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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토종 앱 마켓이 존재하긴 했는가?


 애플과 구글 덕분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급물살을 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쉽게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서 탭 한 번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개발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대박 개발자도 여러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었죠.
 


토종 앱 마켓이 존재하긴 했는가?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앱스토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고, 이전 통신사들의 콘텐츠 마켓과는 달리 훨씬 광범위한 애플리케이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애플 주도의 iOS와 구글 주도의 안드로이드가 그만큼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고, 그걸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토종 앱 마켓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 '토종 앱 마켓이 외산 앱 마켓이 밀려 위기다.'라는 식의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게재되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이런 내용의 기사들이 올라오는 것도 이상한데, '토종 앱 마켓'이라는 기묘한 용어를 꼭 빠뜨리지 않는다는 점은 의아합니다. 과연 토종 앱 마켓이라는 게 존재하긴 했었나요?
 
 이들 기사가 주장하는 토종 앱 마켓은 티스토어나 올레마켓, U+ 스토어, 삼성앱스, LG 스마트월드, 네이버 앱스토어 등을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들을 토종 앱 마켓이라고 얘기할만한 근거가 존재하나요? 사실상 이들은 있으나 마나 한, 그저 숟가락만 걸친 아무런 경쟁력 없는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애초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는 국내 애플리케이션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포함하여 훨씬 풍족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와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쉽게 글로벌 진출을 할 수 있는 창구입니다. 개발자와 소비자가 이 창구를 통해 대면하게 되고, 덕분에 국내 서비스들의 해외 진출이나 해외 서비스의 국내 진출이 더 활발해질 수 있었죠.
 
 그런데 토종 앱 마켓이라고 주장하는 항목들은 전혀 그런 부분을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삼성앱스가 제품에 기본 탑재되면서 나름 글로벌 경쟁력을 지녔다고 할 순 있겠지만, 나머지 중 특히 통신사들이 내놓은 것들은 개발자가 해당 마켓 플레이스에 참여해야 할 이유조차 없는 데다 참여한다고 해서 돌아올 이득이 크지 않습니다. 이는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가 국내 앱 시장을 잠식한 탓이 아니라 처음부터 경쟁력 없는 걸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는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꾸준히 해왔던 것이 '플랫폼의 확장'입니다. iOS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자사의 플랫폼 전략을 공고히 하고, 거기에 개발자와 소비자를 끌어들여 앱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죠. 만약 그런 행보가 없었다면 기존 PDA 애플리케이션 시장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애플과 구글은 자사의 플랫폼을 제고하려고 여러 가지를 합니다. 먼저 둘 다 자체 운영체제를 확보합니다.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확장해나간다는 전략이죠. 그리고 애플은 현재 방식의 앱스토어를 선점했고, 개발자에게 판매액의 70%를 돌리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뒤쫓아온 구글은 통신사와 협의하여 앱 판매 수익의 일부를 통신사에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토종 앱 마켓이라는 존재들은 무엇을 했나요? 운영체제를 만들었나요? 현재 방식의 앱스토어를 구상하긴 했나요? 개발자와 수익을 나누려고 시도했었나요? 그저 뜨는 시장이 발견되고, 밥그릇을 빼앗길 처지에 놓이자 부랴부랴 개방한다는 안드로이드에 안착했을 뿐입니다. 그마저도 처음에는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의 수익까지 통신사와 나누던 상황이었고, 이걸 얼싸 좋다고 받아먹던 게 통신사입니다. 삼성도 나름 바다 OS나 지금은 타이젠을 시도하고 있지만, 삼성앱스만 놓고 본다면 안드로이드와 붙어서 고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러니까 타이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죠.
 
 핵심은 토종 앱 마켓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불공정하고, 역차별당하며, 외산 앱 마켓이 밀리고 있다는 주장을 기사화한다는 건 기자의 자질을 의심해봐야 하고, 남의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걸 이제 와서 밥상까지 내놓으라고 말하는 적반하장은 어처구니없는 소리입니다.
 
 토종 앱 마켓이라는 건 존재하질 않습니다. 그런 걸 한 적이 없기 때문이죠. 단지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기만 한다고 해서 플랫폼이 되고, 플랫폼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지속해서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조화를 이뤘을 때, 불평불만이라도 하길 바랍니다.
 
 


 이를 두고, 국산이니 외산이니 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애플과 구글이 장터를 열어젖힌 덕분에 어쨌든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도 늘어날 수 있었고, 제2의 벤처 붐이라고 할 만큼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활기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게 자연스럽게 이뤄진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WIPI 시절로 돌아가자고 해도 불만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활기가 돌아왔기에 통신사든 삼성이든 네이버든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며, 토종 앱 마켓이라는 건 존재하질 않으므로 제대로 된 표현을 해야 할 것입니다.
 
 기생충이나 스캐빈저 정도가 적당하며, 이조차 후한 표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