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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tc/Firefox

파이어폭스, 업데이트 방식을 자리잡아가다

 파이어폭스는 전세계 4억 5천만명을 거느린 대형 브라우저 중 하나입니다. 2004년 11월 파이어폭스1이 등장한 후 현재 버전인 파이어폭스19까지 오는데 약 8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일정한 규칙에 따라 업데이트 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파이어폭스1에서 파이어폭스2가 업데이트 되는데까지 2년이 걸렸으며, 파이어폭스3까지는 거의 3년 가까이 소요되었습니다. 파이어폭스4는 2011년에 출시되었으니, 2년만에 15번의 메이저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입니다. 바로 '고속 릴리즈 사이클'을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파이어폭스, 업데이트 방식을 자리잡아가다


 모질라가 파이어폭스의 업데이트를 6주마다 이루겠다고 선언한 것은 파이어폭스4가 공개되던 당시입니다. 그러니까 파이어폭스5부터 고속 릴리즈 사이클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빠른 업데이트 주기를 통해 신속하게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던 크롬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 기능을 추가하기보단 작은 기능이라도 개발 단계를 거치면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통해 품질을 차츰 향상시키고자 실시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고속 릴리즈 사이클



 먼저 골수 파이어폭스 유저들은 싸늘했습니다. 일단 기존의 방식은 새로운 버전이 공개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지만, 업데이트가 이뤄지면 새로운 파이어폭스를 쓰는 느낌을 가지게 했습니다. 한껏 늘어난 기능들과 체감할 정도의 성능향상 등은 사용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기 충분했지만, 고속 릴리즈 사이클을 그렇지 못했습니다.

 5는 CSS 애니메이션 기능과 웹표준 지원 기능, 사생활 보호 기능이 포함되었으며, 6에서는 체감도 못할 20%의 속도 향상과 메모리 기능을 개선했습니다. 그러더니 7에서도 50%의 속도 향상과 메모리 개선이 이뤄졌고, 8에서는 20%의 속도 향상 업데이트가 진행됩니다. 9에서는 45%의 속도 향상을 또 이뤄냅니다. 그러다 10에서는 전반적인 속도 향상과 더불어 문제로 지적되던 부가기능 확장성 문제를 개선합니다. 11에는 동기화 기능이 추가되었고 또 속도 향상이 이뤄집니다. 이제 12쯤 되니까 관심도 없어집니다. '뭐 알아서 개선했겠지....' 자동업데이트가 생겼지만 빠른 업데이트 주기를 감당해야하는 사용자입장에서 그런 기능을 그제야 추가해줬다는 사실은 분노하기 딱 좋았습니다. 13에는 쓸데없는 썸네일 기능을 추가했으며, 14는 보안문제를 개선합니다.

 문제는 업데이트를 해봐야 제자리 걸음이었다는 겁니다. 그 어떤 유저도 체감적으로 빨라진 속도를 느낄 수 없었으며, 여전히 부가기능은 호환성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모질라는 파이어폭스의 업데이트를 쉴 틈 없이 해왔지만, 사용자들은 단순히 업데이트 버튼만 누를 뿐 이게 업데이트인지 월간행사인지 착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신규 유저들은 보안 업데이트에 대한 착각이 발생합니다. 크롬이야 버전 표기가 난잡하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고, 적절하게 마이너 업데이트를 해주면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이너 업데이트는 매우 중요합니다. 메이저 업데이트에서 남아있는 문제를 마이너 업데이트에서 정리하며 보완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파이어폭스는 별다른 마이너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메이저 업데이트를 한 직후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보안 취약점에 대한 업데이트가 진행 되었는데 기간이 짧다보니 급하게 만들어진 메이저 버전을 먼저 공개하고 그 다음날에나 바로 잡아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마이너 업데이트보다는 금방 또 메이저 업데이트가 이뤄졌으니까요. 보안문제에 있어 미완성의 메이저 업데이트를 계속한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딱히 업데이트를 한다고 나아지는 점도 모르겠으며 그렇다고 완성도가 높아보이지도 않은, 기존 유저와 신규 유저 모두에게 난해하게 다가온 이 고속 릴리즈 사이클에 대해 파이어폭스를 갈피를 잡지 못했었습니다.




자리 잡다


 이런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되기 시작한 것은 '파이어폭스15'가 출시 된 후입니다. 어떻게보면 고속 릴리즈 사이클에 대해 파이어폭스가 적응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5버전도 내용으로만 본다면 기존 업데이트와 크게 차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메모리 향상과 부가기능 문제, 속도 문제를 개선했습니다. 그리고 파이어폭스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던 메모리 누수 문제도 대폭 개선되어 쾌적한 웹브라우징이 가능해졌는데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 것입니다.

