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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블랙베리 10, 성공을 위한 3가지 조건

 성공은 절대 그냥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공에는 나름의 조건이 있고, 그 조건을 만족시켰을 때 성공의 확률은 높아지게 됩니다. 적어도 조건에 대한 계획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와 아예 없는 경우는 행동하는데 있어 천지차이죠. 처음 시작하는 것에 대해선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시 한번 시작하는 것에 대해선 그런 성공의 조건은 매우 중요하고 방법도 경험에서 추려낼 수 있습니다.





블랙베리 10, 성공을 위한 3가지 조건


 블랙베리 (전 RIM)는 15개월만에 신제품을 내놓았습니다. '블랙베리 10 (BB10)'입니다.

 풀터치스크린 제품인 '블랙베리 Z10'과 물리쿼티 키보드 제품인 '블랙베리 Q10', 두가지가 공개되었고 블랙베리 Z10에 대해서 많은 미디어들이 좋은 평가를 쏟아냈습니다. WSJ의 월트모스 버그는 'Z10과 BB10은 급진적인 재발명을 보여줬다. 하드웨어는 출중햇으며,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논리적이고 일반적으로 쉽다. 나는 더 많은 서드파티 앱을 유치할 수 있을 경우, 블랙베리가 다시 새로운 경기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총평하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인 부분들은 충분히 만족할만한데, 다만 초기라는 점에서 생각할 것이 많아 보입니다.




블랙베리 10



 블랙베리 10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블랙베리 Z는 4.2 inch. 1280x768 356 ppi 디스플레이, 1.5GHz Dual-Core, 2GB RAM, 16GB Storage, MicroSD, 8MP Camera, 1800mAh Battery, Bluetooth 4.0, NFC, Gyroscope 등이 제공되며, 블랙베리 10 OS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지적 된 문제점부터 얘기해보자면 '배터리'입니다. 1800mAh라는 용량만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는데, 월트 모스버그는 '누군가는 하루를 갈 수 있는 용량이겠지만,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며, 배터리가 그리 오래가지 못하며 아이폰5와 비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엔가젯은 갤럭시 S3보다 1시간 정도 부족하다고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는데, 아이폰과 달리 탈부착식이라 두개의 배터리로 해결할 것 같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의 부재도 지적되었습니다. 막 공개 된 시점이다보니 미리 준비했던 앱들의 수를 생각해볼 때 당연히 안드로이드와 iOS를 따라잡는건 불가능한 것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블랙베리 10이 앞으로 얼만큼의 어플리케이션을 확보 할 수 있을지는 최고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을 살펴봅시다. 가장 찬사를 받은 부분은 '가상 키보드'입니다. 사용자가 입력을 하면 자동으로 그 다음 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어를 배치해주고 스와이프하면 입력됩니다. iOS의 자동완성 기능처럼 보이지만, 스와이프를 통해 입력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어 'x'를 무조건 눌러줘야하는 iOS보다 훨씬 편해보입니다. 이 가상 키보드 기능은 사용자가 작성하는 방식에 의거하여 조정됩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약어, 이름 등을 기억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타이핑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UI의 경우 기존 블랙베리의 모습을 찾을 순 없지만 좀 더 미래적이 되었다는 평가들을 볼 수 있는데, 기존 블랙베리의 경우 iOS나 안드로이드와 비교해 투박하고 구형 느낌이 났었다면, 블랙베리 10은 향후 오래 기간에 걸쳐 새로운 제품이 나오더라도 세련되어 보일 것이며 향후가 더 기대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평가들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완전한 처음'입니다. 블랙베리의 밑천부터 새로 탄생한 것은 아니지만, 대개 처음 시작하는 제품을 평가하는 것처럼 좋은 부분을 좋다고 말하되 그것이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장담하지 않는 것입니다.




조건


 장담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히 좋은 제품임에 틀림이 없지만 조건에 따라 밝을 수도, 어두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딱히 블랙베리가 자신들의 전략성을 크게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 자체의 평가만으로 성공을 장담할 순 없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블랙베리 10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3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비자 중심

 블랙베리는 원래 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밀려났던 것은 소비자 시장에 의해서 였고, 그 여파로 기업 시장에서도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BYOD 트렌드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회사에서 정해주는 제품이 아니라 근로자가 직접 선택한 제품의 사용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블랙베리 10은 기업시장을 공략 할 것입니다. 그러나 소비자 시장에도 눈을 돌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일단 다양한 통신사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보해주는 것이 우선적입니다. 기존 기업 시장에서야 한 곳의 통신사와 계약을 진행하더라도 대량으로 판매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이 결여되어 있더라도 문제 될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BYOD 트렌드에 따라 개인 소비자가 자신의 업무에 활용 할 디바이스를 골라야 하기 때문에 여러 통신사, 다양한 제품들을 비교하게 되었고, 독점 계약을 하거나 독점 납품과 같은 정책을 이용할 경우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습니다.

