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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스와치, '스마트워치? 우리는 시계 회사다.'


 스와치 그룹은 이름만으로 시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세계적인 시계 제조 업체로서 다양한 브랜드와 유통 라인으로 소비자를 맞추는 만능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워치에 관심이 쏠리면서 시계 시장이 변하고 있고, 기존 시계 업체들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와치, '스마트워치? 우리는 시계 회사다.'
 
 스마트워치가 기존 시계 수요가 아닌 잠재적인 시계 수요를 끌어들일 실마리가 되리라는 기대와 기존 시계 시장은 그대로 머물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실상 손목에 착용할 것은 어느 쪽이든 하나이기에 잠재적인 수요라고 하더라도 기존 시계 업체들이 쉽게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스마트워치 보급이 활발해지고, 초기 시계로 스마트워치를 선택하여 익숙해진 소비자가 스마트워치가 아닌 기존 시계의 수요가 되어 돌아가는 것보다 기존 시계 착용자가 스마트워치 사용자가 되는 것이 훨씬 쉬워 보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세계 최대 시계 그룹인 스와치의 결정은 여러모로 관심사였습니다. 여러 시계 업체들이 스마트워치에 대응 전략을 세우거나  아예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고, 무시하고 넘어가긴 어려우니 방안을 슬슬 드러내야 할 시점이었죠.
 
 스와치는 지난달, 비치 발리볼을 위한 시계인 '스와치 터치 제로 원(Swatch Touch Zero One)'을 선보였습니다. 스와치는 딱히 이 제품을 스마트워치라고 얘기하지 않았지만, 피트니스 추적과 비치 발리볼 특화 기능, 그리고 iOS와 안드로이드 앱으로 추적한 데이터를 전송하는 등 여타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 밴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스와치 터치(Swatch Touch)'라는 제로 원의 전신인 제품은 2011년에 등장했으니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건 스와치는 제로 원에 피트니스 기능을 강조하면서도 기존 시계임을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그건 스와치가 기술 업체들의 스마트워치에 기존 시계 업체로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명백히 밝히는 의미키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스와치는 5월부터 여러 시계 라인에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보도들을 보면 NFC 기술을 탑재하여 비접촉식 결제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며, 블루투스를 이용한 데이터 연동 기능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스와치 CEO 닉 하이에크(Nick Hayek)는 '우리는 당신 손목에 찰 작은 휴대 전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via_Tages-Anzeiger


 NFC나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다는 점에서 다른 스마트워치처럼 스와치도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는가 싶지만, 스와치는 스마트워치라고 표현하지 않으면서 기존 스와치의 제품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만 할 뿐인, 말하자면 제품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계가 기술적으로 발전하는 것에 골자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는 업체들과 정반대의 접근으로 기술 업체들이 기술 제품과 시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아닌 '스와치지만, 발전한 스와치'를 내세우면서 기존 스와치 고객과 잠재적인 스마트워치 고객까지 함께 당겨내겠다는 포석이죠.
 
 하이에크는 '우리는 시계에 영리한 기능을 탑재하는 데 세계적으로 뛰어나며, 소비자 가전 회사가 아니다.'라면서 '경쟁자들이 시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이고, 애플은 이곳에 뛰어들었다. 그건 매우 좋고, 축하한다.'고 말했습니다.
 
 스마트워치로 시계 시장이 커지는 것이 좋고, 그것이 시계에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주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입니다. 또한, 앞서 내놓은 제로 원은 흑백 스크린에 기능을 최소화하여 수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그건 기능에 치중하여 시계 본연의 기능을 악화한 기존 스마트워치와 다르게 기존 시계가 가진 장점과 특징을 유지하면서 기능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방증하여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폰'을 만들 생각이 아님을 확실히 전달했습니다.
 
 이후 스와치가 내놓는 제품들은 기존 시계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NFC를 통한 결제, 제로 원처럼 블루투스를 이용한 피트니스 연동, 그리고 BBC에 따르면 뉴스 갱신이나 메시지, 다른 알림을 표시하는 데 블루투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알림은 터치 모델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며, 대신 결제와 피트니스는 기존 라인에 포함하는 쪽을 예상합니다. 중요한 건 스와치 제품으로서 품질을 보증받을 수 있고, 긴 수명의 배터리와 시계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지 않을 채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포함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스마트워치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시계 업체들이 잠재 수요와 기존 고객을 빼앗길 것에 대한 우려를 스와치를 스마트워치 시장에 커진 곳에서 기회를 찾는 쪽으로 바꿔 놓았죠. 딱히 많은 기능을 내세운 건 아니지만, 핵심은 '스와치는 시계 회사다.'라는 것이며, 시계 회사로서 새로운 기회의 단초를 제시했다는 데 있습니다.
 
 


 태그호이어(TAG Heuer)가 스마트워치 출시를 예고로 시계 업체들의 스마트워치 진입이 당연한 것처럼 흘러가는 분위기였으나 스와치의 행보는 이런 분위기를 반전하기에 충분한 지점이 되었습니다.
 
 성공적일지 두고 봐야겠으나 어쨌든 스마트워치에 스마트워치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계의 가치에 회의감을 품지 않게 하면서 기존 시계의 발전 단계에 디지털을 포함하기로 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것이죠.
 
 적어도 스마트워치에 대한 회의감 중 '신제품이 등장했을 때 기술 지원'이나 '가치의 소멸' 등에서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게 했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스마트폰의 형태를 시계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시계 자체로서 제품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 예를 들면 제로 원은 수개월 배터리를 쓸 수 있지만, 일체형 배터리로 교환이 필요한 데, 그것처럼 NFC나 블루투스, 나아가 차량 키 센서 등의 기술 지원을 시계의 배터리를 교환하듯이 지원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은 스마트워치 업체들과 다른 차별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로썬 스와치가 손목시계 본연의 모습을 유지한 채 앞으로 어떤 기능들을 추가하여 기존 시계 고객을 만족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방향은 나쁘지 않지만, 스마트워치에 몰리는 서드파티 개발자들까지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것이 기존 시계 업체와 스마트워치 업체의 경쟁을 지켜볼 경계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