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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아이폰 5c는 실패한 제품인가?

 올해 애플은 아이폰 라인을 변경했습니다. 신제품을 내놓고, 한 세대 이전의 제품을 가격을 낮춰 계속 판매하는 전략이 아니라 아이폰 5s와 함께 이전 세대인 아이폰 5를 단종하고, 대체할 제품인 아이폰 5c를 출시한 것입니다. 아이폰 4부터 알루미늄 재질을 고집하던 애플이 플라스틱 재질의 5가지 색상으로 아이폰을 선보인 것이 아이폰 판매량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하는 것은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죠.
 


아이폰 5c는 실패한 제품인가?


 아이폰 5c는 출시 당시부터 회의적인 제품이었습니다. 먼저 아이폰 5s보다 낮은 사양의 기존 아이폰 5와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알루미늄 재질을 놓고 플라스틱의 상당히 경쾌한 색상으로 가벼운 느낌으로 방향을 돌린 것과 가격이 아이폰 5s보다 100달러밖에 낮지 않아 젊은 층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젊은 층의 수요를 이끌만한 가격이 되지 않아 많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습니다.
 


생산량 감소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아이폰을 제조하는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중국 정저우 공장에서 생산하던 아이폰 5c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이폰 5c의 생산은 폭스콘이 30%, 페가트론이 70%를 담당해왔는데, 애플은 페가트론의 아이폰 5c 주문량은 한 달 전 20%까지 줄였으며, 이번에 폭스콘에서의 생산을 중단한 것입니다. 폭스콘은 아이폰 5s의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고 디지타임스는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아이폰 5c를 통한 애플 저가 전략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밀린 애플의 iOS 점유율 하락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가벼운 느낌의 아이폰 5c를 100달러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저가 전략을 세웠는데, 생산량을 줄였다는 사실이 아이폰 5c의 저가 전략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아이폰 5c 자체만 본다면 분명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 나온 신제품임에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고, 출시한 지 2달 만에 생산량 감소, 즉, 수요가 감소했다는 것은 1년마다 새로운 아이폰을 내놓는 애플로 본다면 실패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수요가 줄었다고 이를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실패



 아이폰 5c와 비교되는 경쟁 제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바로 모토로라의 '모토 X(Moto X)'입니다. 모토 X의 전략을 상당히 재미있는데, 가격은 아이폰 5c보다 비싸면서 사양도 낮습니다. 그러나 외관을 사용자화할 수 있어 다양한 색상의 자신만의 스마트폰을 제작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가졌죠. 그러나 시장에서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아이폰 5c를 실패했다고 하기가 무색해질 만큼 소비자는 전혀 사용자화에 매료되지 않았습니다.
 
 모토 X가 실패했으므로 아이폰 5c정도면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화의 전략적인 관점에서 모토 X는 실패했습니다. 모토 X는 사용자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내세웠지만, 기본 사용과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이지 못했으므로 실패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아이폰 5c를 저가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실패입니다. 가격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해당 수요를 끌어당기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나 여기서 가장 큰 오점은 아이폰 5c가 저가 전략을 내세워 시장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이폰 5c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굉장히 간단합니다. 아이폰 5s 탓입니다. 아이폰 5s와 아이폰 5c의 판매 추이를 보면 3:1 수준입니다. 중국의 아이폰 판매 비율은 아이폰 5s가 78.6%, 아이폰 5c가 21.4%이며, 아이폰 5s의 배송 기간은 미국의 온라인 애플스토어를 기준으로 한동안 1~2주를 기록하다가 어제가 되어서야 3~5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는 폭스콘이 아이폰 5s의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연말 시기에 맞춰 수요가 높은 아이폰 5s의 물량을 맞추기 위해 정저우의 생산공장도 아이폰 5s의 생산에 들어간 것이며, 다소 수요가 떨어지는 아이폰 5c의 생산을 줄인 것입니다. 한 명의 소비자가 두 가지 아이폰을 구매하진 않으니, 수요가 높은 쪽의 생산을 늘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안드로이드의 전 세계 점유율이 80%로 증가했고, iOS의 점유율은 13.4%를 기록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나 감소했지만, 이는 비율 면에서 떨어졌다는 것일 뿐이지 아이폰의 판매량은 최대 판매량을 갱신하고 있기에 아이폰의 추세가 꺾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아이폰 5s든 아이폰 5c든 전체 아이폰의 판매 강세가 추락하진 않았으며,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아이폰 5c를 저가 전략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하는 겁니다. 애초 저가 전략을 내세울 생각이었다면, 아이폰 5s와의 가격 차이를 100달러가 아닌 200~300달러 수준에 맞춰야 했습니다. 그래야 충분한 매력이 있으니까요. 다만, 그렇게 가격을 낮췄다가는 아이폰 5s의 수요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고, 아이폰 5s의 수요가 아이폰 5c에 몰리게 되었을 때 애플의 수익률은 감소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아이폰 5c는 저가 전략도 뭐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아이폰 5c의 존재의의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폰 5의 대체품입니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으며, 아이폰 구매자 중 아이폰 5s보다 좀 더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 좀 더 가볍게 사용하고 싶은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준 것이 전부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아이팟 나노와 아이팟 터치를 비교할 수 있는데, 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A5 프로세서, iOS, 5MP iSight 카메라, 페이스타임용 전면 카메라, 기본 16GB를 제공하는 아이팟 터치를 두고 50달러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카메라도 없고, 다양한 앱을 사용할 수도 없으며, 용량도 같고, 단지 작고 무게만 가벼울 뿐인 아이팟 나노를 저가 전략으로 볼 순 없습니다. 그저 아이팟 터치보다 작고 가볍고, 아이폰 터치 16GB 모델과 비교하여 색상을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아이팟 나노를 선택하는 것일 뿐이죠. 이는 약정 부분도 없으니 더욱 솔직한 소비로 나타납니다. 단지 아이폰 5c가 아이폰 5s보다 부담이 덜하다는 것 수준에서 존재의의를 남기는 것입니다.
 
