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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앱개발자 강제 사업자등록, 쓰레기 같은 현실에 치가 떨린다

 오늘 다른 얘기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게 2013년 맞나요?




앱개발자 강제 사업자등록, 쓰레기 같은 현실에 치가 떨린다


 새벽에 개발자 카페에 들렀다 밑도끝도없는 얘길 듣고 이게 진짜인지 너무 이해가 안 되어 여기저기 찾아다녔더니 진짜인 거 같더군요. 이미 많은 개발자분과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이 어이없는 상황에 말문이 막혔으리라 싶습니다. 앱을 개발하려면 사업자등록의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앱개발자 강제 사업자등록


 애플의 앱스토어에 개발자가 앱을 등록하기 위해선 iTunes Connect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국 계정의 개발자에게는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신판매등록번호를 요구합니다. 이 요구는 유/무료와 관계없이 적용되며, 현재 신규 앱 등록과 업데이트도 막혀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탓으로 한국에서 개발 활동을 하려면 무조건 사업자가 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세금도 내야 합니다. 뭐 좋습니다. 그깟 세금 낸다고 합시다.

 그럼 다니던 회사에 겸업불가 조항이 따른다면 어떨까요? 대부분 회사가 겸업을 막고 있으며, 사업자로 등록되면 당연히 겸업으로 구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 개발이라는 취미를 두고 회사를 포기하든지 개발을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걸까요? 두 번째로 학생 개발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사업자등록을 하는 순간 수익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므로 학자금 대출이나 장학금, 지원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단지 개발을 한다는 이유로 사업자로 대출 받아 학교를 가야 하는 겁니까? 더군다나 초등학생 때부터 코딩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하겠다더니 14세 미만은 아예 등록도 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정 하고 싶다면 부모가 사업자가 되어 아이를 지원해줘야 합니까?




Reigndesign.com


 더 큰 문제는 외국인이 한국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하려면 개인 정보를 요구한다는 겁니다. Reigndesign 블로그를 보면 한국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할 때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름, 주소, 지역, 이메일, 전화번호를 요구한다고 합니다.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똥칠'입니다.

 외국인 개발자가 기업이든 개인이든 개인정보를 드러내야 한국에 앱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겁니까? 우리나라와 달리 배송지가 아니면 웹사이트 가입부터 최소화된 개인정보 요구가 아닐 때 거부하는 일이 빈번한데, 개인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내놓으라는 이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거니까?




똥칠


 여기서 이 문제의 심각한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돈을 벌었으면 세금을 내야지'라고 주장하시는 분도 몇 분 계셨는데, 잘 생각해봅시다. 앱을 개발하는 자체가 사업이 될 수 있습니까? 이건 정말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것은 '앱 개발=돈벌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거 자체가 잘 못되었습니다. 어떻게 개발 자체가 수익성 활동입니까? 이는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수익 활동이니 사업자 등록을 하라거나 노래 부르는 일이 수익 활동이니 사업자 등록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통해 돈을 버는 전문가는 분명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노래를 부른다고 돈을 내라는 말입니까? 미술 학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 모두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단 말입니까?

 이 논리라면 모든 경제적 활동에 사업자 등록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창조경제? 그따위 허물 뜯어먹는 소리 꺼내지도 않겠습니다. 이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똥칠이고, 당장은 앱스토어 문제만 부각되었지만, 안드로이드 쪽에서도 이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외국 개발자 포럼에서도 한국 앱스토어가 큰 논란이 되고 있고요. 결과적으로 앱스토어에 이렇게 똥칠을 했으니 파리가 꼬이는 걸 기다리면 됩니다.

 돈을 벌면 세금을 내야 하는 건 이 사회에서 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왜 개인개발자들까지 끌고 들어가는 겁니까? RPG만들기로 취미로 게임을 만들고 배포할 때부터 사업자등록을 요구하던지 완전히 60년, 70년대로 회귀하는 기분입니다.




개발


 개발은 '돈'이 아닙니다. 개발 자체가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것도 어이가 없는 것이 앱스토어에서 배포한다고 이를 무조건 수익 활동으로 보는 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블랙마켓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기업 사업자만 배를 불리려는 그런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어서입니까?

 개발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이를 배포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판매가 아닌 기부 형식으로 배포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묵살하고, 안 그래도 그림자만 드리워진 국내 개발 환경에 원자폭탄을 날리는 이런 현실에 필자는 치가 떨립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당장 멈춰주길 정부에 간곡히 요청합니다. 저는 2013년에 살고 싶습니다.


추가 (1) : 현재 아이튠즈 커넥터에 사업자등록번호를 요구하는 부분이 사라졌습니다. 시스템 오류인지 아니면 지켜보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당장 문제가 커지니 처리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추가 (2) :  이번 앱개발자 사업자 등록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문제다', '애플문제다'의 양상으로 퍼지는거 같은데, 제가 계속 주장하는 것은 누구 잘 못이건 '앱 생태계가 황폐화된다는 것에 대한 우려'입니다.

 낮에 독자분들 질문에 답을 드리기도 했습니다만, 이 정책을 정부가 내세운 것이 2010년입니다. 당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비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픈마켓 자율화가 나오고 정착되어가면서 별 문제 없을 것으로 흐지부지 넘어갔다가 갑자기 애플이 사업자번호등록 빌드를 추가하면서 공론화 된겁니다. 이걸 두고 정부 압박이 아닌 애플이 주도적으로 빌드를 추가했다는 것이 중론인데, 그렇다면 애플의 잘못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 추진하고 3년이나 지날 동안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가 지난 5월에 과세 법안을 추진한다고 나서면서 그 탓에 애플이 빌드를 추가한 정부는 어떻습니까?

 애플이 정부 뒤통수를 친 것인지, 정부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탓으로 앱 생태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누구 말로는 애플이 아이튠즈 법인을 한국에 설립하면 될 문제라는데 반대로 철수해도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페이스북도 한국에 법인이 있지만, 룩셈부르크를 통해 세금 회피 잘만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그런데 애플가지고 왜그래?'라는게 아니라 애플이 동네 구멍 가게도 아니고, 이런 것에 문제가 있었다면 정부가 이를 애플이 세금 안낸다고 공론화했어도 되는데 결국 공론화한 건 애플이고, 피해보는 건 개발자들입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터진다는 말 쓰고 싶지도 않지만, 딱 그 짝을 만드려는게 이번 사태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또 정부편, 애플편 하면서 편가르기 하려는 이들이 보이네요. 그럼 저 법안 자체가 문제가 없다는 건가요? 아니요. 문제있습니다. 애플이 세금 회피한거 문제가 없다는 건가요? 아니요. 문제있습니다. 다만, 이 탓으로 개발자들에 문제가 돌아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지 누구 편이라고 하는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정부 대변인이나 애플 대변인이 아니고서는 말이죠.

 매번 이런 문제 터지면 본질 흐리고 누가 잘못했니 소모전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저는 제발 제대로 처리되기만을 바라고, 이것이 국내 앱 생태계에 해가 되는 일이 아니길 바랍니다. 그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