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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애플과 삼성, ITC 판결에 대한 오바마 거부권의 후폭풍

 지난 4일, ITC의 애플 아이폰4와 아이패드 3G의 수입금지 명령에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보호 무역인가 아닌가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구도를 이뤘습니다. 필자는 그런 구도보다 이들의 막바지 특허 싸움이 명분보다 이해관계를 봐야 한다고 앞서 지적했었고, 소비자가 그 선을 넘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애플과 삼성, ITC 판결에 대한 오바마 거부권의 후폭풍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난 후 수그러드는 듯싶더니 거부권 행사의 후폭풍이 불어 닥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후폭풍의 수혜자가 수입금지에 실패한 삼성이며, 이것이 특허 경쟁의 전반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줬다는 사실입니다. 덕분에 미국의 자국보호무역이 아니라 특허의 공정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재편됩니다.




후폭풍



 블룸버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이 오히려 삼성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 보도했습니다. 애플의 제품을 미국내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획이 물거품이 된 삼성이 어째서 거부권의 수혜를 받게 된다는 것일까요?


 특허 괴물들의 활동은 다수의 기술 기업들이 소송전을 펼치면서 더 활발해졌습니다. 이들 틈에 껴서 로얄티 사냥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게 된 것인데, 인터디지털은 삼성을 대상으로 2년 간 4억 달러의 로얄티를 거둬들였으며, 인터디지털 전체 이익의 절반 정도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 소송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허를 통해 벌어 들인 수익으로 더 많은 특허를 확보해왔는데, 그 중에 표준 특허를 사들여 이를 가지고 거래와 소송을 사업으로 삼는 기업의 규모가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커졌습니다.


 인터디지털은 삼성을 상대로 통신 표준 기술과 관련해 특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삼성뿐 아니라 화웨이 등도 대상에 포함되어 잇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탓에 이 소송에서 삼성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 셈입니다. 에릭슨도 삼성과 협상 문제로 난항을 겪던 중 삼성을 ITC에 제소합니다. 그리고 삼성도 에릭슨을 ITC에 맞제소하여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표준 특허 관련 사항이라 거부권 탓으로 삼성이 이득을 볼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단지 애플과 삼성의 소송이 대중들의 관심에 들다보니 삼성이 애플에 지는 모습만 크게 비춰진 것인지만, 미국 전반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미국 행정부의 결정은 표준 특허를 특허 괴물들이 악용할 수 있는 문제를 모두 거부하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먼저 애플 제품 수입 금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때 주장한 것이 표준 특허 문제였고, 사실상 삼성이 표준 특허를 들고 소송을 시작하자 특허 괴물들도 탄력을 받게 되었지만, 이는 곧 삼성에 화살로 돌아갔으므로 거부권이 행정부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면 표준 특허의 잘못된 소송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보호 무역보다는 표준 특허로 발생하는 미국내 특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었다고 볼 수 있고, 단지 삼성이 먼저 첫타를 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이전에 표준 특허로 ITC에서 크게 분쟁이 났다면 삼성도 ITC선에서 해결되었을 것이고, 더는 ITC에 표준 특허에 대한 분쟁이 발을 붙이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표준 특허




 유럽에서는 이미 반독점 여부를 헤아리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주요 국가의 표준 특허 분쟁에 대한 견해가 일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제외군요.)

 문제는 표준 특허가 소송에서 효력이 없다면 '과연 누가 특허를 표준으로 제정하려 하겠느냐'하는 우려가 나타납니다. 비표준 특허여야 법적으로 더 우위에 있을 수 있고, 침해 문제에서도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 우려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특허는 애초 소송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리지널리티를 보호받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오리지널리티를 우회한 비슷한 수준의 특허가 생기면서 기준이 없어지고, 특허를 통한 로얄티 경쟁과 함께 담합이나 범용성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를 방지하고 오리지널리티를 살린 기업에 일정 수준의 로얄티를 산정하여 다른 기업들이 쓸 수 있도록 하고자는 것이 표준 특허이므로 '법적 우위'보다 '로얄티를 통한 수익'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표준 특허입니다.

 표준 특허가 법적 효력이 약하다는 말이 잘못된 것은 애초 표준 특허는 법적 보호 아래 로얄티를 거둬들일 수 있는 장치였고, 그 탓에 표준 특허 선점에 뛰어드는 것인데, 이 보호 이상의 법적 효력을 발휘하고자 하면 비표준 특허와의 균형이 깨지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표준 특허는 특허라는 자체로 기술이 보호를 받지만, 비표준 특허는 그와 관계없이 특허 보유자의 재량에 따라 기술이 유지될 수 있으므로 그 차이가 뚜렷한데, 표준 특허에 재량 부분을 결합하면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하므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선 둘을 구분을 지어야 합니다.

 '그럼 비표준 특허의 독점적 권한이 더 막강해지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앞서 말했듯 우회 기술이 다양하고, 이 우회 기술과의 경쟁에서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한 것이 표준 특허이므로 만약 비표준으로 몰린다고 하면 비표준 특허 간의 시장 경쟁이 더 심화하여 수익이 떨어질 수 있는 문제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적정선을 지키지 못하면 소비자들에 외면받게 돼버리죠. 어도비의 플래시를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아직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PDF겠고요.


 즉,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이 표준 특허의 법적 효력이나 시장 영향을 박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표준 특허와 비표준 특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허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렇든 저렇든 특허 제도 자체가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만약 위에서 말한 균형을 초월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금과 같이 논란이 될 거부권이 나타날 수도 있고, 유럽처럼 반독점법으로 다스리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며, 결정적으로 이런 문제가 각 기업의 이해관계로 넘어가는 문제 밖에 되지 않습니다.

 혹 특허 분쟁으로 스마트폰의 가격이 비싸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초리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진 스마트폰을 누가 살까요? 오히려 특허 소송은 해를 거듭할 수록 2배 수준 증가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가격은 시장 경쟁으로 더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판단하고자 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고, 복잡하게 얽힌 관계에서 결국 삼성이 이득을 보게 된 것처럼 각국 정부가 이 문제를 단편적인 싸운이 아닌 시장 전체의 균형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있길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