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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IBM, 왓슨이 미래일까?


 최근 개봉한 조니 뎁 주연의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는 '핀(Pinn)'이라고 하는 슈퍼컴퓨터에 과학자 윌의 뇌를 업로드하면서 벌어지는 인공지능 컴퓨터의 위협을 다루고 있습니다. 필자가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올렸던 것이 바로 IBM의 '왓슨(Watson)'입니다.
 


IBM, 왓슨이 미래일까?
 
 2011년, 왓슨은 유명 퀴즈쇼인 제퍼디에서 2명의 챔피언을 물리치고, 100만 달러의 상금을 획득했습니다. 왓슨이 제퍼디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질문을 검색하여 답을 내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내놓은 답에 대해 검토, 분석하고 지속해서 학습하여 결과를 찾아가는 인공지능 컴퓨팅이기 때문입니다.
 
 


 IBM은 인공지능 컴퓨팅 스타트업인 '코그니(Cognea)'를 인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코그니는 인공지능 컴퓨팅을 통해 모바일 기기로 비서 역할을 하는 서비스를 개발했으며, 마치 사용자와 대화를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IBM이 코그니를 인수한 이유는 다름 아닌 왓슨입니다. 왓슨은 작년부터 의료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폐암을 진단하고 치료방법에 대한 결정에 왓슨을 참여토록 한 것인데, 실제 종양 연구자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물론 왓슨의 결정을 무작정 신뢰하고 따라가서는 안 되겠지만, 조력자로 참여했을 때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입니다.
 
 IBM은 왓슨을 인지컴퓨팅으로 명명하였고, IBM이 인지컴퓨팅의 선도주자라고 밝혀왔습니다. 왓슨의 최종 목표는 왓슨이 사람에 근접한 이해력으로 질문을 생각하고, 분석하여 답을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트랜센던스에 등장한 인공지능의 위협이 왓슨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만큼 IBM의 목표는 아주 거대합니다.
 
 그런 왓슨이 모바일에서 사람과 비슷하게 작동하여 사용자와 대화하면서 던진 질문에 대해 분석하고, 답을 제시하는 미래를 코그니 인수가 방증한 것입니다. 문제는 '왓슨이 IBM의 미래가 될 수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트랜센던스처럼 위협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 왓슨이 분명 멋진 기술이긴 하지만, IBM이 구상하는 만큼 왓슨으로 차세대 컴퓨팅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탓입니다.
 
 


 IBM은 올해 1분기 23억 8,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의 30억 3,000만 달러에서 21.5% 줄어든 수치입니다. 매출도 4% 감소했고, 이 탓으로 IBM의 주식은 한때 휘청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습니다.
 
 그러자 CEO인 버지니아 로메티(Virginia Rometty)는 실적발표 전 각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IBM의 미래를 역설했습니다. 내용은 대개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2~3년 후의 IBM, 차세대 클라우드 컴퓨팅, 왓슨을 통한 인지컴퓨팅.
 
 IBM의 실적이 떨어진 이유는 하드웨어 사업 매출 감소에 있으며, 감소 폭을 줄이기 위해 올해 초 인원을 크게 감축하면서 체제 전환을 준비했지만, 실적은 좋지 못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중심으로 하려는 IBM에 당분간 벌어질 실적 감소는 이미 예상 범위였지만, 달리 말하면 왓슨이 IBM의 미래가 되지 못하면 IBM의 미래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왓슨이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수 있고,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획기적인 서비스가 될 수는 있겠지만, 기존 빅데이터 분석과 다른 것으로 인식하기는 개념이 너무 포괄적입니다. 수요자들이 왓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분석 환경을 2~3년 이내에 구축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마땅히 제대로 된 상품으로 고객들을 모으고 있는 게 아니라 몇몇 분야에 시험적으로 도입하는 수준이라 당장 떨어지는 실적을 왓슨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매진하는 건 도박에 가깝습니다.
 
 왓슨이 사업성을 가지고, IBM을 이끌어가려면 명확한 서비스여야 하고, 왓슨 기반의 서비스가 각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해낼 것인지 수요자들이 인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왓슨을 두루뭉술한 개념이 아닌 정의할 수 있는 무언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인지컴퓨팅이라는 명칭보다 가까워야 하고, 왓슨에 쉽게 접근토록 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IBM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BM 왓슨 모바일 개발자 대회'를 개최했고, 코그니 인수도 순서의 하나입니다. 문제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IBM은 왓슨을 미래로 생각하고 있으며,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IBM만의 생각일 뿐, 왓슨이 IBM의 밝은 미래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왓슨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면 하드웨어 사업을 거의 내려놓은 IBM이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왓슨에 거의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IBM의 어두운 미래까지함께 한다면 왓슨을 IBM의 미래라고 말할 수 있겠죠.
 
 IBM이 왓슨에게 묻는다면, '왓슨을 어떻게 이끌어내야 하는가?'하는 어려운 질문부터 던져놓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 질문의 답은 왓슨보다 IBM이 내놓는 것이 더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