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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아이폰의 40% 마진율, 거품인가?

 아이폰의 마진이 높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뉴스가 아닙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업계 측에서 바라보면 경이로운 수치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원가보다 너무 큰 비용을 지급하는 것처럼 보이고, 이 논란은 수년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이폰의 40% 마진율, 거품인가?


 아이폰의 높은 마진율은 단일 모델만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진을 높이는 방법은 많고, 애플은 이를 아이폰에 모두 밀어 넣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것과 애플의 높은 마진율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영업 마진




 미국 유명 경제 미디어 '마켓워치(MarketWatch)'는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제품(The most profitable products in America)'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미국 내 영업 마진이 가장 높은 제품 8개를 소개하고 있는 이 기사는 분유 제조 업체 엔파밀(Enfamil)의 24%, 코카콜라의 25%, 말보로의 30% 등의 영업 마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제품은 2위인 말보로의 30%보다 10%나 높은 40%의 영업 마진을 자랑하는 아이폰입니다.

 애널리스트인 스티펠 니콜라스(Stifel Nicolaus)는 아이폰 한 대에 평균 $425의 이윤이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애플의 글로벌 수익은 $156,050,000,000로 이 중 $80,050,000,000가 아이폰만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는 아이패드로 얻은 이익의 2배에 달합니다.

 그러자 아이폰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의견도 나타납니다. 애플이 영업 마진을 줄이면 아이폰의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인데, 높은 가격 책정으로 가치만 부풀려 거품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비싼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멍청하다고 말이죠.

 먼저 폭스콘 얘기부터 빼고 갑시다. 폭스콘은 애플의 자회사가 아닙니다. 노동자들에 애플이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폰만 만드는 회사도 아닙니다. 물론 애플이 자사 제품 라인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값싼 중국노동자를 이용해 아이폰의 거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어폐입니다. 마진율에 영향은 주겠지만, 비싼 미국 노동자를 쓴다고 해서 아이폰의 거품이라는 녀석이 빠지고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죠.




거품






 일식이가 돌을 주웠습니다. 그것을 본 이식이는 돌이 마음에 든다며 자신에게 줄 수 없겠느냐고 일식이에게 묻습니다. 일식이는 돌을 10만 원에 팔겠다고 합니다. 이식이는 '무슨 돌을 10만 원에 파느냐'며 거부했습니다. 한 달 뒤 일식이가 주운 돌은 운석으로 밝혀졌고, 200만 원에 팔립니다. 10만 원에도 안 팔리던 돌이 운석이라는 가치가 더해지자 200만 원에 팔린 겁니다.

 재화의 가격은 재화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원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진도 중요하지 않죠. 따지고 보면 일식이가 주운 운석의 마진은 100%입니다. 주운 노동력을 빼고 99%라고 해두죠. 어쨌든 허생이 나타나 사재기를 하지 않는 이상 자유경제시장에서 가치에 따른 가격이 적절하지 않은 재화가 거래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가치라는 것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식이가 운석이 200만 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일식이에게 200만 원을 주고 구매할까요? 절대요. 운석이 200만 원이든 300만 원이든 가지고 있어봐야 이식이에게는 그냥 돌입니다. 아무리 운석이라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식이에게 돌 이상의 가치가 생기진 않으며, 200만 원에 구매할 만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운석이라는 가치를 200만 원에 사는 사람이 있고, 그 구매 행위를 멍청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공산품을 운석에 빗대는 것이 올바르냐?"고 묻더라도 시장에 돌입했을 때 재화에 적용되는 논리는 일정합니다. 아이폰도 다를 것 없다는 것이죠. 아이폰의 영업 마진이 얼마든 최종 구매 가격이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에 적당하고 소비자가 이를 구매한다면, 시장이 형성되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반대로 영업 마진이 마이너스라도 팔리지 않는 재화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마진과 상관없이 소비자에 공급될 때 가격이 소비자의 가치에 만족을 주지 못한다면, 마진 없이 판매해도 안 팔릴 재화는 안 팔립니다.

 애플의 영업 마진이 높으므로 아이폰이 거품이다? 영업 마진을 이야기하기 전에 제품의 가치와 가격이 조건에 따라 시장 형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아이폰은 진작 가격을 낮추거나 퇴출당했을 겁니다. 그것은 영업 마진을 보기 전에 이미 아이폰의 가격에 대한 재화의 가치가 증명되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애플이 아이폰의 마진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180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합시다. 마진율은 10%입니다. 그럼 소비자가 구매하면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겁니까? 그게 아니면 거품 없는 제품을 구매한 겁니까? 아니요. 그 전에 구매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폰이 180만 원이나 주고 사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소비자는 드물 테니까요. 이것은 팬심만으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애플은 아이폰의 적정 가격을 결정해두고 그 안에서 마진율을 조정하는 겁니다. 만약 영업 마진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 것이라면 거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은 애플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기업을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며, 마진율 대 가격을 비교해서 거품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기초적인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것입니다. 그게 받아들여지려면 아이폰 외 스마트폰의 가격이 월등히 낮아야겠죠.




가치




 '도대체 그 아이폰의 가치라는 게 뭐길래?!?'

 필자는 아이폰의 가치를 얘기한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 일식이와 이식이에게 돌의 가치가 달라졌던 것처럼 아이폰의 가치도 소비자마다 다를 것은 뻔합니다. 단지 아이폰의 현재 가격을 충분한 가치라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죠. 그것만으로 아이폰의 마진율이 곧 거품을 얘기한다는 논리를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커피전문점의 커피가 원가에 비해 비싸다는 얘기를 줄곧 하지만, 사실 커피 제조 서비스와 자리 서비스를 포함한 비용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가 더 가치가 높을 수 있죠. 그렇다고 300원짜리 커피가 무조건 합리적인 소비는 아닌 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은 기기뿐 아니라 iOS와 그 안에 포함된 소프트웨어, 그리고 아이클라우드와 같은 서비스 등을 합쳐놓은 가격에 아이폰을 제공합니다. 소비자는 그 부가적인 부분들을 포함하여 아이폰의 가치를 판단하고 구매합니다. 그렇지 않은 소비자도 있겠지만, 그 가치 판단을 마진율만으로 거품 취급하며, 소비자를 바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발상입니다. 반대로 아이폰과 같이 높은 마진율을 지니고도 소비자들이 구매하도록 하려면, 부가적인 부분에서 제품의 가치를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으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게 더 중요합니다.


 물론 아이폰이 거품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갑지가 품질이 떨어지거나 마감 상태가 좋지 않고,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것까지 완벽히 작동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알아서 아이폰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고, 애플도 아이폰의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