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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킨들 페이퍼, 종이로 한 걸음 더


 킨들(Kindle)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북리더이고, 가장 많이 팔린 e-잉크 제품입니다. 그러나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태블릿과 맞서게 되면서 자리를 위협받았죠. '햇볕에서는 아이패드보다 킨들이 더 잘 보인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지만, 아이패드의 복합적인 콘텐츠에 흑백의 킨들이 대항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아마존의 태블릿 제품인 킨들 파이어가 출시되었고, 이북리더의 뒤를 이은 효자가 됩니다.
 


킨들 페이퍼, 종이로 한 걸음 더
 
 그러나 뒤떨어진 것은 바로 킨들이었습니다. 아마존은 2012년에 어두운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론트라이트를 장착한 '킨들 페이퍼화이트(Kindle Paperwhite)'를 출시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긴 했습니다. 이후 2세대 제품도 출시되면서 킨들의 명맥을 이었지만, 문제는 성과의 중심은 태블릿군에 있었다는 겁니다. 킨들만의 특징보다는 가격을 내세운 라인업이었죠.
 
 


 Good e-Reader는 아마존이 곧 킨들 화이트페이퍼3를 공개할 것이고, 새로운 스크린 기술을 사용한다고 아마존 익명의 내부 소스를 통해 밝혔습니다. 정보통은 이 새로운 기술이 e-잉크 홀딩스(E Ink Holdings, Inc.)와 소니가 공동으로 개발한 뫼비우스(Mobius)라고 말했으며, 훨씬 가볍고 견고한 킨들의 출시를 암시했습니다.
 
 뫼비우스는 작년 소니가 선보인 '노트패드(Notepad)'에 적용된 기술입니다. 노트패드는 뫼비우스를 탑재한 13.3인치 화면 크기의 프로토타입 e-잉크 리더인데, 6.8mm의 얇은 두께와 359g의 놀랍도록 가벼운 무게, 1200 x 1600의 해상도로 더욱 확장된 문서보기가 가능한 기기로 주목받았습니다. 또한, 화면만 보면 휘어지도록 제작되었고, 휘어진다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어 필기하기에도 유리 화면보다 이질감이 적은 것이 장점입니다.
 
 뫼비우스의 장점은 '학교에서 사용하기 좋다.'는 평가로 이어졌고, 일본의 와세다대, 호세이대 등의 대학교에서 시험적으로 제공될 예정이었습니다. 일반 판매도 지난해 이뤄질 예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식 발매가 되진 않았는데, 그랬던 기술이 킨들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로 실제 제품이 출시되었을 땐 뫼비우스를 탑재한 최초의 제품이 되는 것이며, 킨들이라면 수긍할 가격 정책과 함께 제품 품질도 보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그럼 이것이 단순한 뜬 소문일까?'
 
 기대가 단순한 소문에 의한 것이었다면, 먼저 회의감을 가지거나 실망해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소식에서 돌아봐야 할 건 '아마존은 킨들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입니다.
 
 


 아마존은 킨들을 종이처럼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종이처럼 구겨서 버린다거나 여러 장을 겹친다는 뜻이 아닙니다. e-잉크 기술을 이용하여 가볍고, 저렴하고, 부담 없는 제품을 보급하는 것에 주력한다는 것이죠. 덧붙이면 전력 소모도 거의 없는 제품이길 바랍니다.
 
 뫼비우스 이전에 아마존이 관심을 보였다고 잘 알려진 것이 '미라솔 디스플레이(Mirasol Display)'입니다. 퀄컴에서 개발하는 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은 LCD와 e-잉크의 장점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색상이 출력되는 e-잉크'로 많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흑백의 e-잉크와 달리 색상이 출력되면서 LCD와 달리 햇볕에도 잘 보인다는 것으로 교보문고가 출시한 '교보 e리더(KYOBO eReader)'에 탑재되기도 했습니다.
 
 교보문고가 미라솔 디스플레이 탑재를 확정한 것이 2011년이었는데, 실제 제품 출시는 2013년에 이뤄졌으며, 아마존이 미라솔 디스플레이에 관심을 보이던 시기가 2011년입니다. 당시 시제품의 미라솔 디스플레이는 그리 썩 좋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이 뛰어들었다면 더 빨리 미라솔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지 않았을까?'도 싶지만, 미라솔 디스플레이의 여러 가지 문제로 상용화가 늦어진 점에서 볼 때 아마존은 손을 뗀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아마존이 미라솔 디스플레이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e-잉크의 장점과 함께 종이처럼 색상출력이 가능한 이북리더를 내놓고 싶었던 것이고, 이는 간단히 e-잉크보다 진보한 기술이었던 탓이 아니라 킨들을 확고한 자리에 두고 싶었던 바람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콘텐츠의 확장과 함께 이북리더가 종이를 대체하는 부분을 늘리고자 한 것이죠. 그런 아쉬움에 나온 제품이 킨들 파이어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이패드에 e-잉크만으로 대응하긴 매우 어려웠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등장한 뫼비우스는 비록 색상출력은 불가능하지만, 아주 가볍고, 얇으면서 전력소모까지 최소화한 기술입니다. 아마존의 눈이 돌아가지 않는 게 이상하죠. 킨들을 그저 저렴한 제품이 아니라 킨들이 가져올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을 살리면서 태블릿이 대체할 수 없는 다른 제품이 될 수 있는 미라솔 이후의 방법을 뫼비우스가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뜬 소문이든 아니든 내부 소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적용하는 것이 태블릿의 경쟁력에 밀려난 킨들을 새 영역에 도달하게 만들 방법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할 판입니다.
 
 아마존은 꾸준히 e-잉크로 제작된 킨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습니다. 그것은 태블릿으로 관심이 저조해진 것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었고, 그런 지점에서 뫼비우스를 탑재한다는 얘기라면 기술 탑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킨들의 본질에 대해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킨들 파이어가 계속해서 성장하더라도 아마존은 킨들을 단종하거나 하는 단행을 하진 않을 겁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킨들만의 장점을 살려서 소비자들이 킨들의 목적에 대해서 상기할 수 있도록 돌려놓으려고 하겠죠.
 
 상기한다는 것이 이상한 표현으로 들릴 수 있는데, 킨들이 승승장구하던 때 '온갖 뉴스가판대에 킨들이 당연하게 꽂혀있을 것'이라고 말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아직 그런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그런 생각을 많은 이가 잊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아마존이 킨들에 더욱 힘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합니다.
 
 Good e-Reader가 밝힌 내용을 보면, 뫼비우스를 탑재한 킨들은 상반기 내로 출시될 것이며, 아마존이 어떤 킨들을 들고 나오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