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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넷플릭스, 버라이즌-컴캐스트와 날선 공방


 망 중립성 논란이 다시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정책 개정안을 가결 처리하면서 망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자의 설전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FCC는 4개월간 의견을 수렴하여 새 정책의 결정할 예정입니다. 남은 4개월 동안 망 사업자는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콘텐츠 사업자는 막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합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버라이즌과 컴캐스트를 상대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버라이즌-컴캐스트와 날선 공방
 
 개정안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콘텐츠 사업자가 추가 비용을 망 사업자에게 내면, 해당 사업자의 서비스에 더 빠른 인터넷 망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지난 2월, 컴캐스트와 협약을 체결하여 망 사용료를 일부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도 4월에는 버라이즌과 똑같은 협약을 체결합니다. 하지만 5월부터 이들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고, 넷플릭스는 공격적으로 대처하기 이르렀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습니다. 협약을 체결하여 돈을 지급하기로 했으면서 망 중립성 문제에 대항하여 칼을 뽑아들았다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개정안의 골자는 넷플릭스가 버라이즌, 컴캐스트와 체결한 협약과 흡사합니다. 어째서 넷플릭스는 공격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상황만 보면 넷플릭스가 변심한 것 같지만, 실은 협약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달랐던 것에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영상을 끊김 없이 전송하기 위해 더 빠른 인터넷 망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망 사업자가 이를 진행하는 모습이 더뎌보였고, 나은 서비스 제공과 망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투자 개념으로 협약을 진행했습니다. 자사의 이익 추구와 일종의 공익성에서 발생하는 이미지도 챙길 생각이었죠. 망 중립성에 무릎 꿇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FCC는 협약과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고, 여기에 영향을 준 것이 넷플릭스라는 의견이 나타납니다. 당연히 이를 찬성하고 나설 컴캐스트와 버라이즌도 넷플릭스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의도와 달리 망 중립성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로 불거지자 협약을 뒤로 하고, 버라이즌과 컴캐스트를 공격하고 나선 것입니다. 실제 이 협약은 망 중립성 논란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자체 전송 솔루션을 원활히 풀기 위해 망 사업자의 네트워크 도움이 필요했고, 여기에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망 중립성 논란을 정면으로 대면하는 사건은 아닙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고객들에게 '버라이즌 탓에 네트워크가 혼잡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불을 짚혔습니다. 버라이즌은 '망이 혼잡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라면서 '동영상 품질 저하는 넷플릭스의 문제.'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에 중단 요청 서한을 보냈고, '버라이즌 탓이라는 증거를 5일 안으로 제출하라.'고 전해 긴장감을 고조시켰습니다. 자칫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상황인데, 넷플릭스도 큰 불만이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 자사 블로그를 통해 네트워크 속도 변화에 대한 내용을 게시했습니다. 해당 내용을 보면 협약을 체결한 뒤 컴캐스트 망을 통한 스트리밍 속도가 체결하기 전인 1월보다 65%나 향상된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돈을 쥐어주자마자 속도를 올린 것인데, 뒤집어 생각하면 망 사업자가 네트워크 속도에 심각하게 관여하고 있고, 제대로 분배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분명 비용 지급으로 속도가 오르긴 했지만, 협약 주체가 여전히 망 사업에 있다는 것과 추가 비용을 거두기 위해 언제든 조정할 수 있다는 건 넷플릭스를 분노하게 합니다.
 
 넷플릭스는 이후 지속적으로 네트워크 상황을 사용자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이같은 행보는 카카오가 보이스톡 서비스를 실시한 후 통신사의 압박이 오자 '카카오톡 기상도'라는 네트워크 상황을 일정 기간 보고하던 것과 비슷합니다. 넷플릭스가 얻고자 하는 효과도 카카오톡 기상도와 같은데, 넷플릭스와 버라이즌, 컴캐스트의 협약이 망 중립성 논란과 거리가 있지만, 망 사업자가 망 제공을 주도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에 맞도록 주무르고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강조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망 사업자가 악질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면, 4개월 뒤에 있을 FCC의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망 사용 주도권을 나눌 수 있을 것이란 넷플릭스의 계산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투자가 망 중립성 논란에 끼어드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한 발판임을 주장하고 싶은 겁니다.
 
 그도 그럴것이 넷플릭스는 지난 4월부터 4K 스트리밍을 시작했고, 컴캐스트와 버라이즌과의 협약도 이들과 사용자들을 직접 연결하여 4K 스트리밍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FCC의 개정안 가결 처리는 협약과는 상관없이 주권을 망 사업자로 돌리는 것임을 넷플릭스가 파악했으니 망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버라이즌, 컴캐스트와 법정공방으로 이어질지 모를 줄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넷플릭스의 사업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망 중립성 논란을 끄집어 내어 지켜내고자 함은 분명합니다. 망 사업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지만, 넷플릭스의 행보가 FCC의 결정에 영향을 끼칠 것은 다분합니다. 물론 나쁜 쪽으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지만요.
 
 


 코드 콘퍼런스에 참여한 넷플릭스 CEO 리드 헤스팅스는 이러한 공방에 대해 역설했고,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미국의 인터넷 속도가 형편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만약 FCC의 결정이 망 중립성을 지키는 쪽으로 흘러간다면 넷플릭스는 투자의 개념으로 망 투자를 할 수 있고, 미국 통신 시장에 진출한 소프트뱅크도 망 확장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망을 자신들만의 자산으로 여기고, 마르지 않는 우물을 만들려는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겠죠.
 
 이 공방이 국내 망 중립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하는 기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헛소리할 시간에 자신들도 미디어 사업을 하고 있음을 인지하길 바라며, FCC가 올바른 결정을 할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