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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이 모바일과 맥을 통합하는 방법

 필자는 예전에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맥을 판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전화기를 판 것으로 컴퓨터를 사게 한다니 믿지 못할 이야기로 들릴 수 있으나, 실제 애플은 그렇게 판매하고 있고, 소비자들이 반응하죠. 중요한 건 이 방식이 애플의 통합 핵심이 되었다는 겁니다.





애플이 모바일과 맥을 통합하는 방법


 애플이 iOS와 OS X을 통합하려 한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던 것입니다. MS는 그야말로 통합을 하고 있으니 하기 나름이 되었죠. 그렇다고 애플이 MS처럼 급진적인 통합의 움직임을 보이는 건 아닙니다.




매버릭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맥을 판다는 말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분도 있겠지만, 애플은 OS X 매버릭스를 출시하면서 소개 페이지에 이런 문구를 써놓았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맘에 드신다면, 이제는 맥을 써볼 차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한 맥 판매 전략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전략은 OS X이 라이언에 접어들고, 아이클라우드가 나오면서 효과가 증가했는데, 애플이 직접 마케팅에 사용한다는 점을 흥미롭게 봐야 합니다.

 'iPhone이나 iPad를 이미 사용하고 계시다면, Mac은 금방 친숙해질 겁니다'

 이전에는 맥을 사용하던 애플 사용자들이 아이폰을 더 구매했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되었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해본 소비자가 PC를 구매할 때 맥을 고려하게 되고, 애플은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OS X과 iOS를 통합합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10년 1월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애플은 모바일 회사'라고 말했습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모바일 제품이 애플의 주 제품이 되었고, 판매량과 매출도 맥을 뛰어넘었으니 그럴만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애플이 모바일 회사인 이유의 전부가 아닙니다. 맥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모바일에서 얻은 경험을 맥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필자는 이제 OS X과 iOS의 통합이 중간단계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통합




 매버릭스 이전까지는 통합의 전초였습니다. 그러니까 iOS의 경험을 OS X로 연장하는 것에 머물렀다는 겁니다. 그래서 iOS 사용자가 연장하기 위해 맥을 구매했지만, 실제 사용자 경험이 같진 않았습니다. 구색을 갖춘 정도였죠. 그럼 매버릭스 이후는 어떨까요?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맥을 권하는 문구를 내놓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이클라우드로 iOS가 OS X과 묶여있었던 것은 맞지만, 캘린더의 내용이 아이폰으로 넘어가고, 아이폰에서 작성한 메모가 맥에서 나타나는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것도 편한 것이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사용자 경험의 연장이었죠. 맥과 iOS의 특별한 구분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iOS의 경험을 연장할 수 있는 컴퓨터가 맥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매버릭스에 들어서면서 iLife와 iWork의 새 버전이 출시되었고, 전체적인 인터페이스가 OS X과 iOS가 비슷해졌습니다. 비슷해졌다기보다는 단일화되면서 각 기기에 맞는 옷을 입었다고 해야겠죠. 무엇보다 iOS에서는 단순하게 수정하는 데 그친 iWork나 OS X과 iOS의 기능이 따로 놀던 iLife와 달리 기능도 확대되고, 아이클라우드와 더 밀접해졌습니다. 이전에는 아이무비나 가라지밴드에서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하려면 오히려 번거로웠지만, 새 버전에서는 아이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면서 사용성이 더욱 확대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에서 가라지밴드로 샘플을 작성하고 아이클라우드로 저장한 뒤 맥에서 바로 불러와 수정하는 등의 작업이 이전보다 더 수월해졌다는 겁니다. iWork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패드로 키노트를 작성하기 편해졌고, 기능도 합쳐졌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작성한 것을 맥에서 세부적으로 다듬을 수 있도록 했죠.

 기존에는 생산성에서 맥이 항상 우위에 있거나 OS X 앱과 iOS 앱이 거의 따로 놀았다면, 매버릭스로 넘어오면서 모바일이 간단한 작업을 언제든 할 수 있게 하고, 맥이 이를 받쳐주며, 아이클라우드로 항상 연결하면서 경험의 연장이 아닌 'iOS의 경험을 맥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기능만 밀어 넣은 것이 아니라 똑같은 앱이 iOS와 OS X에서 각자 어떻게 동작해야 할지 분명하게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둘이 함께했을 때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으니,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에게 '이제는 맥을 써볼 차례'라고 당당히 내걸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이 탓으로 몇 가지 문제가 나타나긴 했습니다. 기존 작업물에 적용된 것들이 사라져버린 것인데, iOS용과 같은 기능으로 같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기능을 빼버린 것입니다. 환경이 같아진 것은 좋지만, 기존 사용자들은 어이가 없죠. 일종의 다운그레이드가 돼버렸으니 말입니다. 필자도 마찬가지였고요. 또한, 경험의 확장에 중점을 둬서인지 안정화되지 않은 버그도 상당히 발견되었습니다.

 다만, 애플이 진행하려는 방향 자체는 확실해 보입니다. 이전에는 맥은 생산성, iOS는 소비용으로 정해놓고 있었다면, 이를 달리하여 경험의 확장을 서로 나누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겁니다. 이건 10월 스페셜 이벤트에서 계속 언급된 것인데, 아이패드는 사용자에 따라 성질이 변합니다. 소비용이라는 특정한 속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로도 생산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맥으로도 소비할 수 있다면 이 둘의 성질을 나눠놓을 것이 아니라 통합하면서 각각의 생산성에서의 위치, 소비에서의 위치를 분명히 하고, 서로 확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아이패드에서 페이지를 이용해 전자책을 작성할 수 있으며, 맥의 아이북으로 전자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죠.



Apple - Life on iPad




확장




 경험을 확장하면서 이를 토대로 맥과 모바일을 통합한다는 발상은 매우 현실적이면서 점진적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것이 중간 단계라면 윈도우 8처럼 완전히 합쳐버릴지, 아니면 확장에 따른 통합을 굳힐 것인지 최종 단계에서 나타나게 되겠지만, 현재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나 애플이 생각하는 통합의 형태는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분명히 애플은 모바일 회사지만, 결국 컴퓨터 회사입니다. 그리고 아이패드를 PC로 내세우고 있죠. 모바일이지만, PC, 그리고 이것이 맥으로 확장되는 것까지, 애플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컴퓨팅을 바꿔놓으려 합니다. 그것이 애플이 모바일 회사인 이유입니다.

 애플의 맥과 모바일 통합이 어떤 미래를 보여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