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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스캐너블로 본 에버노트의 미래


 에버노트는 2013년부터 하드웨어 사업을 시작했고, PFU와 협력한 스캐너인 '스캔스냅(Scansnap)'을 선보였습니다. 간단하게 스캔한 문서를 에버노트와 연동하여 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하여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우수한 결합을 잘 보여줬습니다.
 


스캐너블로 본 에버노트의 미래
 
 에버노트의 장점이라면 간단한 정리 방식과 여러 서비스와 쉽게 연동한다는 점에 있을 겁니다. 에버노트는 본래 이런 연동을 다른 앱에서 가져오고자 했습니다. 패널티메이트(Penultimate)나 스키치(Skitch)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소프트웨어만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기에 한계가 있음을 이해한 후 내놓은 하드웨어 중 하나가 스캔스냅이었습니다.
 
 


 에버노트가 오랜만에 새로운 앱을 내놓았습니다. 문서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촬영하는 스캔 앱 '스캐너블(Scannable)'입니다. 현재 iOS 버전만 출시했고, 안드로이드 버전은 개발 중입니다.
 
 스캐너블의 작동 방식은 다른 스캔 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앱을 실행하면 즉시 카메라가 동작하여 문서를 탐색하고, 문서의 가장자리를 감지해서 인식하면 촬영하여 복사본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저장합니다. 단점이라면 부가 기능이 매우 부실한데, 자르기와 회전 외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고로 촬영한 문서가 희미하게 편집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다시 촬영해야 합니다.
 
 대신 자동 보정 기능은 탁월해서 어두운 환경에서 촬영한 문서로 잘 나타내며, 무엇보다 빠릅니다. 대부분 스캔 앱이 여러 기능을 포함하면서 상당히 무거워진 것과 다르게 스캐너블은 대단히 가볍고, 빠르게 스캔 작업을 처리합니다. 실행하면 곧장 스캔 작업과 공유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그럼 빠른 스캔 작업만을 위해서 스캐너블을 출시했을까요? 스캐너블은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스캔스냅과 연결하여 스캔 작업을 처리하는 기능입니다.
 
 스캐너블을 실행하면 오른쪽 위에 스캔스냅과 연결할 수 있는 버튼이 있고, 버튼을 누르면 무성 공유기와 연결한 스캔스냅을 탐색합니다. 그리고 연결을 완료하면 스캔스냅에 스캔 작업 명령을 할 수 있으며, 완료한 문서는 스캐너블에 차례대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앱의 기능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연결한 기능마저 매우 직관적이죠.
 
 


 에버노트가 이렇게 직관적인 스캔 앱을 내놓은 이유는 당연히 플랫폼 강화에 두고 있습니다. 단지 그 방식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가 있는데, 에버노트는 모든 스캔 작업과 인식 기능을 스캐너블에 밀어 넣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스캐너블의 기능은 사실 에버노트에 이미 있습니다. 문서나 명함 등을 촬영하는 기능이 에버노트 카메라 기능에 있으면서 자동 인식도 가능합니다. 스캐너블처럼 자동 인식 범위를 보여주진 않지만, 문서를 촬영하면 자동으로 문서만 인식하고, 2013년에는 3M과 제휴하여 포스트잇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정사각형의 촬영 옵션도 제공합니다. 스캐너블은 에버노트에 있는 기능을 별개의 앱으로 만든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스캐너블이 직관적인가 하면 앱을 하나 더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에버노트 내 기능보다 직관성은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에버노트는 스캐너블을 출시했죠.
 
 지난해 3M은 포스트잇을 인식하여 저장하는 앱을 따로 출시했습니다. 덕분에 에버노트를 이용하지 않는 포스트잇 사용자는 3M의 포스트잇 앱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합니다. 그리고 포스트잇에만 집중할 수 없는 에버노트와 달리 포스트잇을 정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풍부하게 탑재했습니다. 공유 기능을 이용한다면 에버노트 사용자도 에버노트 내 기능보다 편하게 이용하고, 에버노트로 공유하면 그만이죠.
 
 에버노트가 스캐너블을 내놓은 이유는 에버노트에 기능을 집중하여 무거운 앱을 만들지 않고, 에버노트의 장점인 여러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 서비스로 자체 기능 활용을 줄이기보단 직접 별도 앱을 만들어 연동을 늘리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에버노트의 전체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며, 에버노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스캐너블을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앞으로 에버노트를 이용할 여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또한, 스캔스냅과의 연동도 본래 에버노트에 있던 것이지만, 스캐너블로 옮겨놓으면서 스캔스냅의 기능을 돋보이게 하고, 스캔 기능에 집중하여 문서를 디지털로 옮기는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만약 에버노트에 스캔 기능을 부풀리려고 했다면 에버노트는 심각하게 무거워지고, 본래 기능과 장점에 집중할 수 없었겠죠. 앱을 분리한 덕분에 충분한 공간이 생겼고, 에버노트의 플랫폼도 한층 더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스캐너블은 막 출시한 앱인 만큼 단점으로 꼽히는 수정 기능의 포함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스캐너블의 여타 스캔 앱과의 경쟁력이며, 그 경쟁력을 토대로 에버노트의 플랫폼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는 에버노트의 경쟁력이 아니라 스캐너블의 독립적인 경쟁력으로 확장 폭을 넓히는 것이므로 스캐너블이 더 발전할 것임을 방증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스캔스냅과의 연동을 생각할 때, 또는 앞선 패널티메이트와 조트 스크립트 에버노트 에디션 스타일러스(Jot Script Evernote Edition Stylus)의 연동에서 에버노트가 하드웨어와 함께 연동할 수 있는 앱을 꾸준히 내놓고, 이를 에버노트와 연결할 시도를 지속해서 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에버노트의 필 리빈(Phil Libin)은 2년 전, '3~5년 후에는 스스로 하드웨어를 제작할 준비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르면 내년부터 에버노트가 자체 제작한 하드웨어를 만나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스캐너블은 스캔스냅뿐만 아니라 스캐너블의 기능과 연결할 다양한 방식의 스캐너를 만들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리빈이 말한 준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며, 에버노트가 스캐너블 이후 내놓을 앱이 아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