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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어도비가 하드웨어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

 어도비하면 단연 떠오르는 것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 아크로뱃과 같은 소프트웨어입니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강자인 어도비의 제품은 여지껏 대체제를 찾기보단 표준처럼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런 어도비가 하드웨어 사업에 뛰어듭니다.




어도비가 하드웨어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


 소프트웨어 강자인 MS가 직접 PC를 생산하고, 하드웨어 강자인 삼성이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고 있으니 어도비가 하드웨어 사업을 하는 것도 그리 신기해보이진 않습니다. 문제는 어도비가 내놓은 제품의 정체입니다. MS나 삼성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메인 제품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면 어도비는 스타일러스 펜과 블루투스 자를 내놓았습니다.



마이티&나폴레언



 일명 마이티(Mighty), 나폴레언(Napoleon)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 5월 6일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어도비맥스(Adobe Max)에서 공개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예상도 못한 제품이었고, 갑작스런 공개라 많은 사람이 당황했지만, 프로젝트만 있을 뿐 실험적 제품으로 상용화 계획을 밝히진 않았었습니다.

 마이티는 블루투스 기반의 클라우드 펜으로 iOS용 어도비 앱과 연결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작동합니다. 이 제품은 단순한 그리기용 펜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와 연동하여 작업물을 불러오거나 공유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습닌다. 나폴레언은 '자'입니다.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아이패드에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는데, 직선을 그리거나 곡선과 도형을 정확하게 작성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마이클 고우 어도비 디자인경험부문 부사장은 당시 '마이티를 6개월 정도 사용해본 결과, 종이에 그리는 것보다 훨씬 나을 때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종이에 풀어놓고 이를 다시 PC로 옮기는 과정을 아이패드에 풀어놓고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로 알아서 옮겨놓고, 공유하도록 하면서 더욱 능동적인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설명되었던 제품을 어도비는 실제 판매할 계획이라고 씨넷은 보도했습니다. 내년에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가격 등 구체적인 판매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 판매에 들어가겠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큽니다.




이유




 마이티와 나폴레언이 단순한 악세서리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와콤처럼 태블릿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스타일러스 펜이 새로운 카테고리도 아니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어도비는 이를 대대적으로 발표했고, 출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왜 소프트웨어의 강자였던 어도비가 하드웨어 사업에 뛰어드는 걸까요?

 어도비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꽤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앱들은 모두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와 연동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연결 부분이 상당히 느슨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어도비 제품군 말고도 경쟁력 있는 디자인 툴이 많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는 산업 현장에서 급격하게 교체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어도비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신생 경쟁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도비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하는데 그걸 위해 마이티와 나폴레언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입니다.

 소프트웨어가 기반이 되지만 이를 하드웨어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어도비라는 플랫폼에 깊숙히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의의이며, 이를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가 뒤에서 받쳐주고 있습니다. 별거 아닌 스타일러스 펜 같지만, 어도비에 있어선 중요한 수인 셈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스위트를 엎어버리고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로 완전히 전환을 선언한 시점에서 어도비는 사업의 다각화로 변화하려는 면모를 보여줬고, 마이티와 나폴레언은 이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당장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하드웨어를 만든 것에 불과하지만, 성공 여부에 따라 어도비를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닌 '플랫폼 회사'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어도비




 영원히 잘나갈 것 같은, 그냥 포토샵 후속 버전만 꾸준히 발매해도 될 것 같은 어도비도 태블릿의 보급과 경쟁자들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여태 어도비를 먹여 살린 원동력이었겠지만, 급변하는 시장에서 여태와 다른 하드웨어라는 수를 가지고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시도가 중요한 것이며, 어도비가 내놓은 컨셉이 태블릿 환경에서 디자이너들의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