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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위싱턴포스트가 기술 업체로 변신하는 이유


 사실 미디어 업체가 기술 업체가 된 건 오래전 일입니다. 되레 기술과 동떨어질수록 경영 악화로 이어졌고, 덕분에 기술 분야에서 더딘 미디어 매체보다 기술 업체가 미디어 사업에 뛰어드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기에 워싱턴포스트의 기술 업체 전향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위싱턴포스트가 기술 업체로 변신하는 이유
 
 다만, 워싱턴포스트가 어떤 기술 업체가 될 것인지는 얘기할만합니다. 기술을 이용한 미디어 접근 방식은 다양하고, 워싱턴포스트는 어떤 방식을 택하여 이익 창출과 미디어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지 풀어내는 것만으로 미디어 산업의 흐름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via_The Tamparefinery


 지난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2억 5,000만 달러로 워싱턴포스트를 개인 회사로 사들였습니다. 굉장히 놀랄만한 소식이었는데, 워싱턴포스트는 매출 하락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그 탓으로 경영에도 심각한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확실한 자금줄과 로드맵이 필요했고, 그런 상황에서 베조스가 나선 것입니다.
 
 Financial Times는 '워싱턴포스트가 자체 개발한 콘텐츠관리도구(CMS) 라이선스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대개 광고로 수익을 내는 미디어 매체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겠다는 건 특이합니다. 미디어 산업에 API 사업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조금씩 보이고 있으나 이번 워싱턴포스트의 결단처럼 적극적이었던 적은 없었죠.
 
 특히 CMS는 자사 콘텐츠를 관리하기 위한 구실로서 자사 경쟁력과 직결하도록 따로 공개하거나 판매하진 않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로써 기술 업체로 한 발 내디뎠지만, CMS를 판매하는 방법을 제시했는가의 해답은 따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via_QZ


 먼저 CMS 판매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요? 웹 미디어가 발달하여 매체는 늘었지만, 기술적인 접근과 관리의 발전은 느립니다. 이유는 편집국 인력과 기술 인력을 나누어야 하는 탓에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이 한정적이고, 광고가 주 수입원인 미디어가 이를 감당하여 기술 인력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 없는 탓입니다. 콘텐츠 품질의 확보도 중요하니까요.
 
 반면,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후 개발자를 더 충원하였습니다. 현재 225명의 개발자가 워싱턴포스트에서 근무 중인데, 여느 기술 업체와 비교해도 꽤 큰 규모입니다. 물론 인원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다른 미디어 매체가 시도할 수 없는 다양한 것을 워싱턴포스트가 시도할 준비는 되었다는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워싱턴포스트가 시도하는 새로운 것들을 기술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도 다른 미디어 업체를 구매하여 쓸 수 있습니다. 특히 주요 미디어만 자체적으로 마련했던 CMS를 워싱턴포스트가 제공하면서 기술 지원까지 한다는 건 상당한 매력을 지닌 것이죠.
 
 또한, 이런 기술 접근은 앞으로 네이티브 광고의 외부 노출을 늘릴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광고를 유통하고, 라이선스 사용자는 광고 노출의 대가로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등 사업 활로를 다양하게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치 인쇄 기술이 발달했던 것처럼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시도는 미디어와 기술 산업의 연관성을 생각해보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고, 디지털, 웹 미디어가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봐도 워싱턴포스트에 긍정적인 효과와 미디어 기술 산업을 주도할 여지를 남기도록 하는 겁니다.
 
 미디어 생태계를 지탱하고, 기술 발전을 지향하는 지점에서 워싱턴포스트가 수익 모델을 찾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워싱턴포스트가 기술 업체로 변신해야 한 명백한 이유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미디어 업체가 변해야 할 지점과 지향해야 하는바, 그리고 방법에 대해서 말이죠.
 
 

via_Fast Company


 현재 워싱턴포스트를 CMS 라이선스 제공을 시험하기 위해 예일대, 컬럼비아대, 메릴랜드대에 CMS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다른 대학교나 기관의 CMS 수요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게 시작입니다.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할 당시에도 기술의 중요도를 매우 강조했습니다. '미디어 산업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지만, 인터넷에 대해선 좀 알고 있다.'고 말이죠. 그리고 워싱턴포스트의 사장인 스티브 힐(Steve Hill)은 '단기적으로나 중기적으로나 디지털 부문이 자생하기 전까지 종이 신문이 이익을 낼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디지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사내 분위기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조한 것을 보기 좋게 실현했고, 남은 건 베조스의 시도가 미디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입니다. 적어도 워싱턴포스트는 기술 업체가 되었으며, 우린 그 지점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