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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블랙베리, 정상 궤도에 오르다


 최근까지 블랙베리가 레노버나 삼성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블랙베리가 쉽게 넘어갈 만큼 경영 상황이 악화한 상태는 아닙니다. 반대로 충분한 회복기를 거쳤고, 체제 전환에 힘을 쏟으면서 블랙베리의 포지셔닝을 독보적으로 잡아내고 있습니다.
 


블랙베리, 정상 궤도에 오르다
 
 블랙베리는 지난해 물리 키보드를 탑재한 패스포트와 클래식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했고, 업무용 소프트웨어의 개발로 단말기를 특화했습니다. 적은 네이티브 앱은 안드로이드로 대처하고 있지만, 강력한 자체 기능으로 만족도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사업에 포함하면서 동향도 놓치지 않고 있죠.
 
 


 28일, 블랙베리는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블랙베리는 6억 6,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나 줄었습니다. 그러나 2,8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하여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줄어든 매출보다 사업을 통해 이익을 냈다는 게 중요한 것이죠.
 
 매출 추이를 보면 여전히 하드웨어 사업이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부문이나 소프트웨어 매출이 6,7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20%나 올랐습니다. 이는 전체 매출의 10% 수준이지만, 하드웨어 매출을 유지한다면 소프트웨어 매출 상승이 순이익을 늘릴 방안이 될 수 있기에 블랙베리에 희망적인 부분입니다.
 
 그러나 의심이 생기는 건 하드웨어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여지를 줄 앱 생태계가 안드로이드에 고립한 상황이므로 일반 소비자가 우선 선택하기 어려운 포지셔닝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소프트웨어 부문이 성장하더라도 하드웨어 매출이 떨어진다면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없겠죠.
 
 하지만 그러기에 블랙베리는 하드웨어 사업 비중을 크게 키우고 있진 않습니다. MWC에서 5인치 스마트폰인 '리프(Leap)'를 발표했으나 낮은 사양에 275달러의 저가 제품이었습니다. 안드로이드나 아이폰과 경쟁하기보다는 가격으로 시장에 대응하려는 모습으로 하드웨어 사업만 보면 무게감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블랙베리가 정상 궤도에 다시 올랐다고 봅니다.
 
 


 블랙베리 CEO 존 첸은 '보안 솔루션 고객이 2,200개 사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고객이 적당히 많으니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건 아닙니다.
 
 블랙베리의 기업 솔루션 사업은 크로스 플랫폼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EEM(Enterprise Media Manager)인 'BES12'는 iOS, 안드로이드, 윈도폰, 블랙베리 단말기를 관리할 수 있는 보안 솔루션으로 블랙베리 소프트웨어 부문의 핵심입니다. 첸이 얘기한 보안 솔루션 고객이 BES12의 고객을 의미하는데, BYOD 등의 동향에 모두 대응하여 직원과 기업 만족도를 동시에 챙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략의 핵심은 엔터프라이즈 앱에 있습니다. BES12 고객이라면 대응하는 엔터프라이즈 앱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보안을 강화할 수 있으며, 앱도 iOS나 안드로이드를 지원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겠지만, 직원들의 개인 단말기를 이용하는 BYOD 대응에 수월하면서 엔터프라이즈 앱이 업무에 도움되고, 스마트폰의 업무 활용 비중이 높아지면 사용자는 높아진 비중을 스마트폰을 고르는 데 중요한 선택지로 삼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블랙베리의 스마트폰을 구매하지는 않겠으나 블랙베리가 단말기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탓에 기업들은 CYOD(Choose Your Own Device)를 실행하기 수월해졌습니다. BYOD를 병행하되 CYOD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이 회사가 권하는 스마트폰 중 선택하여 통신비나 기술 지원을 받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BES12를 도입한 기업으로서는 저렴한 블랙베리 단말기를 CYOD 프로그램에 적용하기 쉽고, BES12와 엔터프라이즈 앱으로 스마트폰의 업무 활용이 높아진 직원이 CYOD 프로그램에 따라서 블랙베리 기기를 선택할 가능성도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블랙베리는 자사 스마트폰과 PC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는 '블랙베리 블렌드(BlackBerry Blend)'라는 소프트웨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블랙베리 기기를 선택하게 되면 BES12와 엔터프라이즈 앱에 추가로 업무 효율을 올릴 수단을 마련하게 됩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기기로 보이지 않겠지만, 기업 시장에서는 사양이 떨어지더라도 업무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면 기업이 도입하기 수월하고, 직원이 선택하도록 유도할 방안이 되므로 소프트웨어 매출이 증가한다는 점이 실질적으로 하드웨어 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거죠.
 
 


 당연하게도 블랙베리가 계속해서 하드웨어 부문을 중저가 제품으로 꾸리고 나갈 수는 없습니다. 수요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단말기가 필요한 시점이 꼭 올 것입니다. 단지 이조차 블랙베리의 소프트웨어 부문, 즉, BES12와 엔터프라이즈 앱이 블랙베리 기기의 가치를 올려놓았을 때 얘기입니다.
 
 그만큼 현재 블랙베리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도가 이전보다 높아졌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고착화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블랙베리의 미래를 책임질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는 건 명백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블랙베리를 파악할 때 눈여겨봐야 하는 건 블랙베리가 지속해서 내놓는 소프트웨어 제품이 블랙베리 가치를 얼마나 올려놓고 있는가이며, 이것이 실제 기업 시장 사용자들이 블랙베리를 충분히 활용할만한 기기로 판단할 성질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블랙베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전략의 방향을 어느 쪽에 두어야 하는지 실적으로 방증하였기에 충분히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고 필자는 평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