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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태블릿 시장, 완숙기로 접어들다


 스마트폰 다음 먹거리라는 태블릿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지 4년 차입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기반이 있었기에 고속 성장이 가능했던 것인데, 제품의 포지셔닝 상 1인 1스마트폰처럼 전체 소비자 시장을 당겨올 만한 요소가 부족했던 탓에 초기 수요를 제외한 나머지까지 파고들진 못했습니다. 그만큼 성장세도 줄어들었죠.
 


태블릿 시장, 완숙기로 접어들다
 
 스마트폰은 연 한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출하량이 19억 대 수준입니다. 반면, 태블릿은 14%대 성장률이지만, 출하량 3억 대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탓에 불꽃 튀었던 태블릿 시장으로 보기보단 완숙기에 접어든 채 어디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 지켜보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시장분석업체 NPD 디스플레이서치(NPD DisplaySearch)는 보고서를 통해 '태블릿 시장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출하량도 5,600만 대로 소폭 감소한 수치를 기록합니다. 아이패드가 본격적으로 판매된 시점임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자료를 보면 11인치 이상 제품의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7.9인치 이하 제품의 판매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7.9인치에서 줄어든 수치가 8~10인치대 태블릿에 적용됩니다.
 
 NPD의 히사카루 토리 부사장은 '태블릿의 교체 주기가 스마트폰보다 길고, 5인치 이상 패블릿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소형 태블릿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는데, 삼성은 아예 7인치의 스마트폰까지 내놓았으니 감소한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에 NPD는 2014년 태블릿 예상 출하량을 2억 8,500만 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성장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가트너는 이보다 낮은 2억 563만 대를 예상하면서 2015년에는 3억 2,10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태블릿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게 되면 연 출하량이 5억 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초, IHS가 2017년 태블릿 출하량이 5억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 대조됩니다.
 
 단기간이지만, 크게 쌓아올린 시장 덕분에 빠르게 미끌어 내리진 않을 테고, 마땅히 태블릿을 대체할 제품도 없으나 완숙기에 접어든 만큼 제조사들은 과도기적 접근보다는 시장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샤오미는 초저가 전략으로 태블릿 시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샤오미의 태블릿 제품인 '미패드(Mi PAD)'는 24만 원 수준의 가격에 2.2GHz 테그라 K1 프로세서, 7.9인치 2048x1536 해상도 디스플레이, 안드로이드 4.4, 2GB 메모리, 6,700mAh 배터리,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를 제공합니다. 미패드는 출시한지 4분 만에 한정 물량인 5만 대를 모두 판매했는데, 가격만 보면 손해 보고 장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콘텐츠 사업에도 투자하면서 중국 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플러리의 보고서를 보면, 중국에서 샤오미 사용자들이 아이폰 사용자보다 7% 이상 더 많은 시간에 앱을 활용하는 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품질에서 평가가 좋다는 것과 판매량이 우수하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한 콘텐츠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태블릿에 적용해본다면 샤오미가 저가 전략으로 어떤 이득을 취하려 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여전히 아이패드와 자사의 스마트폰인 아이폰, 그리고 PC 라인인 맥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판매량을 묶어두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NPD의 토리 부사장의 말처럼 태블릿의 교체 주기는 스마트폰보다 길고, PC의 교체 주기도 태블릿보다 훨씬 길죠. 소비자가 제품을 교체해야만 매출이 상승하는데, 그것을 과도기적 접근으로 대처할 수 없다면 각 제품 라인을 연결하여 교체 주기를 맞추는 방법은 상당히 이상적입니다. 예를 들어 평균 2~3년 만에 교체하는 스마트폰과 3~4년 만에 교체하는 태블릿을 소비자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만 소비하게 되었을 때, 주기를 교차하여 빠져나가는 걸 방지할 수 있죠.
 
 그래서 애플은 자사 제품 간의 통합에 주력하고, WWDC 2014에서는 서로 간의 기능을 연계하여 각 제품의 특징에 따라서 사용을 유도하도록 강화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거나 혹은 맥 사용자라면 아이패드가 더 끌릴 수 있는 제품이고, 그만큼 교체 주기를 교차할 가능성을 늘릴 수 있게 됩니다.
 
 MS의 서피스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진 않지만, 완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서피스는 여전히 생산성에 중점을 둔 태블릿으로 인식되며, 태블릿이 주춤하는 사이에도 랩톱 시장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태블릿 탓에 미니 노트북 시장이 축소되면서 고급 랩톱 시장만 살아남은 것입니다. 대신 미니 노트북 계열이 간단한 생산성을 위한 제품으로 수요를 챙겨왔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엔터테인먼트 적인 제품보다 미니 노트북 대용의 태블릿을 찾는 사용자라면 서피스는 꽤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물론 미니 노트북보다 가격이야 높지만, 고급 노트북 시장만 살아남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90만 원대 후반으로 태블릿의 가벼움과 생산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은 이후 경쟁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상당히 큽니다. 랩톱의 판매량은 당분간 계속 떨어질 테니 말이죠.
 
 


 일각에서는 시장조사업체들의 분석보다 더 빠르게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패블릿의 성장이나 새로운 대체제의 등장만 있다면 태블릿 시장이 랩톱보다도 이른 시일 안에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한 명의 소비자가 하나의 모바일 기기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는 순간 태블릿이라는 제품군은 어중간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대체재가 마련되지 않았고, 11인치 이상 태블릿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패블릿의 성장이 태블릿 시장 전체를 방해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므로 언급한 샤오미나 애플, MS는 나름의 전략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전략이 전부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태블릿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 되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