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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I/O 2014, 크롬과 안드로이드에 대한 고찰


 구글 내 크롬 팀과 안드로이드 팀의 견제는 상당히 유명한 소문이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수장인 앤디 루빈의 구글 내 지위가 높아지자 래리 페이지와 선다 피차이가 이끌던 크롬의 입지가 줄어들었고, 서로 불쾌한 사이였다는 것이었죠.
 


구글 I/O 2014, 크롬과 안드로이드에 대한 고찰
 
 사실 여부야 어쨌든 래리 페이지가 2011년 CEO로 복귀하면서 크롬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결국에는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에서 물러나면서 그 자리를 크롬의 수장이었던 선다 피차이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어 스트리밍 스틱의 이름조차 크롬 캐스트로 정하는 등 안드로이드에 밀렸던 크롬의 입지가 강화된 것은 분명합니다.
 
 


 구글은 연례행사인 구글 I/O 2014에서 안드로이드의 새 버전인 '안드로이드 L'과 '크롬과의 연계'를 설명했습니다.
 
 안드로이드 L은 ‘매터리얼 디자인(Material Design)’을 적용하여 외형과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개선했고, 애니메이션을 강화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잠금해제 기능을 선보였는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있다면 별도의 동작없이 전원을 켜는 것만으로 잠금이 해체됩니다.
 
 기조연설에서 선다 피차이는 '이 잠금해제 기능은 크롬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사용자가 크롬을 사용하기 위해 깨우면 자동으로 잠금이 해제되어 구글 계정과 연결되는 겁니다. 이미 비슷한 기능의 서드파티 앱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직접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연계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 밖에도 '앱 인덱싱(App Indexing)'을 통해 안드로이드의 앱 정보와 크롬의 웹 정보를 서로 연결합니다. 예를 들어, 크롬에서 검색한 레스토랑의 검색 결과를 안드로이드의 오픈테이블 앱에서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에서 받은 알림도 크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확대했습니다.
 
 또한, 크롬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몇몇 안드로이드 앱을 크롬용으로 끌어오는 것인데, 구글은 지난해 9월, 크롬북에 터치 인터페이스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터치 스크린을 탑재한 크롬북이 많이 출시되었습니다. 크롬북에 터치 스크린 기반의 안드로이드 앱이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크롬북의 폭을 넓히고, 터치 스크린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크롬과 안드로이드의 관계가 상당히 유연해졌습니다. 따로 놀던 이전과는 달리 서로 보완하고, 연계하려는 느낌을 I/O 2014에서 크게 받았는데, 비슷한 행보는 애플도 보였습니다.
 
 애플은 WWDC 2014에서 OS X과 iOS의 유기적인 통합을 선보였습니다. OS X과 iOS의 벽이 허물어져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크롬과 안드로이드의 관계를 OS X과 iOS처럼 보긴 어렵습니다. 크롬이 OS X처럼 고성능 컴퓨팅을 위한 제품도 아닐뿐더러 iOS가 OS X 기반인 것과 다르게 둘은 태생부터 다른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구글은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엮어내려는 것일까요?
 
 구글은 I/O 2014에서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는 I/O의 중심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이었다면, 올해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자동차 대시보드, TV에 이르기까지 안드로이드의 영역을 크게 확장했습니다. 기능적인 부분을 떠나서 구글이 생각하는 안드로이드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크롬은 전통적인 PC 형태로 머물러 있습니다.
 
 애플의 통합은 OS X과 iOS 간 같은 기능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맥에서든 아이폰에서든 최적의 사용자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유기적인 통합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반면, 구글이 보여주는 건 영역을 확장하는 안드로이드의 중심을 크롬이 잡아주면서 여러 안드로이드를 끌어당기는, 비유하자면 태양계와 같습니다.
 
 특히 앱 인덱싱은 안드로이드의 정보를 크롬으로 불러들이고, 다시 크롬의 정보를 안드로이드로 내보내도록 하는데, 안드로이드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크롬에서 자동차든 웨어러블 기기든 TV로든 정보를 내보낼 수 있게 되었고, 다시 정보들을 크롬으로 모이게 합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웨어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 플랫폼인 '구글 핏(Google Fit)'도 공개했는데, 이런 플랫폼조차 크롬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크롬북에 국한되지 않고, 크롬의 전방위적 전략에 따라서 크롬 웹 브라우저를 통해 다른 운영체제에서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치 그물망처럼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엮어내는, 애플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구글의 색이 잘 스며든 전략입니다.
 
 


 이로써 구글은 크롬이 실험적 단계에 머물지 않고, 안드로이드만 급성장하던 상황을 타개하여 양쪽의 균형을 맞추면서 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크롬과 안드로이드, 두 가지를 모두 피차이가 맡게 되면서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겠죠.
 
 물론 구글이 제시한 방법이 과연 시장에서 통할는지 예상하긴 쉽지 않습니다. 기존과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시할 것이고, 여기에 사용자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무엇보다 크롬의 위치를 사용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부터 진척이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웹 브라우저 혹은 저가 웹 PC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다만, 구글이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연결하고, 크롬의 접근성이 여느 플랫폼보다 높다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 봤을 때, 무시무시한 성과를 보이리라 필자는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