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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국내 진출, 낙관하지 말아야 할 이유


 '해외 직구'
 2008년 195만 건이었던 해외 직구 건수는 5년 만에 1,003만 건으로 늘었습니다. 5배 수준인데, 이렇게 해외 직구가 성행하게 된 이유는 바로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결제'입니다. 해외 직구의 대표 사이트 '아마존(Amazon)'도 이제 국내에서 어색하지 않은 이름입니다.




아마존 국내 진출, 낙관하지 말아야 할 이유


 아마존이 국내 진출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한창입니다. 한국 법인 설립과 AWS(Amazon Web Services)의 국내 진출로 유통 시장까지 아마존이 눈여겨보지 않을까 하는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겁니다. 이 증폭에는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해외 직구의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영어로만 보던 것을 한국어로 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어찬 것입니다.
 
 


 앞서 한 가지 언급하고 가자면 아마존이 한국 유통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정황만 있을 뿐, 실제 유통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기대감이 늘어나는 이유는 이미 아마존을 경험해 본 소비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다양한 상품과 대인배와 같은 서비스는 익히 국내 소비자들이 아마존과 손을 잡도록 했습니다. 그런 아마존이 국내 유통 시장에 진출한다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도 아닙니다.
 
 주요 거점에 아마존 물류 창고를 세우고, 각종 수입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배송받을 수 있다면, 기존 아마존에서의 만족도에 단점이었던 긴 배송기간과 반품 문제도 해결되어 만족도는 상승할 것만 같습니다.
 
 이런 아마존의 국내 진출 소문에 국내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해외 직구 탓으로 백화점이나 고가 브랜드 매장은 울상이 되어가는 통에 국내에 있지도 않은 아마존의 위력이 날로 상승하는데, 온라인 쇼핑 업체까지 이 찬 바람에 휩쓸린다면 그야말로 국내 유통 시장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기에 아마존의 움직임에 숨죽이고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들이야 해외 유통 업체의 국내 진출에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브랜드 독과점으로 이어졌던 국내 유통 시장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상당한 파급력을 몰고 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마존의 국내 진출이 이런 장밋빛 미래만 펼쳐져 있는 것일까요?
 
 


 지난해 애플은 국내 온라인 애플스토어에 공인인증서 결제를 도입했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애플스토어의 국내 결제대행 업체인 KG이니시스에 온라인 애플스토어에서 거래 시 30만 원 이상을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국내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서명법을 따라야 하는 탓입니다. 아마존의 원클릭 결제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물론 유출된 신용카드로 결제는 하는 등의 문제 방지 효과는 있을 테고, 30만 원 넘지 않으면 상관없지만, 30만 원 이상이라면 아마존 구매의 장점인 '편리함'은 사라질 것입니다.
 
 배송기간도 국내에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아마존은 대부분 상품을 2일 만에 배송받을 수 있는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을 연간 비용을 받고 제공하지만,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하루 만에 구매 상품은 배송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굳이 주요 거점에 창고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얘기하기도 하고, 혹은 주문 당일 상품이 고객에게 도착할 수 있는 정도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기대하는 만큼 해외의 저렴한 물품을 구경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고, 일본만 보더라도 미국과 같은 구색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국내 실정에 맞는 상품을 배치할 것이고, 전반적인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확신할 수도 없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아마존이 한국 서비스를 해도 해외 직구가 계속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아마존 국내 진출을 낙관해서만은 안 될 이유입니다. 이런 이유에 부합하는 가장 좋은 예는 바로 '이베이(eBay)입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베이가 왜?'라고 물어보겠지만, 이베이는 오래전에 한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바로 '옥션'과 '지마켓'입니다. 이베이의 경매 시스템은 도입한 옥션을 인수하여 국내 시장에 먼저 발을 들여놓았으나, 초반에만 경매 시스템이 주목했고, 이후에는 일반적인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됩니다. 그리고 2009년 지마켓을 인수하면서 국내 온라인 쇼핑의 큰 손이 되어 한때는 반독점 논란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베이가 이베이의 모습대로 국내에서 서비스되었나 하는 겁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이고, 국내 환경에 적합하도록 변해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먼저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를 보면 온라인 구매 비중이 너무나도 막강합니다. 그 이유는 단연 '가격'과 빠른 배송으로 발 아프게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더 다양한 상품을 다음날이면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경매 시스템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경매는 상품의 가치에 따라 가격이 상승해야 하는데 국내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에서든 온라인에서든 가격에서 낮아져야만 구매 버튼을 누르는 형태였고, 중고 판매조차도 에누리가 기본 옵션으로 딸려가므로 적정가에서 얼마나 덜 할인되었는지가 중요하지, 가치에 따라서 얼마에 팔 수 있다는 것은 큰 효과를 낼 수 없었습니다. 소셜커머스의 형태가 결국 기존 온라인 쇼핑몰처럼 변했음에도 소비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거기서 찾을 수 있겠죠.
 
 그렇다면 아마존도 이런 가격 경쟁에 쟁점을 두고,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미 최저가 경쟁에 익숙한 오픈마켓을 대상으로 손해 보지 않고도 높은 할인율로 이득을 보면서 국내 유통 시장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비약이 심합니다.
 
 


 아마존 국내 진출로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전자책'입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매우 작고, 어째서 활성화가 더딘지 매번 지적은 하지만, 유통 구조가 변하지 않는 탓으로 제자리걸음도 아닌 퇴보를 하고 있습니다. 명백한 돌파구가 존재하는데도 도서 유통 업체들은 투자에도 소극적이고, 전략에도 허점을 보입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서 전자책 판매 경험이 많은 아마존이라면 이런 암울한 국내 전자책 시장에 해답을 던져놓을지도 모르겠죠.
 
 그러나 전반적인 유통에서 아마존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단지 해외직구에서 본 단맛을 국내에서도 맛보고 싶다는 것이지 아마존이 단맛을 낼거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크게 낙관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일단 아마존이 실제 국내 유통 시장에 진출을 해야 여부를 가릴 수 있겠지만, 한국이 그리 쉬운 시장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