 이런 의의, 즉, 애플이 잡은 아이폰 5c의 포지셔닝의 실패를 점치기 위해선 작년의 한 세대 아래 제품인 아이폰 4s와의 판매 추이를 비교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으며, 내년에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 5c를 내놓을 것인지, 아니면 단종할 것인지 보아야 합니다. 만약 내년의 한 세대 아래 제품이 될 아이폰 5s를 아이폰 5c가 대체하게 된다는 것은 아이폰 5c만의 수요층이 분명하고, 판매량에 충분한 반영이 된다는 것으로 아이폰 5c의 전략이 성과를 보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5c가 전혀 팔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전체 아이폰 판매의 2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은 내년에 새로운 아이폰 5c를 출시하지 않으면 20%를 메워줄 다른 것, 그러니까 상위 기종을 구매하지 않을 소비자가 구매할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므로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내년에 아이폰 5c의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 애플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플의 내년 아이폰 전략이 아이폰 5c의 존재의의를 분명하게 할 것이며, 아이폰 5c의 독자적인 전략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폰 5c




 애플은 새로운 아이패드인 '아이패드 에어(iPad Air)'와 '아이패드 미니 2세대(iPad Mini 2)'를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의 차이는 가격이 아니라 크기이며,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패드 에어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같은 사양에 가격에서 큰 편차를 보이지 않습니다. 작년 아이패드 4세대와 아이패드 미니의 사양을 달리하고, 가격에 차이를 둬 아이패드 4세대의 대체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던 아이패드 미니와 다르게 시장 관점에서 보면 완전한 카니발리제이션을 이뤘습니다. 같은 사양에 크기만 다르니 휴대성과 폭넓은 사용성, 두 가지, 하나 더 끼워넣자면 디스플레이 차이에서 소비자가 고민하게 되는 것입니다.
 
 필자가 얘기하는 아이폰 5c의 독자적인 전략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 전에 출시된 아이팟 터치도 마찬가지로 16GB와 32GB 모델은 16GB 모델에 후면 카메라가 없고, 색상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빼면 똑같이 A5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용했습니다. 만약 아이폰 5c가 상위 기종보다 100달러 낮은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현재처럼 상위 기종 아이폰과 사양에 큰 차별을 두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사양에 색상 선택 폭을 늘리고, 좀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요? 분명 아이폰 구매자들은 100달러의 가격 측면보다 아이폰 5s의 성능에 더 큰 매력을 느낍니다. 그런데 같은 성능에 100달러 낮은 가격과 다양한 색상 폭을 더한다면, 애플이 아이패드 라인과 아이팟 터치 라인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카니발리제이션 효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애플이 이런 전략을 두고 아이폰 5c를 출시한다면, 현재 아이폰 5c의 시장 추이를 두고 실패했다고 할 순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현재와 똑같은 전략으로 아이폰 5c를 내놓더라도 대체 제품으로써 시장 가치를 입증한 것이므로 전략적인 변화 없이 아이폰 5c가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됩니다.
 
 아이폰 5c가 실패한 것이라고 얘기하기 위해선 내년에 아이폰 5c가 단종되거나 더 낮은 가격이 되어야 하며, 만약 가격이 낮아지게 되었을 때 비로소 애플은 아이폰 5c를 통한 저가 전략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당장은 아이폰 5c의 판매 비율인 21.4%가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인지, 그리고 아이폰 5s의 수요 감소로 아이폰 5c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닌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생산량으로 아이폰 5c의 실패를 점치는 것보다 현명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