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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 찾기

 누군가가 행동을 하는데는 이유가 따라 붙습니다. 큰 행동일 수록 더 큰 이유가 따르기 마련이고, 그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궁금해하기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 행동에 대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관심에서 발을 빼버리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행동의 이유'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 찾기


 2011년 8월 15일,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구글에 인수되었습니다. 휴대전화의 명가와 안드로이드의 회사가 합쳐진 것은 세간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제품이 나오거나 혹은 그에 따른 움직임이 오랜시간 나타나지 않아 궁금증만 증폭시켰습니다. 모토로로라의 인사가 정리되고 글로벌 구조조정 등도 있었지만, 거기서 나오는 얘기들은 단편적일 뿐이었죠. 그래서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를 찾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일쑤였습니다.



소송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에 대한 기대감이 회의감으로 바뀌게 된 것은 '특허소송'에 있습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통해 많은 특허소송을 진행했고, 딱히 모토로라는 괄목할만한 제품을 내놓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는 특허소송을 위한 것으로 단정지었으며, 구조조정 또한 회사를 축소시켜 필요한 소송에 집중하기 위함이라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특허소송이 그렇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자마자 애플과 MS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왔습니다. 미국 ITC는 지난해 8월, 모토로라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애플이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정내렸습니다. 4월, 애플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이 났었지만, ITC가 무혐의 판결을 내리면서 애플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또한 12월에는 ITC에서 애플과 모토로라의 센서와 관련 된 조사 결과가 있었는데, 이 또한 애플이 모토로라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판결나면서 애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이 뒤집어 질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모토로라가 이길 확률이 매우 적어진 것입니다.

 또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은 모토로라가 MS를 상대로 제소한 비디오 기술에 대한 특허 3건을 기각했습니다. 제임스 로버트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는 모토로라가 제시한 비디오 기술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특허권을 무효화해버렸고, 모토로라는 무효화 된 특허로 더이상 MS와 일전을 벌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지난 12월에는 영국에서 벌어진 MS와 모토로라의 무선호출기 소송에서 모토로라의 특허 기술이 무효되었고, 이 또한 MS가 승리하게 되었습니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지적재산권으로 애플과 MS를 공격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특허소송을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 것때문에 '인수에 실패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었습니다.




X폰



 '구글과 모토로라가 손을 잡아 폰을 만든다면?'

 이런 얘기는 인수 당시부터 있었지만, 만들라는 제품은 안만들고 계속 특허소송만 진행하는 바람에 점점 잊혀져 갔습니다. 언제가는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내놓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팽배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모토로라가 링크드인을 통해 차세대 스마트폰의 제품담당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을 게제했고, 이것이 구글과 모토로라가 합작한 일명 'X폰(XPhone)'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흘러나왔습니다.

 이 제품이 5월에 열릴 구글I/O에 공개 될 수 있으며, 막강한 기능을 포함한 레퍼런스 제품으로 안드로이드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입니다.


 X폰의 디자인이나 기능, 성능은 물론, 진짜 나올지 안나올지에 대한 어떠한 줄거리도 없지만 많은 사람들은 X폰에 대해 기대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를 거기서 찾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유 찾기



 지난해 9월,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에릭 슈미트 회장의 기자 간담회에서 에릭 슈미트는 이런 말은 합니다.


 '기본적으로 구글은 혁신을 대표한다. 특허소송을 대표하진 않는다. 경쟁사 제품 판매를 중단하게끔 억누르는 것은 좋지 못하다.'


 애플과 MS를 비판하면서 삼성과 구글의 관계, 그리고 안드로이드에 대한 공격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특허소송에 임하려고 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뻔뻔스러운 말로도 보입니다. 당시 모토로라가 제기한 특허소송이 진행 중이었으니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말과 X폰에 대한 기대감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특허소송에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새로운 제품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높습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도 새로운 제품에 대한, 구글과 모토로라가 합쳐졌을 때 어떤 제품이 나올 것인가하는 기대감에서 찾고 싶어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유를 찾는 것은 소비자가 해야 할 것이 아니라 구글이 해야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제품에 담아내고 소비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가 이것입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허소송으로 변질시켜선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이 구글, 모토로라 인수 이유 찾기의 본질이며, 구글이 그 이유를 찾아 소비자들에게 직접 보여줘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