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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 '그래프 검색'의 본질은 '질서유지'이다

 전세계 검색시장을 쥐고 있는 곳은 구글과 MS입니다. 구글은 본래 검색엔진으로 시작했으며, MS는 빙(Bing)을 야심차게 선보여 초반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차츰자리를 잡은 형태로 머물러있죠.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대표적인 검색엔진이 있는가 하면 줌과 같은 통합 검색엔진도 있고, 울프람알파 같은 지식형 검색엔진도 존재합니다. 그럼 이번엔 '소셜 검색 엔진'은 어떨까요?






페이스북 '그래프 검색'의 본질은 '질서유지'이다


 페이스북이 검색엔진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은 작년에 매우 높았습니다. 구글과의 대결 구도로 잡혀가면서 자체 정보를 기반으로 한 소셜 검색 엔진을 내놓고 구글과 대결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사그라들면서 페이스북이 이벤트를 연다고 하자 작년 막바지에 거론 된 '페이스폰'이 아닐까 하는 예상이 팽배했었습니다. 하지만 깜빡하고 있던 검색엔진을 깜짝 공개한 것입니다.




그래프 검색




 페이스북은 현지 시간으로 15일, 스페셜 이벤트를 가지고 '개인화 소셜 검색 엔진'인 '그래프 검색(Graph Search)'을 공개했습니다.

 '그래프 검색'은 자연어와 구체적인 구분을 통해 공개 범위 내 검색 결과는 개인화하여 보여주는 검색엔진입니다. 이벤트에서 CEO인 마크 주크버그는 그래프 검색은 '나의 친구 중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Who are my friends in San Francisco?)'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질문을 더 다양하게 해보자면, '서울대에 재학 중인 나의 고향 친구'라던가 '싱글 여자 친구들이 좋아하는 R&B 가수'와 같이 기존 검색엔진에 던지는 검색어와는 사뭇 다릅니다.


 예를 들어 식당을 검색한다고 하면 기존에는 네이버가 구글이 '어느 지역의 맛집'이라고 검색해 웹문서나 블로그를 훑어보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그래프 검색은 친구들의 '좋아요'와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추출해 보여주게 됩니다. 그것은 완전히 모르는 사람의 추천이 아닌 좀 더 가까운 사람의 추천을 얻는 결과물이 될 수 있고, 직접적인 문의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검색한다면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파악하는데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죠.


 이런 소셜 검색의 방식에 대해 '개인 사생활 보호'라는 부분이 신경쓰일 수 있지만, 페이스북은 이에 대한 대책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프 검색에는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있고, 사생활 보호를 위해 데이터센터의 10%를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 그래프 검색은 사생활 보호를 위한 범위 설정도 사용자가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시물의 공개를 친구의 친구 뿐 아니라 친구들 중에서도 특정 친구들을 대상으로 공개하는 일이 잦은 사생활을 매우 공개하지 않는 사용자가 친구들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더라도 이 그래프 검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 '내가 좋아요를 한 사진'이나 '내가 좋아요를 누른 식당' 등 특정 친구들끼리 공유를 하더라도 그 그룹 안에서의 히스토리가 곧 데이터가 되기 때문에 많은 공개 범위를 거치지 않고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타임라인에 쌓인 데이터들을 좀 더 세분화해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검색하고, 결과를 출력한다'


 마치 블로그 검색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좀 더 간단하고 디테일하고 친구들간의 정보를 통한 빠른 접근이 예상되는 검색 엔진입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페이스북 만이 할 수 있는 검색 엔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포털도 아니고, 웹로그를 끌어오는 것도 아니죠. 단지 친구들의 이야기가 데이터가 되는 것입니다.




얼마나 쓰일까?




 하지만 이 그래프 검색이 얼마나 쓰이게 될까요?

 가령 '스키를 좋아하는 친구는?'이라고 검색을 했다면 스키를 좋아하는 친구의 결과물이 출력 될 것입니다. 그뿐입니다. 함께 스키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고 해서 그 친구와 관계가 돈독해진다거나 당장 스키를 타러 나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무엇보다 검색 엔진을 통해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보단 스키 장비나 스키장을 찾는 경우가 더 많고 그것이 실제 사용자들이 원하는 검색물이기도 합니다. 스키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기 위해 그래프 검색을 왜 써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좋아요가 곧 데이터가 된다면, 실제 좋아서 좋아요를 했는지, 이벤트 참여 때문이나 아무런 의미 없이 좋아요를 누른 것이라면 신뢰할 수 있는 결과물을 얻기란 매우 힘들 것입니다. 죄다 좋아하는데 어떤 검색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혹은 어떤 친구가 어떤 관심사를 가질지에 대해서 얼마나 검색해보고자 할까요?


