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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자율 주행 차량,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부터 선행할 것


 자율 주행 차량이 실제 도로를 시험적으로 달리고 있지만, 완전한 자율 주행 차량의 등장까지 수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모든 도로를 완벽하게 달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운전자가 잠깐 딴짓을 해도 되는 상황까지는 당장 오지 않는다는 거죠.
 


자율 주행 차량,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부터 선행할 것
 
 하지만 대부분 기술이 그렇듯이 갑자기 나타나서 세상을 한꺼번에 바꾸진 않습니다. 서서히 발전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단지 '그렇다면 서서히 발전할 자율 주행 차량 상용화의 첫머리는 무엇인가?'인데, 자동 주차 기능도 등장했으니 '주차!'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는 '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주, 필자는 '포드의 눈길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라는 글을 통해서 좋지 않은 기상 상황에서 자동차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여 자율 주행하는 기술에 대해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 기술은 짧은 가시거리에서 자동차가 차선을 인식하고, 달리는 방법에 대한 것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자율 주행이 가시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운전자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동반합니다.
 
 국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빗길 사고 비중은 12% 수준이고, 자동차가 빗길에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면 사망자 비중은 줄어들겠죠. 그러나 이는 맑은 날씨에도 교통사고를 자율 주행 차량이 방지해준다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포드가 눈길 자율 주행을 발표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미국 운수부(Department of Transportation ; DOT) 장관 앤서니 폭스(Anthony Foxx)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자율 주행 차량 상용화에 10년 동안 4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예산은 2017년 연방 예산에 포함되며, 자동차 업체와 협력하여 연방이나 각 주의 자율 주행 규제안을 6개월 안으로 마련할 것도 약속했습니다. 규제 방안을 먼저 마련하고, 이에 따라서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 주행 차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자율 주행 차량 개발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자동차의 미래로 내다본 것이기도 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미국 정부나 자율 주행 시스템을 개발 중인 업체는 자율 주행 차량이 전체 교통사고의 90% 이상을 예방할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더불어 환경 보호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지만, 에너지 절감에 효과를 기대할 순 있어도 전기차와의 시너지가 중요하므로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거죠.
 
 


 앞서 필자가 '주차보다 안전이 자율 주행 차량 상용화의 첫머리'라고 말한 것은 '자율 주행이 무엇인가?'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분명 자동으로 주차하는 기능은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자동차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지만, 여러 가지 교통 상황을 자동차가 직접 판단하는 건 아닙니다.
 
 폭스 장관은 연설에서 '사고가 난 후 처벌하는 것보다 누군가 다치지 전에 방지하는 것이 진짜 안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모든 사고를 방지하는 건 한계가 있고, 운전 중 위험 상황에서 오직 운전자의 판단에 따라서 방향과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훨씬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연쇄 추돌처럼 말이죠.
 
 즉, 자율 주행 차량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라면 스스로 달리는 것만 아니라 '운전자가 아닌 자동차가 상황에 따라서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라는 게 더 정확한 것입니다.
 
 가량 포드는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주행 기술을 연구 중인데, 웨어러블 기기에서 운전자의 스트레스, 공격성, 심박, 졸음 상태 등을 측정하여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이나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과 연결할 계획입니다. 이는 운전자가 미세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을 수치화하여 운전자의 주행 결정권을 자동차가 빼앗는 데에 도움을 줄 겁니다. 그리고 졸음 운전으로 사고가 날 가능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죠.
 
 이것은 자동차가 스스로 달리지 못하더라도 배울 수 있는 '멈추는 기능'입니다. 이미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주행 보조하는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는 많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주행 결정권을 빼앗을 수 있는 근거를 가진 자동차는 아직 없습니다.
 
 자율 주행 규제안의 골자가 안전이고, 이런 점에 기초했다면, 완전 자율 주행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겠지만,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의 보편적인 상용화는 빠르게 앞당길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물론 자율 주행 차량이 보장하는 안전보다 자율 주행 차량이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는 의견도 많습니다. 센서가 오작동하거나 시스템의 지연 시간이 되레 운전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완전 자율 주행이 실제 자동차의 미래라고 한다면 이런 부분이 안전하다는 보장을 먼저 해야 합니다. 안전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가 되지 않더라도 자율 주행 차량의 도입을 위해서는 안전이라는 부분을 선행하여 자동차가 시스템 제어로 충분히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방증이 필요합니다.
 
 미국 행정부가 투자하기로 한 40억 달러는 온전히 차량을 개발하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라 자율 주행 차량과 연동할 수 있는 도로에 관한 비용도 포함할 계획입니다. 자동차만의 안전을 강조하기보단 자율 주행 차량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까지 진행하여 우려를 해결할 셈인 거죠.
 
 이런 행보가 자율 주행 차량을 안전과 연결할 단초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