 파이어폭스16이 심각한 보안 취약점 문제로 하루만에 회수되긴 했지만, 15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이어가면서 '오로라 마켓 플레이스'의 시험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굵직한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이는 곧 파이어폭스17로 이어져 페이스북을 내장한 기능적인 면과 29개의 보안 취약점 중 위험도가 높은 취약점 2/3을 수정합니다. 메이저 업데이트에서 깔끔하게 보안 문제에 대한 안정성이 인정되었으며, 17.0.1에는 폰트 랜더링 문제 정도만이 수정되어 마이너 업데이트로써의 역할을 잘 수행했습니다. 덕분에 이 당시 파이어폭스는 전체 점유율 20%대를 회복하며 업데이트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30%의 점유율에서 고속 릴리즈 사이클을 적용한 뒤 10%대로 곤두박질치던 파이어폭스가 업데이트를 통해 회복을 경험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크롬의 점유율이 3달째 하락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파이어폭스18은 눈에 띄는 속도 향상으로 그래픽처리가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로인해 웹앱과 웹게임의 구동이 원활해 오로라 마켓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으며, 전체 사용자의 40%가 개발자인 파이어폭스 현황 상 개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매우 좋은 업데이트였습니다. 가장 최신 버전인 파이어폭스19는 'PDF 리더 내장'만으로 모든 내용을 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리더의 성능 또한 우수해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15~19까지의 특징은 단순명료합니다. 사용자가 체감 할 수 있다는 것말입니다. 물론 PDF 리더 같은 경우는 단기간에 개발 된 것이 아니라 오랜기간에 걸쳐 정식 버전에 포함되게 된 것이지만, 굵직굵직한 기능을 넣지 않더라도 속도 개선이나 메모리 관리 부분에 있어 기존보다 쾌적할 수 있도록 유지해줬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부분이었는데 많은 사용자들이 파편화 되어가던 파이어폭스의 버전을 예전보다 빠르게 이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모질라는 애초부터 이런걸 기대하고 고속 릴리즈 사이클을 시작한 것이지만 유저들이 체감하지 못하는데다 회의감을 느끼다보니 버전들이 갈려나가는 파편화가 문제시 되었고 이것은 곧 부가기능의 확장성 문제로 이어져 크롬으로의 이탈을 유발시키는 주요원인이었습니다. 그것은 자동업데이트가 생기고 나서도 그랬는데 15부터는 고삐를 잡아당기는데 주력한 것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모질라의 전 개발자인 요노 디카를로가 파이어폭스의 업데이트 방식에 대해 매우 비난했고, 파이어폭스OS에 집중한다는 모질라의 말에 파이어폭스나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며 일침했습니다. 그러고 얼마있지 않아 파이어폭스15가 릴리즈 되었고 호평을 받은 것입니다.




파이어폭스


 사파리, 크롬 등이 웹킷을 사용하는 와중에 오페라까지 웹킷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웹킷이 대세다!'로 현재의 브라우저 현황은 굳혀지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모질라는 파이어폭스를 웹킷으로 전환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 계속해서 게코를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로 웹킷으로 쏠리는 현상은 좋지 못하며, 자신들은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우선시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게코를 개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보기좋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면 파이어폭스가 익스플로러가 장악하던 브라우저 시장을 변화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파이어폭스의 성능이 좋다의 의미가 아니라 익스플로러로 획일화 된 웹 생태계에 다양성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이 되어 물고를 틔웠으며, 곧 크롬의 탄생이나 오페라, 사파리 점유율 확대에도 기여를 했습니다. 그런면에 있어 파이어폭스의 존재 의의는 중요하며 귀중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간의 모습은 크롬한테 밀리기 시작하자 2인자 자리를 놓칠까 다급하게 경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원래 사용자들이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던 이유를 망각하게 했으며, 다양성의 존중이 아닌 경쟁의 고립 속에 매번 크롬과 비교되며 파이어폭스를 떠나도록 만들었습니다. CTO인 브랜든 아이크는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가능한 높히는 경쟁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정작 사용자는 그럼 경쟁을 하게 되면 파이어폭스를 상품으로 보게되고 선택의 여지에서는 추상적 개념을 배제시키기 마련입니다. 경쟁은 좋습니다. 하지만 본래 파이어폭스가 지니면서 사용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다양성의 존중과 그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취지를 분명히 지켜야 하며 유지했어야 했지만 고속 릴리즈 사이클을 시행하면서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필자는 파이어폭스가 다시금 나름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예전만큼의 의미를 부여해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확실히 처음 업데이트 방식을 바꾸었을 때보다는 나아졌으며 모질라가 갈피를 잡아 지속적으로 파이어폭스에 힘을 불어넣어주길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을 위한 빠른 업데이트가 아닙니다. 사용자를 위해 생각하고 제공하고 그리고 그를 통한 다양성을 제시했을 때 가장 파이어폭스 다운 것이며, 그것이 파이어폭스의 원동력임을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