 만약 그래프 검색을 통해 충분한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MS의 '빙(Bing)'으로 전환되어 결과를 출력합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번거로울 필요없이 애초부터 빙을 사용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흥미를 끌 수는 있겠지만, 원하는 정보를 검색한다는 검색 엔진의 특성상 구글이나 빙, 네이버와 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그래프 검색은 페이스북의 잘못 된 선택일까요? 그것은 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프 검색의 본질




 필자는 그래프 검색이 페이스북에 매우 필요했던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필요한 구석이 많아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검색 엔진 구도를 바꿀 만한 것도 아닙니다. 그래프 검색의 본질은 '사용 빈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 내 '질서유지'에 있습니다.


 그래프 검색은 매우 무서운 도구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봅시다. 뉴스피드를 통해 하루 수십개의 피드가 오르내리면서 그 속에서 빠뜨리는 일도 있을 것이며, 그냥 무의미하게 좋아요를 누르는 일도 있을 것이고, 넘어가겠지 하고 위치를 공유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프 검색은 이 모든 것을 검색합니다. 공개 범위를 넓게 해뒀다면 더 넓은 범위로 확장되어 검색되어 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래프 검색의 역할은 이 부분들을 다잡아 주는 것에 있습니다.


 검색의 빈도는 낮겠지만 검색은 이뤄질 것이고, 이는 대부분 '개인'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내가 공개한 정보를 타인이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확실해지고 세분화되죠. 내가 공개하길 원했다면 상대방은 모두 찾아낼 수 있습니다. 가볍게 생각했던 '좋아요'도 검색으로 들춰낼 수 있습니다. '사생활 침해!'라고 단정 짓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하게도 이 범위는 사용자 본인이 정할 수가 있습니다. 좋아요도 정말 좋지 않다면 안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 것이죠.


 그래프 검색이 주는 질서유지가 바로 이런 것들 입니다. 무의미한 좋아요를 줄이고, 공개 범위를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면서, 사생활 정보를 누구에게 얼마나 노출 할 것인지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장치라는 겁니다. 상대방의 타임라인을 뒤져보는 방법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정보가 뉴스피드를 통해 유통되고 밀려나게 되면 다시는 찾지 않을 정보가 되었지만, 그래프 검색은 이 모든 것을 다시 끄집어 내는 도구입니다.


 사용자는 자신이 친구들에게 정보를 보여줄 때 검색에 활용 될 수 있음을 파악하고, 좀 더 철저하고 신중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신경쓰게 될 것입니다. 무분별하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킨다거나 아무나와 관계를 맺고, 좋아요를 남발하는 일을 자제 시킬 수 있는 것이죠. 이 도구는 굉장히 세분화 되어 있고 무서우니까요. 전체적으로 개인 프로필의 질서유지가 이뤄 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입나다. '사생활 침해 논란'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자각과 개인이 개인의 정보를 지켜야한다는 울타리로 작용 할 것은 분명합니다.




페이스북




 이는 페이스북에게 있어 매우 좋은 장치입니다. 어떤 서비스의 확장을 이룩할 수 있는 기능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내부적으로 개인들의 프로필을 단단하고 세분화되도록, 그리고 자체적으로 보호되도록 만들 수는 있을테니까요. 이부분이 왜 페이스북에게 좋을까요?

 페이스북이라는 서비스 자체가 기본적으로 '사생활 보호'에 예민한 서비스입니다. 자칫 잘못했다간 사생활 노출 문제로 인해 페이스북의 존망이 엇갈릴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이죠. 문제는 충분한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페이스북에게 매우 좋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은 개인의 정보를 활용하여 광고를 보여주거나 통계를 내거나 활용하는데 있어서도 절제 된 정보를 사용함으로써 그래프 검색이 사생활 보호 문제로부터 조금은 멀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단지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그래프 검색을 파악하고 자신의 공개 범위를 설정해나갈지 미지수며, 페이스북 내부에서 질서유지를 확립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고 곧 서비스가 공개되었을 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의 검색 기능에서 영역이 확장되면 어떤 서비스로든 거듭날 수 있는 바탕은 마련되었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회의감을 느끼고 주가는 4% 가량 떨어졌습니다. 어떤 실제 구글이나 빙보다 나은 면을 찾기가 힘들고, 그들과 겨룰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회의감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필자는 이것이 그래프 검색이 처음부터 너무 과대평가 되어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며, 그래프 검색이 페이스북에 있어 핵심적인 기능이 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