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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저가형 아이폰, 저가형이 아닐 것

 제목부터 얘기해봅시다. 저가형 아이폰이 저가형이 아니다? 모순 가득한 제목 같지만, 기존 아이폰보다 가격이 내려간다는 점에서 저가형이 붙는 게 맞을 것이고, 하지만 시장에 나온 저가형 제품들보다 저렴하지 않다면 전략을 저가형 포지셔닝으로 취하는 것도 아니므로 저가형이 아닐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저가형 아이폰, 저가형이 아닐 것


 지난 4월, Tactus는 플라스틱 소재의 저가형 아이폰 케이스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둥근 형태를 하고 있으며, 볼륨 버튼이 길쭉합니다. 저가형 아이폰 얘기가 계속 나오는 차에 등장한 것이라 많은 관심을 받지만, 흥미로운 루머정도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도면




 애플인사이더는 케이스 제조사로부터 아이폰5s와 저가형 아이폰의 도면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아이폰5s의 크기는 아이폰5와 같지만, 저가형 아이폰은 0.6mm가 더 길며, 0.8mm가 더 두껍습니다. 스크린 사이즈는 같은 4인치지만, 위아래 공간 등에 의한 차이인 것으로 보입니다. Tactus가 얘기한 저가형 아이폰보다 0.5mm 얇고, 3.5인치 스크린이 아닌 4인치 스크린입니다.





 그리고 얼마 뒤 유출된 도면을 이용한 3D 렌더링을 공개합니다. 재미있게도 전체적인 형태는 Tactus가 공개한 아이폰 케이스와 비슷합니다. 길쭉한 볼륨버튼 형태나 둥근 모습까지 닮았습니다. 단지 스크린이 더 커졌을 뿐이죠. 이미 KGI의 애널리스트인 밍치 궈는 애플이 저가형 아이폰에도 4인치 스크린을 채택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대로인 것입니다.

 형태가 비슷하게 압축되는 것으로 봐서는 저가형 아이폰의 출시가 확실해 보이며, 그렇다면 올해 안에 출시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애플은 어떤 전략을 구상한 것일까요?




저가형



 맥갤러리를 오랫동안 구독한 독자분이라면 필자가 얼마나 저가형 아이폰에 부정적인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똑같습니다. 만약 애플이 저가제품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면 완벽한 치킨 게임을 위해 가격은 공격적으로 내려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애플에 독이 되리라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루머로 공개된 부분을 보자면 구체적인 애플의 전략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은 출시하면 이전 모델을 저가 제품으로 돌려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저가 제품의 판매량은 굉장히 높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013년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9%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1분기 중국 스마트폰이 117% 성장한 것에 반해 아이폰4는 211%가 성장했다고 전했습니다. 신흥 시장에서의 아이폰4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가형 아이폰은 거기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제품일까요?


 본래라면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면 아이폰4는 단종되고, 그 뒤를 아이폰4s가 이으면서 아이폰5는 중간 단계의 제품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3.5인치 제품 하나에 4인치 제품이 2가지가 됩니다. 애플은 레티나 해상도 문제보다 4인치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어하며, 그러기 위해선 완전히 3.5인치 제품을 소멸시켜야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폰4s가 아니라 그 자리에 4인치 제품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제품이 바로 저가형 아이폰입니다. 굉장히 단순한 이유 같지만, 애플이 얼마 전 4인치짜리 16GB 아이팟터치를 출시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원래는 4세대 아이팟터치를 끌고 가야 하지만, 뜬금없이 단종하더니 저가형의 5세대 아이팟터치를 출시합니다. iOS의 인터페이스를 전체적으로 4인치에 집중하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자면 라이트닝 커넥터로 통합하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가형 아이폰은 엄연히 말하자면 현재의 아이폰4,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고 난 뒤의 아이폰4s에 해당하는 제품입니다. '저가형 아이폰5'라고 할 수 있겠죠. 루머대로라면 스크린 사이즈, 라이트닝 커넥터와 함께 이전 세대 아이폰을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에 대응 중인 애플에 저가형 제품은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이폰4s보다 새로 디자인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 애플은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 점에서 가격은 $400 수준일 것이며, 2년 약정에 $0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상위 아이폰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시장 수준에서 저가형으로 보긴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아이폰



 애플은 기존 저가 전략을 변경할 생각일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아이폰4가 그렇게나 팔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 때문에 겪는 문제가 업그레이드 지원입니다. 아이폰4가 아직도 팔린다는 것은 적어도 2년 이상은 지원할 필요는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iOS7의 베타만 보자면 애플이 아이폰4를 지원하는데 한계에 다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스크린 사이즈와 라이트닝 커넥터도 이 문제에 속합니다. 그것은 2세대 전의 제품까지 계속 판매를 했기 때문이며, 애초 많이 팔 생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재고 처리와 구색을 갖추기 위함의 이유가 컸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에 어려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아이폰4의 판매량이 급성장하고 있다면, 그 자리에 새로운 저가형 아이폰은 끼워 넣더라도 판매량은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고, 업그레이드 문제도 2세대 전 제품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도록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애플의 저가 전략은 '최상위 -> 1세대 전 -> 2세대 전'이었던 것이 '최상위 -> 1세대 전 -> 저가형 아이폰'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바꾸기 위한 저가형 아이폰이라고 해야겠죠.


 이는 단순히 싸게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싸게 팔던 제품을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하기 위함이 큽니다. 그런 의미의 저가형 아이폰입니다. 애플이 실제 저가형 아이폰을 내놓을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기존 저가 전략을 개선하는 것으로서 좋은 방향이 될 것이라 필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