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HP, 감원만 있고 성장은 없고


 HP는 지난해 12월,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접수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5,000명을 추가 감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2만 9,000명을 줄이기로 한 탓에 총 3만 4,000명이 HP를 떠나게 된 것입니다. 이는 HP 전체 직원의 약 10% 범위이며, 35억 달러 정도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누리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HP, 감원만 있고 성장은 없고
 
 대규모 감원을 결정하고, CEO인 멕 휘트먼(Meg Whitman)은 '더는 감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HP가 다시 도약하기 위한 몇 가지 발판도 제시했는데, 첫 번째가 3D 프린터였고, 두 번째가 윈도 7 제품 판매였습니다. HP는 당장 이들로 성과를 보긴 했습니다. 문제는 성과가 단말마와 같았다는 겁니다.
 
 


 22일, HP는 최대 1만 6,000명을 추가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3만 4,000명 감원을 단행했으니 대략 5만 명의 직원이 HP를 떠나며, 이는 HP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감원을 실행한 이유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HP의 여러 사업부 중 장기적으로 성장할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부분은 잘라낼 계획입니다.
 
 2014 회계연도 2분기 HP의 실적은 양호했습니다. PC 사업부는 7%의 성장을 보여 추락하던 HP를 감싸 안았고,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프린팅 사업부의 실적은 감소하긴 했지만, 수익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더 큰 감소 폭은 막아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감소하는 부분들만 잘라내면 HP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엔터프라이즈 부문은 더는 성장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HP의 최대 경쟁자인 레노버는 IBM의 x86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서버 시장의 일인자가 되었고, HP와의 격차를 크게 벌려놓았습니다. 사업을 지속했을 때 HP가 입을 손해를 생각해본다면 잘라내는 것이 옳은데, 그를 위한 감원이라면 그것만으로 수익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적어도 이번의 수익 개선이 감원 덕분에 얻은 결과는 아니며, 감원으로 감소 폭을 줄이는 효과는 보았지만, 여전히 살아남을 구명을 찾기에는 역부족인 HP입니다.
 
 


 PC 사업부가 7%의 성장을 보인 건 윈도 XP 지원 중단에 맞춰 실시한 윈도 7 PC 판매에 있습니다. HP는 윈도 8에 주력하다가 올해 1월, 다시 윈도 7 제품을 출시하였고, 태블릿 부문은 안드로이드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윈도 XP의 지원 중단이 이어졌는데, 윈도 8을 구매하지 않을 소비자들이 대거 HP의 윈도 7 신제품에 몰리면서 PC 사업부가 오랜만에 미소를 보인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PC 사업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고, 다시는 PC 시장에 폭발적인 수요를 맞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즉, PC 사업의 수익 개선이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와 구조조정 두 가지 영향을 동시에 받았다면, 완벽히 개선되었다고 볼 수 없고, PC 사업부조차 어렵다는 걸 방증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프린팅 사업부인데, HP가 3D 프린터로 반등을 노리겠다고 했고, 오는 6월에 컨슈머 시장을 겨냥한 3D 프린터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3D 프린터가 관심 분야이긴 하지만, HP가 생각하는 만큼 컨슈머 시장에서 수요를 만들어 보급하고, 거기서 얻은 이익으로 HP를 다시 성장토록 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HP가 앞서 3D 프린터 가정 보급에 앞장 서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3D 프린터의 분야가 시제품을 생산하는 것 외 활용 방안을 늘려가면서 포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탓에 기존 3D 프린터 업체들도 소비자들의 여러 동향을 맞추기 위해 본격적인 보급은 뒤로 밀어두었습니다. 그런데 후발 주자인 HP가 앞서 나갈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이것을 HP의 성장 요소라고 말한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그러니 실적 개선은 순전히 감원에 의한 것이며, 감원 외 다른 성장 요소를 찾기란 어렵습니다. 감원만 있고, 성장은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감원만이 HP의 생명줄이며, 현재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결정입니다. 그리고 1만 6,000명을 추가 감원한 것은 이밖에 선택지가 마땅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지난달에는 뇌물 비리 사건에 책임으로 1억 8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연방 검찰청과 계약하기 위해 200만 달러의 뇌물을 썼고, 멕시코의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Pemex)와 소프트웨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100만 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품이 아닌 뇌물로 사업을 유지하면서 이마저도 직원 감원에서 나온 비용으로 채워넣고 있다는 점은 HP가 성장에 안중도 없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제대로 된 성장 활로를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76년 HP의 말로를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