 블랙베리는 소비자 중심으로 돌아서기 위해 몇가지 방법을 제시하긴 했는데, 사명을 블랙베리로 변경했습니다. 블랙베리는 블랙베리 10을 발표하면서 사명을 변경했고, RIM이라는 이름은 영영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사명을 제품명과 동일하게 만든 것은 소비자에게 좀 더 친숙하고 익숙한 블랙베리의 브랜드 이미지를 회사 전체에 적용하여 다가가기 위함입니다. 제품명에도 변화를 보였는데, 9900이니 9780이니 다소 난해한 이름의 제품들이 과거 즐비했다면 Z10와 Q10이라는 간단하고 외우기 쉬운 이름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는 매우 잘한 것으로 어찌되었건 소비자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강구해야 합니다. BYOD 트렌드가 확립되기 시작하면 스마트폰을 대량 구입해주는 기업은 매우 적어질 것이며, 그들이 블랙베리를 구입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개인 소비자들이 블랙베리를 구입하여 기업 환경에 적합한 기기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며, 그래야만 새로운 기업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이 블랙베리가 소비자 중심으로 가야하는 이유입니다.



 어플리케이션 질 향상

 서드파티 앱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을 했습니다. 블랙베리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드로이드앱 포팅을 선택했고, 포타톤이라는 포팅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플리케이션의 양을 늘리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블랙베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명 '필수앱'입니다. 실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앱의 수는 한정적입니다. 디바이스 용량의 문제도 있긴하지만, 대부분이 하나의 영역에 하나의 앱을 이용합니다. 세가지의 캘린더앱, 다섯가지의 메모앱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더군다나 블랙베리 밸런스로 하나의 앱에 두가지 스토리지를 제공하는 블랙베리 10의 경우 그럴 일은 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안드로이드나 iOS와 같이 많은 앱이 없더라도 몇가지 필요하고 또 사용자가 선택권을 쥘 수 있는 정도의 높은 퀄리티의 앱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인가?

 필자는 안드로이드 포팅에 상당한 우려를 표합니다. 분명 포타톤은 성공했고,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양의 어플리케이션을 확보한 것은 블랙베리에게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쓸모 없는 앱을 늘릴 수 있는 것이며, 이미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 안드로이드에 적합하게 설계 된 앱을 블랙베리에서 억지로 구동하는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블랙베리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목표를 주는데 굉장히 부적절한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면 블랙베리가 자체적으로 블랙베리 10만의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iOS의 iWork나 iLife처럼 블랙베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앱이 있어야 하고, 사용자들이 그것을 통해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만족도를 높힐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표본은 블랙베리 네이티브 앱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개발자들에 자극이 될 수 있고, 블랙베리만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간단한 방법인 포팅을 놔두고도 말이죠.

 수를 늘리는 것은 끝입니다. 소비자들에게 평가를 받기 위해선 질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신뢰감 회복

 15개월만의 신제품입니다. 그간 블랙베리가 들어야 했던 말은 '몰락한 1인자', '망한 기업'이었습니다. 15개월 전, 블랙베리 10에 착수 하기 이전의 RIM은 온갖 헛발질로 신뢰감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회의감부터 가졌었죠. '해봐야 또 블랙베리의 색을 잃은 따라가기 식이 될거야'라는 반응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블랙베리 10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런칭했고 어느정도 신뢰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가도 상승했습니다. 또 RIM 시정 발매했던 태블릿 제품군인 모든 플레이북에 블랙베리 10 업데이트를 제공할 것이라 밝히며 기존 사용자들의 신뢰감 회복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블랙베리에 대한 신뢰감은 낮습니다. 기대감은 있지만, 한번 추락했던만큼과 헛발질들이 블랙베리 10에도 고스란히 베여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완전히 가시질 않았다는 겁니다. 블랙베리는 이런 신뢰감을 회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과 잘짜여진 라인업, 제품의 높은 완성도로 어필해야 합니다. 다시 재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낭떠러지를 붙들고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춰서도 안되며 한발한발 내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떨어졌던만큼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며, 이 신뢰감이 일정 부분 시장에 반영되었을 떄 비로소 안드로이드나 iOS와 견줄 수 있는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블랙베리


 3가지 조건이 어떻게 보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잔아?!?'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자면 블랙베리의 가장 큰 문제 3가지이기도 합니다. 또한 가장 힘든 3가지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이 3가지를 블랙베리가 충족할 수 있다면 필자는 충분히 '블랙베리 10은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할 것입니다.

 전략적으로 블랙베리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강력한 안드로이드와 iOS,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윈도폰 덕에 다소 외소한 블랙베리가 기댈 곳은 '과거의 영광'이 전부입니다. 누군가는 그 영광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영광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보자면 '새로운 것', '가장 최근'이라는 점이 무기라면 무기일 것이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한 조건이 바로 위의 3가지 조건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블랙베리가 새로운 기업시장을 차지하고, 소비자에 만족감을 줄 수 있으며, 신뢰감을 회복하여 커다란 게임에 참여 할 수 있을지는 굴러가는 주사위가 답을 내줄 것입니다.

 필자는 적어도 블랙베리의 주사위가 물밑으로 가라앉는 참사만 일어나질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