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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클라우드 검열, 무엇이 문제인가?

 '검열.'

 온라인 상의 검열 문제가 갈수록 불거지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논란이 된 인터넷 검열은 더 세분되어 'SNS 검열', '토렌트 검열' 등으로 이어지고, 이에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는데 사용자들은 겁을 먹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지,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불분명한 검열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는기도 합니다.




클라우드 검열, 무엇이 문제인가?


 검열이 무조건 문제가 있다는 접근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왜 문제가 되는지, 검열이 어떤 양면을 지녔으며, 이것이 제대로 수렴되지 못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논의하고 그 속에서 검열이 가장 타당한 인간 제한 방법이라는 답에 도달한다면 검열도 충분히 훌륭한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클라우드 검열'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스카이 드라이브



 지난 4월 미 경찰은 스카이 드라이브에 있는 아동 음란 사진 3,046건을 업로드하고 있던 플로리다 주민을 체포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스에 따르면, 미 연방법이 클라우드 사업자가 자사 서비스의 스토리지에 아동 음란물이 존재하는지 보고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MS는 연방법에 따라 범인의 의심스러운 업로드 형태를 신고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MS가 계정을 하나하나 정밀하게 들춰보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알고리즘으로 의심스럽다는 점이 판정되면 이를 연방법에 따라 신고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조사 후 검거를 하는 식으로 시스템이 짜여있는 것입니다. 정확히 알고리즘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지 검색이나 파일명, 업로드 형태 정도를 통해 계정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겉면만 보았을 때 이 사건은 소아성애자를 검거하는 굉장히 유용한 방법처럼 보입니다. 당연히 검거되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을 소아성애자가 아닌 일반인들에 확대했을 때 과연 옳은 것일까요?




클라우드 검열


 미국의 이 정책은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용됩니다. 비단 스카이 드라이브가 아니라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정책이 이렇다고 한다면 이미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들은 이런 검열을 하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들을 악인으로 낙인 찍으려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이 제공자들은 자신들의 스토리지에 문제 되는 자료가 올려져 있고, 이것이 빌미가 되어 서비스에 타격을 입는 것을 피하려고 당연하게도 연방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검열을 지침하고 있는 법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마치 이런 정책이 있기 때문에 소아성애자를 체포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범인이 매우 멍청했다'입니다. 법이 문제가 아닙니다. 저 범인이 법을 알았건 알지 못했건 대중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잘못된 자료를 보관하는 데 사용했으며, 만약 빌미를 아예 제공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개인 스토리지 장비를 구매해 보관했어야 합니다. 마치 CCTV 있는 가게에서 얼굴을 그대로 노출한 채 CCTV를 쳐다보면서 강도질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차라리 범인이 소아성애자가 체포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했다고 보는 쪽이 덜 멍청해 보이죠. 정신적 장애 부분만 보면 되니 말입니다.


 어쨌든 이 클라우드 검열의 문제는 다수의 개인 스토리지로 잘못된 음란물을 확보한 범죄자들 100을 찾는 것보다 클라우드 사용자 100 중 1를 찾기 위해 나머지 99를 검열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1을 찾기 위해서라면 99을 검열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클라우드가 검열의 대상이 되면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 자료까지 파헤치게 됩니다. 당연히 그것을 원하는 사용자는 없을 것이며, 당연하게도 문제 되는 자료를 보관하고자 하는 사람은 저 체포된 범인처럼 멍청한 방법이 아닌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99의 개인 정보에 대한 침해를 더 크게 보아야 합니다. 당국이 해야 할 것은 소아성애자들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지 클라우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강구해선 안된다는 겁니다.


 그것이 클라우드 검열, 나아가 인터넷 검열 전체의 본질입니다.




클라우드




 '클라우드를 검열한다고 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뭔가 복잡한 문제 같지만, 위의 질문이 모든 것을 얘기합니다. 아동 음란물을 올리겠다, 올리지 않겠다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직접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한 결과물만 도출해내는 것이라 하더라도 꺼림칙한 것은 바뀌지 않습니다. 사소한 개인 정보를 올리더라도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렇게 하겠다고 명시한 약관이 존재하는 이상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회의감과 불신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산업 발전의 저해 같은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침해하고 검열하려는 것은 인정되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그것의 효용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면 철저히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방법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한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히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얘기합니다. 필자는 이 문제에 가장 적합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숲 전체가 썩어가고 있는데, 나무 하나 붙잡고 썩으면 안된다며 얘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숲 전체의 토양이 황폐해지고 모든 나무의 뿌리가 썩어 붙들고 있던 뿌리까지 썩었을 때 비로소 잘못되었다고 느낀다면 이미 숲은 없어진 후가 될 것입니다.

문제가 된 하나의 사안만 가지고 모든 것을 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논한 것이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되며, 어디서부터 뿌리가 썩었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것을 해낼 수 있는 것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정부뿐이며, 그것이 정의라고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