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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HTC 전직 임원들은 왜 카잠(Kazam)을 설립했을까?

 HTC는 현재 낭떠러지에 있습니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경영 상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제품보다 회사의 이미지 실추가 낭떠러지로 몰아 넣었습니다. CEO인 피터 추(Peter Chou)에 대한 직원들의 눈초리와 이에 회사를 떠난 임직원들이 이를 알립니다.





HTC 전직 임원들은 왜 카잠(Kazam)을 설립했을까?


 지난 5월, HTC 최고제품책임자(CPO)인 쿠지 코데라(Kouji Kodera)가 사퇴합니다. 이어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담당의 제이슨 고든(Jason Gordon) 부회장, 글로벌유통마케팅의 레베카 로랜드(Rebecca Rowland), 디지털마케팅이사인 존 존 스타크웨더(John Starkweather), 제품전략매니저 에릭 린(Eric Lin), 그리고 아시아 지역 최고책임자 레나드 후르닉(Lennard Hoornik)까지 HTC를 그만뒀습니다. 신제품인 HTC One이 출시되고, 한창 기대를 모으던 와중에 터진 줄사퇴입니다.




카잠





 그렇게 5월의 사퇴 바람이 불기 전, 3월에 HTC를 떠났던 임원들이 있었으니, 영국 영업 담당 마이클 쿰베스(Michael Coombes)와 영국 마케팅 담당 제임스 아킨스(James Atkins)입니다. 아시아 지역 최고 책임자 레나드 후르닉이 3월에 잠시 업무를 중단한 것과 함께 이 둘은 HTC를 그만두고 나왔습니다.

 CNet 등 외신은 이 둘이 '카잠(Kazam)'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스마트폰 제조사를 창설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고 경영자로 쿰베스가 자리하며, 마케팅을 아킨스가 담당하기로 하면서,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마케팅 총괄인 아킨스는 '우리에게 진짜 기회가 왔다'면서 '소비자들이 한 번 구매하면, 계속 우리 제품을 사도록 할 수 있는 영향을 만들길 원한다'면서 카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카잠이 목표로 하는 것은 한 제품에 대한 신속하고 꾸준한 업데이트이며,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신뢰를 쌓아 고객들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자체적인 운영체제를 만들 것으로 보이진 않으며, 아마 안드로이드 기반의 제품에 안정성과 지원으로 시장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이 HTC를 뛰쳐나온 것은 고작 수 개월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나오자마자 창업을 시도했으며, 접근이 쉽지 않은 제조업체의 특성상 사퇴 전부터 기획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외신들은 애플, 삼성, LG 등의 스마트폰 강자와 중국의 저가 공세에 과연 카잠이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진입할 수 있을지 우려했고, 업계 반응도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제조로 뛰어든다는 것에 카잠의 미래에 회의감을 드러냈습니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보입니다. 오히려 HTC에서 지원 받으며 제품을 만드는 것이 나았을지 모르죠. 왜 HTC 전직 임원들은 회사를 뛰쳐나와 카잠을 설립한 것일까요?




피터 추





 지난 2월, 1,000명 정도의 HTC R&D 엔지니어들은 CEO인 피터 추에 서한을 보냅니다. 일을 못하겠다는 겁니다. HTC는 통보 없이 R&D 인력을 감원했고, 예산도 삭감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엔지니어들의 봉급도 낮췄고, 하루 12시간을 일했음에도 추가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매우 옳지 못한 것이고, 여기에 불만을 느낀 엔지니어들은 서한을 통해 불평을 전한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줄사퇴가 이어졌죠. HTC는 대만의 노동법을 지켰다고 했지만, 이 불만은 가라앉지 않습니다.

 피터 추는 상당히 즉흥적인 경영을 했습니다. 기대작이었던 ONE X부터 윈도폰, 일명 페이스북폰인 퍼스트, 그리고 얼마전 출시한 ONE까지 제품 제작부터 마케팅, 판매까지 즉흥적으로 전략을 내세우고, 이를 직원들에 해내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빠진 경영 상태에 엔지니어들을 혹사시켰으며, 마치 제품이 출시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지휘했습니다. 이는 카잠이 내세우는 지속적인 지원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고, 쿰베스와 아킨스가 담당했던 유럽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에 상당한 영향을 줬습니다. 계속 전략이 바뀌니까요. 기대받던 제품인 ONE이 출시되었음에도 이들이 HTC를 이탈한 것은 제품 하나로 HTC의 경영 문제를 뒤짚을 수도 없을뿐더러 ONE 성공한다해도 피터 추의 결점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열정을 굳어있는 HTC에 쏟을 필요가 없고, 정말 원하던 제품을 만드는데 HTC있으나 신생 기업을 차리는 것이나 위험이 비슷하다면 차라리 HTC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카잠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HTC




 피터 추의 실수는 하락한 매출과 브랜드 파워가 아닙니다. 회사를 나가서라도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을 지닌 직원들을 잃은 것이며, 이들을 무시하고 제대로 끌고 가지도 못하면서 무리하게 운영한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HTC가 낭떠러지에 놓이게 된 결정적 이유입니다.

 ONE. 멋진 디자인에 훌륭한 퍼포먼스, 해외 미디어들에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한 좋은 제품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제품을 가지고도 이를 받쳐줄 유능한 인재들을 피터 추는 놓아버렸습니다. ONE이 500만대가 팔렸다는 익명이 소식이 있기도 했지만, 미국 출시에 기존 알려졌던 2년 약정 기준 $249.99보다 낮춰진 $199.99에 판매되며, 스프린트는 번호이동 고객에 $100를 추가로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으로 경쟁작인 갤럭시S4보다 나은 점수를 받기도 했으면서 가격으로 경쟁 중에 있습니다. 마케팅 경쟁에서 격차가 이미 벌어졌다는 얘기입니다.


 블룸버그 등은 ONE이 피터 추에 있어 마지막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얘기했습니다. 그것은 제품의 문제가 아닙니다. 카잠을 설립했다는 자체가 HTC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카잠이 매우 위험도가 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그 열정으로 HTC에서 하지 못했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HTC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품이 아닌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