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스퀘어, '$ 캐시태그'로 노리는 것


 새로운 송금 서비스의 등장이 예전이라면 신기했겠지만, 요즘은 하루가 지나면 생겨나는 통에 누가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는지 적어놓아야 할 판입니다. 특히 각종 메신저가 송금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기존 고객들을 기반으로 치열해졌기에 송금 방식보다 메신저 간 경쟁이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퀘어, '$ 캐시태그'로 노리는 것
 
 스퀘어는 2013년 10월부터 '스퀘어 캐시(Square Cash)'라는 이메일 송금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방법은 매우 간단한 데, 앱이나 서비스 페이지에 접속하지 않아도 원래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으로 보내는 이와 스퀘어 계정을 추가하여 제목에 금액만 입력하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죠.
 
 


 메신저 앱들이 송금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타격을 입은 건 스퀘어나 페이팔 등 기존 서비스 업체들입니다. 메신저를 이용하면서 이메일 전송과 비슷한 수준의 간편함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이메일 사용보다 개인화한 메신저의 사용이 송금에 더 적합하게 인식되는 탓에 사업 모델을 잃어버릴 상황이 된 겁니다.
 
 그래서 스퀘어는 2가지 긴급 조치를 마련했습니다. 하나는 스냅챗과 제휴하여 스냅챗에 송금 서비스를 내장하는 것이었고, 하나는 친구를 초대하여 스퀘어 캐시 설치를 유도하면 5달러를 지급하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스퀘어의 이런 대응은 매우 빠른 것이었는데, 메신저로 전송하는 서비스가 그리 확산하지 않은 시점에서 스퀘어가 빠르게 스냅챗과 손잡고, 스냅챗은 선점한 축에 속합니다. 덕분에 미국 내에서는 페이팔과 스냅챗의 경쟁 구도를 생기기도 했습니다. 다만 스냅챗 송금 이용자를 늘린 건 좋았으나 스퀘어 캐시 이용자를 늘리지 못한 탓에 초대 유도를 시작한 겁니다.
 
 즉, 메신저로 송금하는 이용자를 스냅챗과의 제휴로 묶어두고, 스퀘어 캐시 이용자는 따로 모으는 전략인 셈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면 스냅챗과의 제휴는 꽤 성공적이었으나 스퀘어 캐시로의 유도로 송금 이용자를 폭발적으로 끌어모으진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스퀘어는 $ 캐시태그($ Cashtags)라는 새로운 기능을 스퀘어 캐시에 추가했습니다. 스퀘어 캐시가 이메일로 송금하는 방법이었다면 캐시태그는 태그로 송금 페이지를 만들어 돈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Macgallery'라는 태그를 설정하면 'Cash.me/#Macgallery'라는 URL이 생성되고, 해당 URL로 접속하면 금액과 카드 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간단한 페이지가 나타납니다. 보내는 사람은 항목을 입력한 후 'Pay' 버튼만 누르면 태그 생성자의 계좌로 금액이 전달됩니다.
 
 활용 방법은 매우 많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하더라도 중고 거래 시 계좌번호가 아닌 태그를 전달할 수 있고, 축의금이나 입장료, 숙박비, 예약비 등을 지급하는 데도 유용할 것입니다. 또한, 캐시태그를 이용한 기부도 가능한데, 현재 위키피디아프로덕트 레드의 태그가 생성된 상태입니다. cash.me/$wikipediacash.me/$red로 접속하면 캐시태그의 송금 방법이 얼마나 간단한가를 알 수 있고, 기부해볼 수도 있습니다.
 
 스퀘어가 캐시태그로 노리는 것을 따지기 전에 캐시태그를 활용할 방안이 많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서비스입니다. 태그를 생성하는 게 아주 쉬운 데다 기존 스퀘어 캐시 사용자가 접근하기에 유용하다는 것이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을 가진 서비스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퀘어가 캐시태그로 좀 더 큰 그림을 그린다는 점이 중요하단 거죠. 스퀘어는 개인 간에는 무료지만, 캐시태그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면 1.5%의 거래 수수료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캐시태그로 이익을 내긴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단지 방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보내는 쪽보다 받는 쪽에 치중한 서비스로서 실상 받는 사람이 태그만 설정하면 보내는 사람은 스퀘어에 가입하지 않아도 송금할 수 있습니다. 쌍방이어야 하는 메신저나 기타 서비스의 송금보다 간소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량으로 송금받기에도 경쟁 서비스보다 적절한 모델입니다.
 
 그러니까 스퀘어는 여타 서비스처럼 개인 간 거래에 큰 비중을 둘 생각이 없습니다. 되레 스냅챗과 제휴하여 개인 간 송금의 점유율을 앗아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송금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생성하는 것으로 개인 간 거래만 아니라 대규모 거래에서 미리 파이를 챙기는 걸 선택한 겁니다.
 
 경쟁 서비스들이 막 송금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판을 키우고 있으나 특히 메신저 기반의 송금 서비스는 메신저 이용자 사이에서 거래가 발생해야 하고, 송금하고자 하는 이용자가 해당 메신저를 이용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어차피 각 서비스들이 연동하여 송금될 가능성은 아직 없고, 그건 치열해진 경쟁에도 틈새가 있음을 말해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서비스가 시장에 정착하면서 틈새를 채우는 방안을 서서히 마련했겠지만, 스퀘어는 이메일 송금의 파이를 메신저에 빼앗기는 것을 내버려 두고, 틈새를 노리고자 캐시태그를 내놓은 겁니다. 처음부터 비즈니스 수수료를 책정해두고 말입니다. 또 메신저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의 송금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기에 태그라는 가상 계좌로 범용성을 높여서 다른 플랫폼에 언제든 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송금 서비스들이 어떻게 확장하더라도 범용성을 무기로 생존 가능성을 올려놓은 거죠.


 


 
 캐시태그는 기존 스퀘어 캐시 사용자와 함께 스퀘어 가맹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경쟁 서비스들이 작은 파이라도 더 먹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상황에서 이미 쌓아둔 기반을 두어 송금 서비스 파이를 유지하려는 스퀘어의 비상함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그저 우려가 있다면 빠지지 않는 보안과 범죄에 대한 우려입니다. 스퀘어는 카드 번호를 저장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태그만 생성해두면 그곳에 지급할 수 있어서 마약 거래 등에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금으로 이용한다는 것뿐 거래 방식이 비트코인을 연상하게 한다는 건 여러모로 스퀘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될 겁니다.
 
 그러나 적어도 스퀘어가 메신저 앱을 만들지 않아도 될만한 방안을 선보였다는 건 송금 서비스 경쟁에서 흥미롭게 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