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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웹 OS TV, LG 인수 효과 제대로 봤다



 HP는 웹 OS(Web OS)에서 완전히 손을 뗐습니다. 그리고 그램(Gram)이라는 신생 회사로 분리했지만, 독자적인 연구 외 제품 출시에 대한 내용은 없었죠. 들고 있긴 한데, 딱히 써먹을 곳을 찾지 못하던 HP에게 손을 내민 것은 LG였습니다. 지난해 2월, LG가 웹 OS를 인수한 것입니다.
 



웹 OS TV, LG 인수 효과 제대로 봤다
 
 LG는 웹 OS의 소스코드와 개발인력, 관련 자료를 인수했고, 특허만 HP에서 임대하는 형식의 제휴만 맺었습니다. 웹 OS에 대한 권한은 HP가 그대로 가지는 셈인데, 대신 그램의 고급 인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인수 당시 TV 개발을 위해서 인수한다고 LG는 밝혔지만, 계약 조건에서 HP가 더 좋은 조건에 웹 OS를 LG에 떠넘긴 것이라고 많은 매체가 분석했습니다.
 
 


 필자도 LG가 거의 아무 생각 없이 웹 OS를 인수했다고 말했었습니다. 애초 웹 OS가 성공적인 제품도 아니었던데다, TV를 만들 것이라는 얘기는 이전에는 전혀 없던 것이었고, 단지 구글 TV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LG가 대체재 찾기에 나선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대체재가 모바일 운영체제였던 웹 OS였으니, 다듬는 역할을 LG가 전적으로 떠맡아야 하는 상황인데, 스마트폰에서 소프트웨어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LG가 '과연 TV에서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웹 OS 인수가 썩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11개월이 지난 지금, LG는 웹 OS TV를 공개합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4에 LG는 웹 OS 기반의 스마트 TV를 선보였습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 연구소(SVL ; Silicon Valley Lab)에서 개발해 온 것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 CES 2014 - Hands on with LG's smart TV running webOS video >


 웹 OS TV의 특징은 사용자가 연결, 전환, 탐색에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으로 웹 OS 멀티태스킹의 핵심인 '카드(Card)'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퀵런처 바(Quicklaunch Bar)에 카드를 통합한 느낌이며, 연결이나 앱의 전환 등 기능들을 카드로 묶어 사용자가 전체 기능을 일관적으로 접근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카드 메뉴는 원 버튼(One Button)으로 출연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왼쪽은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이전 카드를 볼 수 있고, 중앙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나열하며, 오른쪽은 전체 앱을 보여줍니다. TV의 모든 동작이 이 방식으로 작동하여 사용자가 스마트 TV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더라도 헤매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반응 속도입니다. 이전의 스마트 TV들은 어떤 기능을 동작하기 위한 반응 속도가 처참했습니다. 사용자는 느려터진 속도 탓에 아예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지 않기도 했죠. 그러나 이번 웹 OS TV는 이런 부분을 잘 잡아내고 있습니다. 실사용에서는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겠으나 현재까지 나왔던 스마트 TV 중 단연 돋보인다고 할 만큼 인터페이스와 반응 속도가 조화를 잘 이뤄냈습니다.
 




 이런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은 LG의 TV 기술력과 웹 OS와 함께 영입한 그램 개발팀이 잘 융합한 덕분입니다.
 
 사실 LG가 웹 OS TV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곳은 CES 2013이었습니다. HP가 웹 OS를 오픈소스화 하면서 LG가 웹 OS 기반의 TV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 웹 OS TV 개발은 LG가 웹 OS를 인수하기 이전부터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걸림돌이 된 것은 웹 OS의 부팅 속도였습니다.
 
 LG의 박병호 수석연구원은 작년 ICT 드림에서 웹 OS TV의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제시한 3가지 과제 중 마지막이 '전원 켜는 시간의 단축'이었는데, TV는 대기 전력 규제로 전원이 완전히 내려가야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는 그것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하면서 구글 TV가 전원을 켜는 데 40초나 걸렸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웹 OS TV는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TV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기존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LG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었죠.
 
 웹 OS의 느린 부팅 속도는 이전부터 악평이 났었습니다. LG의 개발자들이 이 탓으로 HP의 웹 OS 개발자들과 함께 개발한다는 소문이 들리던 차에 CES 2013은 폐막합니다. 그렇게 흐지부지 넘어가는가 했더니 폐막한 다음 달에 LG가 덜컥 웹 OS를 인수해버렸습니다.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LG는 웹 OS의 개발 인력이 좀 더 면밀하게 제품 개발에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램의 개발자들이 둥지를 튼 곳은 LG의 SVL이었고, LG가 이전에 스마트 TV에서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함께 풀어나간 것입니다. 웹 OS의 제품 관리와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이타 본잭(Itai Vonshak)도 HP에서 LG로 넘어와 UI와 UX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다듬어냈으며, 그램의 개발자 관련 총책임자였던 엔다 맥그레스(Enda McGrath)는 SVL에서도 같은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부팅 속도를 단편적인 예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웹 OS TV가 보여준 빠른 반응 속도나 군더더기 없이 간결해진 UI와 UX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면, LG는 인수 효과를 제대로 본 겁니다. 기존 LG가 가지고 있던 것과 HP에서 그램으로 떨어져 나온 것이 웹 OS를 스마트 TV를 간결하고 멋진 새로운 TV로 거듭나게 했으니 말입니다.
 


 


 스마트 TV를 스마트폰의 연장선으로 보면서 많은 앱을 확보해야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 떠돌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TV는 스마트폰과 달리 이미 콘텐츠가 풍부한 제품이었습니다. 대부분 사용자가 실시간 방송에 집중하며, 그 외 부가적인 요소가 본래 사용 목적을 방해하는 순간 뒤떨어지는 사용성을 드러냈습니다.
 
 LG의 웹 OS TV는 그런 부분을 잘 잡아냈습니다. 앱도 앱이지만, 외부의 입력도 통합된 인터페이스로 나타나게 했으며, TV가 가진 본연의 특징을 가리지 않는 훌륭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스마트 TV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 '빈 버드(Bean Bird)'라는 작은 새가 설정 단계를 안내하여 쉽게 설치를 끝마치도록 배려합니다. 귀여운 빈 버드를 보면 사용자 친화적인 관점에서 어떤 고민까지 도달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웹 OS TV는 아주 멋진 제품이며, 시장에서 어떤 반항을 일으킬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