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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스냅챗, 서비스를 재구성해야 한다


 한마디로 스냅챗은 완전히 망했습니다. 그나마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사를 받고, 20년 동안 정부의 감시를 받는 조건에 합의한 끔찍했던 5월보단 6월에 사용자들의 마음을 살짝 돌려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조차 스냅챗을 이전처럼 멋져 보이는 스타트업으로 보이게 만들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시험받고 있죠.
 


스냅챗, 서비스를 재구성해야 한다
 
 지난 5월 말에는 스냅챗 CEO인 에반 스피겔(Evan Spiegel)이 대학 시절 친구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여성을 비하하거나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아주 상스러운 것들로 스피겔은 자신이 나빴다면서 성명서를 언론에 보냈습니다. 문제는 앞서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논란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답변을 하여 여론이 좋지 않았는데, 이전부터 인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연결되어 스냅챗 자체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버렸다는 겁니다.
 
 


 다른 문제들도 있겠지만, 최고경영자의 잘못된 판단과 질타받을 만한 과거가 서비스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5월보다 6월에 나아진 것이라면 '정부의 감시를 받게 된 것이 오히려 스냅챗을 믿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일부 여론이 형성되면서인데, 딱히 스냅챗의 경쟁력에 영향을 끼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페이스북은 스냅챗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슬링샷(Slingshot)'을 공개했습니다. 이전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게시물을 삭제해주던 '포크(Poke)'를 종료한 뒤 한 달 만입니다. 다만, 페이스북이 공식적으로 슬링샷을 들고 나온 건 아닙니다. 앱스토어에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진 것으로 페이스북은 이를 실수하고 인정하면서 수일 내 앱을 정식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슬링샷은 스냅챗처럼 사진이나 동영상을 상대방이 확인하면 자동으로 삭제하는 기능을 하며, 대신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상대방에게 꼭 답장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어쨌든 스냅챗과 비슷하면서 페이스북 계정을 그대로 이행할 수 있고, 출시가 코앞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스냅챗에 아주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인데, 일각에서는 '차라리 일이 이렇게 되기 전에 페이스북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인수한다고 해서 스냅챗이 나은 상황이 되었으리라 판단할 순 없겠지만, 지금으로선 아까운 제안이 되어버린 건 맞는 말입니다. 슬링샷의 출현으로 스냅챗의 차별성도 사라졌고, 스피겔의 만행으로 흠집도 생겼으니까요. 이것들이 맞물려 스냅챗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회원 수가 늘고 있다거나 페이스북보다 10대 유입이 많다거나 여타 메시지 서비스와 달리 개인정보를 보호해준다는 것으로 더는 스냅챗이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스냅챗의 현재 가치는 약 2~3조 원 수준인데, 이 가치가 '10초 뒤 메시지가 삭제된다.'는 것과 위에서 말한 페이스북보다 10대에 인기가 있다는 점 등으로 평가받은 것인데, 그것들이 스냅챗의 경쟁력을 대변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건 스냅챗의 높은 가치조차 거품이 되었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완전히 꺼져버렸다기보다는 스냅챗이 과연 다시 자신만의 가치고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인지의 시험받는 기간이라는 거죠, 그럼 어떻게 다시 가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그 어떤 것보다 스냅챗은 서비스 초기부터 지적되어 온 디자인 개선이나 인터페이스 향상에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외형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슬링샷을 스냅챗과 차별화하기 위해 고민한 것처럼 스냅챗도 더는 자동으로 삭제되는 기능 자체에 집중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유명 IT 블로거인 로이 머독(Roy Murdock)의 글을 소개했는데, 그는 '스냅챗의 가치는 0달러.'라면서 '메시지를 삭제하는 기능 자체에 큰 가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그 상황이 현재 벌어지고 있으며, 스냅챗이 이를 타파하려면 서비스 자체를 재구성하여 전혀 다른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만 머독이 말한 것처럼 0달러의 가치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 개선과 인터페이스 향상, 이 두 가지가 핵심이고, 더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갖추거나 삭제에 대한 선택권이나 콘텐츠의 확대, 혹은 다른 서비스와 연계하여 스냅챗의 확장을 통한 플랫폼 전략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스냅챗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럼에도 스냅챗의 잔혹한 6월은 진행형입니다. 잔혹한 7월, 8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이죠. 그도 그럴 것이 스냅챗이 더 확장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여건이나 투자 상황이 좋지 못하고, 설사 짜내어 낸다고 해도 실패는 곧장 스냅챗의 가치를 미끄럼틀에 태워버릴 것입니다.
 
 돌아갈 길도 없지만, 나아가지 못하면 머물 곳도 없는 것이 현재의 스냅챗이며, 한동안 이 같은 중압감이 스냅챗을 압박한 겁니다.
 
 당장은 많은 문제를 일으킨 스피겔에 대한 여론의 반응부터 처리할 필요가 있고, 스냅챗이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력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