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ATM 윈도 교체, 은행들의 대처가 바보 같은 이유


 윈도 XP의 지원은 종료되었지만, 여전히 이 문제는 진행형입니다. 국내 XP 점유율은 여전히 10%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한국 MS는 아예 '윈도 XP 탈출'이라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상위 윈도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 제품 할인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 시장과 별개로 교체가 진행 중인 곳이 ATM입니다.
 


ATM 윈도 교체, 은행들의 대처가 바보 같은 이유
 
 필자는 이미 윈도를 사용한 ATM의 보안 문제를 지적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적하든, 하지 않든 어차피 교체해야 할 지점에 있었기에 은행들은 당연하게도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들의 대처법은 '어째서 저렇게밖에 하지 못할까?' 싶을 만큼 멍청한 수준입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ATM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위 윈도로 업그레이드가 어려운 구형은 본체까지 통째로 업그레이드 해야하지만, 교체가 가능한 ATM은 윈도 7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입니다. '왜 윈도 8이 아닌 윈도 7인가?' 싶은데, 구형이 본체까지 교체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윈도 8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신형을 개발하고, 교체하기보다 당장은 윈도 7으로 교체하는 쪽이 더 절약적이니 말이죠.
 
 그런데 이 교체 비용만 하더라도 만만치 않고, 교체 기간도 1~2년은 걸립니다. 무엇보다 2020년에 윈도 7의 기술지원도 종료할 예정이라 교체한 ATM을 길어야 6년밖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결국에는 다시 교체 작업을 수년에 걸쳐 진행해야겠죠.
 
 이렇게 반복적으로 교체 비용을 들어가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리눅스로 교체하라.'고 입을 모읍니다. 분명히 괜찮은 대안이고, 필자도 만약 은행들이 정신만 차린다면 제대로 개발팀을 꾸리고, 지원을 확대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현재 은행들의 대처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애초에 뭔가 하지도 않으면서 '절약'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아주 바보 같다는 겁니다.
 
 


 윈도 XP의 지원을 종료한다고 예고했던 건 새해 인사 보내던 올해 초가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종료를 예고했었고, 이마저도 연장했던 참인데, 그렇다면 ATM 교체 부분에서도 미리 대처법을 강구했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럼에도 지원 종료가 완료된 시점에 부랴부랴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이마저도 구멍만 막아놓는 식입니다.
 
 그리고 은행들이 내놓은 해법은 'ATM을 없애버리는 것'으로 아주 단순 무식의 결정체입니다. 통계를 보면 KB, 우리, 신한, 하나, 외환, 기업 은행의 CD/ATM의 수는 3월 기준으로 2만 6,110개이며, 이는 2009년의 3만 2,902개보다 20.6% 감소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교체해야 할 ATM 자체를 줄여 교체할 부분까지 상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수를 줄이는 것이 윈도 탓인 건 아닙니다. 은행들의 주장을 빌리자면, ATM의 수익성이 악화했으며, 스마트폰을 이용한 은행 업무가 대중화되면서 ATM으로 흑자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사용은 줄어드는데, 유지/보수 비용은 유지해야 하니 ATM의 수를 줄이는 것이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ATM의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한 것은 은행 탓입니다. 아니, 유지/보수를 제대로 한 적이 있기나 한지 묻고 싶습니다.
 
 이 유지/보수 비용에 당연히 소프트웨어, 그러니까 윈도 부분도 포함되어 있고, 이밖에 관리 인력으로 들어가는 비용 등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윈도 7으로 교체하고 있는 현재 상황만 보더라도 엉성하고, ATM 자체를 줄여버리는 것으로 윈도 7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는 기기도 교체가 아닌 폐기 하도록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은행 창구의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늘린 ATM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수만 무작정 늘렸으면서 '수익이 나질 않으니 줄인다.'거나 '남아 있는 ATM의 유지/보수는 절약하겠다'는 것이 푼돈에 얼마나 미쳐 날뛰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6년 뒤 어차피 다시 교체해야 할 윈도 7을 도입하고 있는 것도 '6년 뒤 ATM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나 '그 때 가서 해결할 것' 같은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되었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교체하고 있다면서도 아직도 제대로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건 '제대로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할 줄 모르는 것'. 즉, 멍청하다는 소리입니다.
 
 


 ATM을 줄인다지만, 결국에는 ATM이 필요합니다. 혹은 미래에 수가 훨씬 더 불어날지도 모릅니다. ATM을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많다는 겁니다. 물론 이것이 성립하려면 그만큼 ATM에 투자해야겠지만, ATM 자체의 경쟁력이 상실했다고 말하는 은행들을 보자면 아주 먼 훗날의 일이 될 것입니다.
 
 리눅스를 기반으로 개발팀에 투자하거나 계속해서 윈도를 사서 쓸 생각이라면 장기적인 교체 계획을 세우거나 그것도 아니면 자체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상관 없습니다. 가령 기존 ATM의 사용자 경험을 뛰어넘는 ATM을 개발한다면 그것이 경쟁력이고, 해당 은행만의 독보적인 것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윈도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버벅이고 있는 게 현 실정입니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조금 더 작게 보면, 보안이 가장 중요한 금융 서비스 기업이 보안에 투자하지 않고, 하더라도 전혀 혁신할 생각도 없다는 건 수십 년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닌 겨우 1~2년에 목숨 거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이는 기술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영적인 면까지 ATM의 윈도 교체만 하는 것으로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필자가 조언하자면,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ATM이라는 기술 분야를 끌어들이기보다는 차라리 인력이나 더 충원해서 피 빨아 먹는 게 더 어울립니다. 그런 걸 훨씬 잘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