 이 둘은 조금 다릅니다.
 
 구글 에디션은 서드파티 업체가 시장에 판매하는 제품 중 구글이 선정하여 순정 안드로이드를 설치한 것이고, 실버는 구글이 정한 표준에 따라서 서드파티 업체가 제품을 제작하고, 인증을 받는 것입니다. 즉, 실버 인증을 받고자 하는 제품은 개발 과정부터 구글이 크게 개입하게 되는 겁니다.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실버 인증을 받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삼성과 HTC는 실버 인증에서 빠질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존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제품을 판매하기에 지장을 주진 않습니다. 그럼 실버의 의의에 의문이 들게 되는데,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지위를 넥서스로 회복하진 못했습니다. 구글은 묵묵히 안드로이드를 개발해왔지만, 오히려 제조사인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견인합니다.
 
 구글로서는 안드로이드의 지위가 구글에 있음을 알리고 싶을 것이며, Powered by Android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울트라북이라는 명칭을 제조사가 얻기 위한 것처럼, '구글이 인증한 제품',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고, 나아가 '구글이 있기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우수할 수 있다'는 걸 시장에 각인하기 위한 발판으로 실버라는 인증제를 택했습니다. 그게 이유입니다.
 
 당장 삼성과 HTC는 빠질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은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실버에 참여할 것이고, 이것이 발판이 되어 '구글이 인증한 제품이 우수한 제품'이라는 수식어가 생긴다면 구글은 실버의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될 겁니다.
 
 


 구글이 실버를 꺼내 든다는 건 위에서 설명한 이유도 있지만, 아마존 등 안드로이드를 개조하는 업체를 견재하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아마존은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킨들 파이어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구글이 아마존에 제재를 가할 순 없죠. 단지 인증제가 도입되면 경계를 구분할 수단을 마련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구분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이 인증받은 제품에 더욱 쏠릴 수 있으며, 제조사들이 실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인증을 받지 못하면 범위 안에서 배제되어 버릴 테니까요.
 
 물론 이 가능성은 실버가 제대로 동작했을 때 일입니다. 가령 실버 인증이 소비자에 효력이 없고, 이전처럼 제조사의 브랜드가 제품 검증의 최우선이라면 구글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진 못하겠죠.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브랜드를 실버를 통해 강화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