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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테슬라, 신용 등급 강등이 어설픈 이유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해 4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가장 주목받은 종목이 테슬라이기도 한데, 관련주까지 함께 가치가 상승하면서 '테슬라 효과'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최근 내림세를 보이면서 가치 상승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테슬라, 신용 등급 강등이 어설픈 이유
 
 테슬라는 지난 3월, '기가 팩토리 건설 계획'을 발표했는데, 2020년까지 50억 달러를 투자하여 500~1,000에이커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계획 발표 후 주가는 한때 265달러 수준까지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4월부터 주가가 심각하게 내려갔는데, 이유는 '굳이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음에도 무리한 투자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전기차 업체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인 테슬라를 몰아넣었고, 전기차 자체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테슬라의 신용 등급을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했습니다. 이유는 '테슬라가 자동차 시장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다.'는 것으로 테슬라의 실적만 보더라도 적자 상태인데, 무리하게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투자 비용을 늘려나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또한, 제품이 한정적이고, 주력 모델인 모델S만이 전기차라는 이유로 주목받았을 뿐 이후 상황도 비슷하게 흘러가리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강등의 근거였습니다.
 
 S&P의 말에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큰 배경을 보면 단지 '전기차 업체'인 탓에 강등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달 중순 도요타는 테슬라와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계약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도요타의 전기파인 RAV4 2,500대에 부품을 공급한다는 것으로 계약 만기 시점이 다가온 것인데, RAV4의 판매량이 저조하여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전기차 생산 자체를 중단하기로 하고, 수소연료전지차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으로 돌아섰습니다.
 
 미래 에너지 대책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인데, 둘 다 아직 별다른 효과를 보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고군분투하는 테슬라도 적자인데, 도요타가 전기차 생산에서 이탈해버렸으니 테슬라는 아군을 잃은 셈입니다. 거기다 현대는 이달부터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인 투싼ix를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쟁이 심화할 텐데, 전기차 쪽의 중심이 테슬라이고, 수소연료전지차를 밀고 오는 업체는 기존의 자동차 업체로서 경쟁했을 때 테슬라가 전기차만으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게 S&P의 강등 이유로 밝힌 근거의 골자입니다.
 
 그러니까 테슬라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전기차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비관하여 테슬라의 신용 등급을 강등한 것이죠.
 
 


 물론 산업 자체가 위협받으면 해당 산업이 주력인 업체는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그런 관전에서 본다면 테슬라의 강등은 설득력을 얻겠지만, 중요한 건 테슬라는 여전히 성장 중인 상황이고, 그 어느 전기차 업체보다 공격적인 전기차 보급에 성공했다는 사실입니다. 모델S가 인기가 없어서 적자가 났다? 그보다 긴 시간 전기차가 보급되기 어려웠던 효율, 인프라, 정체성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는 것이 테슬라입니다.
 
 수소연료전지차가 갑작스럽게 주목받으니 상태가 좋지 않고, 무리한 투자까지 하는 전기차의 테슬라가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애초에 테슬라가 안정적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들은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줄줄이 도산했으며, 테슬라는 단지 전기차 혁신을 위한 투자와 행동을 살아남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테슬라의 가치, 테슬라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이유도 거기에 있으며, 단순히 '전기차가 미래다!'라는 포괄적인 산업 개념으로 테슬라를 바라보는 투자자는 없다는 겁니다. 만약 그랬다면 전기차 업체들이 도산할 때 이미 테슬라에서 손을 뗐어야겠죠.
 
 그리고 테슬라의 경쟁력은 전기 에너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복합 기술이 자동차를 통해 구현될 것'이라는 '혁신성'에서 나옵니다. 일례로 얼마 전, 구글이 새로운 무인 자동차를 선보였는데, 해당 차량은 오로지 전기로 작동했고, 운전대가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테슬라에 거는 기대도 이와 비슷합니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 개발이 수년이 걸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테슬라가 전기차를 통해 자동차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테슬라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야 합니다.
 
 그저 전기차의 경쟁력만 가지고, 테슬라를 평가한다는 건 상당히 어설픕니다. 테슬라는 'S&P는 테슬라가 가진 앞으로의 성장 계획에 대해 의견을 묻지도 않고, 강등 결정을 했다.'면서 비판했습니다.
 
 


 파나소닉은 26일, '테슬라의 기가 팩토리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조건은 '파나소닉이 단독 배터리 공급사가 되는 것'으로 예상 투자 비용인 50억 달러 중 20억 달러를 보충하겠다는 건 테슬라에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입니다.
 
 테슬라가 제안을 받아들일지, 다른 방안을 모색할지 알 수는 없지만, 덕분에 테슬라의 주가는 다시 200달러 선을 회복하면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기가 팩토리 건설에 청신호가 들어온 것만으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는 건 아직 테슬라를 지켜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투자 부적격을 받은 직후 주가가 올랐다는 점은 투자자들은 S&P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며, 테슬라는 여전히 기회를 가진 자동차 업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