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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넷플릭스, 콘텐츠 제작 투자의 3가지 함정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직접 제작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자 스트리밍 업체의 생존 방법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령 훌루(Hulu)는 본래 미디어 업체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만든 회사이고, HBO는 자체 콘텐츠를 방영하기 위한 방송 채널이지만, 넷플릭스는 반대로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유통에서 제작까지 손을 댄 사례입니다.
 


넷플릭스, 콘텐츠 제작 투자의 3가지 함정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은 아직 순조롭습니다. 모든 콘텐츠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스트리밍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여기에 고급 콘텐츠를 제작, 독점한 시너지가 효과를 보면서 지난 분기 동안 43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난해 확보한 회원의 33%가 3개월 만에 늘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이 회원들을 붙잡고자 넷플릭스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계획입니다.
 
 


 제니 캐피털 마켓(Janney Capital Markets ; JCM)은 넷플릭스가 2016년까지 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며, ESPN 다음으로 큰 콘텐츠 사업자가 될 것으로 전망한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보고서는 넷플릭스가 지난해 HBO나 아마존 등의 업체가 콘텐츠에 쓴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리라 예상했습니다.
 
 실제 좋은 성적도 거두었기에 투자금을 확대하여 콘텐츠에서 이익을 확대하는 건 넷플릭스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합니다. 스트리밍이라는 분야만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는 없으니까요. 지난 분기 증가한 430만 명의 회원은 하우스 오브 카드의 새 시즌과 마르코 폴로 덕분이고, 작년 3분기는 204만 명에 머물렀으니 콘텐츠로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분명해 보이죠.
 
 그렇다면 꾸준히 콘텐츠를 늘리는 것으로 넷플릭스는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요?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넷플릭스의 주가는 26%가량 떨어졌습니다. 매출은 증가했으나 가입자 증가율이 떨어진 게 문제였던 것입니다. 그러더니 4분기 주요 콘텐츠의 선전으로 가입자가 증가하자 주가도 다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에 콘텐츠가 끼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콘텐츠 영향력이 넷플릭스의 상황을 악화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더 많은 투자를 할수록 양날의 검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입니다. 필자는 넷플릭스 콘텐츠 투자의 함정 3가지를 꼽아봤습니다.
 
 


 첫 번째는 '경쟁사'입니다. 3분기 실적 발표 후 넷플릭스 주가가 내려간 이유는 인기 채널 HBO의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 선언도 이유였습니다. 이제 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넷플릭스와 다르게 HBO는 이미 40여 개국에 진출했으며, 왕좌의게임, 뉴스룸, 섹스 앤 더 시티를 비롯한 고급 콘텐츠를 다수 확보하고 있습니다.
 
 물론 거대 경쟁사의 스트리밍 진출이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투자하는 함정의 하나라는 건 아닙니다. 단지 충분한 생태계를 지닌 HBO를 콘텐츠만으로 따라잡으려는 게 넷플릭스이고, HBO는 스트리밍 환경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송출할 수 있는 여건과 유료 회원을 확보한 탓에 여유가 있으며, 탄탄한 콘텐츠 라인으로 스트리밍이 곁가지이지만, 넷플릭스는 오직 스트리밍에 집중해야 하기에 HBO 곁가지만으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게 넷플릭스라는 것이죠.
 
 여태 스트리밍 시장의 대표 주자로 있었으나 기존 콘텐츠 업체들의 스트리밍 진출이 가속했을 때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이라는 경쟁력 대신 콘텐츠 경쟁력만으로 대결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넷플릭스와 똑같은 지점에서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하지 않기에 결과적으로 콘텐츠 영향력에 매달리는 건 넷플릭스의 정체성을 무뎌지게 할 여지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플랫폼'입니다. 현재 넷플릭스 플랫폼은 아직 탄탄합니다.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과 비교해서 부족하지 않고, 온갖 기기나 서비스에 넷플릭스가 들어앉으면서 실시간 방송을 대체하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영상 스트리밍 영역 외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은 아닙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으로 영상 스트리밍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책, 게임 등의 콘텐츠와 셋톱박스인 파이어 TV, 스틱형인 파이어 TV 스틱, 그리고 태블릿인 킨들 파이어 등 하드웨어 생산으로 콘텐츠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토대로 프라임 구독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당장 아마존 프라임으로 영상 스트리밍을 즐기지 않는 고객이 있더라도 스트리밍 영향력이 커질 때 포함할 수 있는 잠재 고객이며, 그렇기에 아마존도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으나 넷플릭스만큼 콘텐츠 사업에 급하게 나서진 않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극장과 동시에 어디서든 영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를 골자로 극장과 스트리밍 동시 상영을 목표하여 극장가와 마찰을 빚고 있지만, 아마존은 극장 우선 개봉에 저예산의 독립 영화에 집중하고, 작품성을 통해 영화제 출품 등으로 성과를 내는 걸 목표하여 상업 영화의 흥행을 통해 가입자를 최대한 모아야 하는 넷플릭스보다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플랫폼이 느슨한 탓에 콘텐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세 번째는 '고립'입니다. 넷플릭스는 고급 콘텐츠를 독점하여 구독자를 끌어들인 생각이지만, 이런 전략은 이전에도 있던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소니나 닌텐도가 그렇죠. 넷플릭스가 닌텐도처럼 보인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 넷플릭스의 전략은 스트리밍 판을 키우는 데 도움은 되고 있으나 넷플릭스가 성장하기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상기한 2가지를 보면 넷플릭스는 유리이자 양날의 검입니다. 즉, 스트리밍이 완전히 뿌리 박히지 않은 시점의 성과이지 미래 방송 시장을 스트리밍이 장악했을 때 넷플릭스가 현재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겁니다. 넷플릭스와 똑같이 콘텐츠로 승부를 겨룰 경쟁사의 스트리밍 진출과 영상 외 내세울 게 없는 플랫폼 구조가 마냥 독점 콘텐츠로 승승장구할 기회를 가져다주진 않을 테죠.
 
 꼭 콘텐츠 판권을 팔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독점 콘텐츠가 경쟁력으로 고립하면 더 큰 플랫폼, 가령 복합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에 넷플릭스가 영상 관련으로 입점해야만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독점 콘텐츠의 지위는 무너지게 됩니다. 혹은 영상 외 다른 경쟁력을 지닌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겁니다. 실상 스트리밍 시장이 아직 고착화 단계에 있지 않고, 기존 플랫폼 강자인 구글이나 애플도 스트리밍 시장을 노리는 데다 이들은 콘텐츠 제작보다는 독점 공개 방식으로 대처하고자 하므로 콘텐츠 확보에서 직접 제작하려 달려드는 넷플릭스보다 비용을 적게 씁니다.
 
 흥행과 넷플릭스 성적, 그리고 독점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수익 구조에 고립했을 때 콘텐츠 제작 투자 비용을 고스란히 거둘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것이죠.
 
 


 현재 넷플릭스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을 손을 놓아서는 안 되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콘텐츠만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기는 안정적이지 않은 것도 명백합니다. 앞서 말한 닌텐도는 그나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내세우므로 다른 플랫폼 규모가 커짐에도 사업을 유지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닙니다.
 
 1~2년 후면 넷플릭스를 성장하는 시장에 편승한 기업으로 평가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넷플릭스가 DVD 대여점이었던 시절 경쟁자였던 블록버스터는 스트리밍 흐름을 타지 못한 채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 이행을 성공적으로 해냈죠. 그렇다면 이제 새로울 가능성에 다시 뛰어들 수 있어야 합니다. 콘텐츠 제작에 들인 투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