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플래피 딜레마에 빠진 애플


 베트남 개발자가 개발한 게임, 플래피 버드(Flappy Bird)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마켓에서 내려간 지 3주가 지났지만, 그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한때 이베이에서는 플래피 버드가 설치된 스마트폰을 판매하려는 사람으로 넘쳤으며, 수백 개의 경매 글이 도배되다시피 했습니다.
 


플래피 딜레마에 빠진 애플
 
 폭발적인 인기로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면서 주목받은 플래피 버드를 내린 이유는 그 어떤 것도 아닌 '과대평가 받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는 개발에 2~3일이 걸렸지만, 그 노력을 넘어선 과도한 관심에 부담을 느낀 것입니다. 단지 소문만으로 5,000만 다운로드를 이끌었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정작 오리지널 개발자는 손을 뗐지만, 아류작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플래피 버드가 내려간 후에도 플래피 버드를 찾는 이용자는 많았습니다. 이미 설치된 플래피 버드를 플레이하는 사람이 많았던 탓이었는데, 그 수요에 편승하여 아류작들이 쏟아졌습니다. The Guardian의 보도를 보면 하루 출시된 293개의 게임 중 95개가 플래피 버드의 아류작이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게임이 누적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아류작을 단속했습니다. 몇몇 아류작은 등록을 거부당했고, 그 이유는 '다른 앱의 성공을 이용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애플 앱 승인 정책에 포함된 것으로 처음 그런 사례가 등장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아류작들이 늘어나면서 거부당한 앱이 있는 것과 달리 승인된 앱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구글플레이도 사정은 마찬가지지만, 사전검수를 하는 애플이기에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반대로 플래피 버드에 편승하여 수익을 올리려는 개발자들이 무분별하게 아류작을 등록하여 앱 생태계를 어지럽힌다면서 부정적인 시선을 바라보는 이도 상당합니다. 플래피 버드는 하루에 5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앱스토어에서 내려갔음에도 해당 수입을 유지했습니다. 아류작이라도 짧은 개발기간에 상위권에 오를 수만 있다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실제 앱스토어에서 아류작들의 순위는 하루에도 계속 변동하고 있고, 두 가지 조건에 따라 인기 아류작으로 분류됩니다.
 
 첫 번째 조건은 '플래피 버드와 흡사할 것', 두 번째는 '플래피 버드의 부족한 점을 개선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접점이 발생합니다. 분명 플래피버드의 아류작이지만, 약간의 변형을 주어 완전히 다른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때 온갖 점프류 게임이 쏟아졌던 것처럼 말입니다. 두 가지 조건에 맞아야 인기작이 되는 것은 맞는데, 그 외 게임들을 두고 아류작으로 분류하여 거부할 수 있을까요?
 
 


 가령 국내 앱스토어 상위에 머물고 있는 스플래시 피쉬(Splashy Fish)는 기본 모드에 익스트림 모드를 추가하여 훨씬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기본 모드에도 코스튬을 획득하는 조금이지만, 차별성을 두어 플래비 버드와는 다른 재미를 줍니다. 이미 플래피 버드 개발자는 손을 뗐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편승한 게임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차용한 아이디어에 변형을 준 게임으로 볼 것인지 헛갈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플래피 버드의 아이디어라고 해봐야 파이프 사이를 터치로 조절하여 날고 있는 새를 통과시키는 게 전부입니다. 거기다 하루에 95개의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면 이 현상 자체를 플래피 버드의 편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테크크런치는 '오리지널 플래피 버드가 내려갈 때 앱 이름에 모두 플래피를 떼는 것이 공평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름으로 등록 거부를 하기에는 플래피라는 단어가 두들(Doodle)과 비슷하게 생각될 정도고, 앞서 얘기했듯이 편승을 현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앱만으로 볼 것인지 애매한 사안이라 앱스토어에 아류작들이 넘쳐나도 애플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그 탓으로 대신 주목받아야 할 앱들을 너무 많이 출시되는 플래피 버드의 아류작이 가로막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아류작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나 아예 플래피 버드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를 누가 멈출 수 있을까요? 만약 애플이 이 현상에 대한 제재를 가하게 되면 앱 승인 정책을 깨버리는 일이 되고, 일부 편승한 것으로 보이는 앱은 거부할 수 있지만, 전체를 거부하는 건 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 좋지 못합니다.
 
 새 한 마리가 애플을 딜레마에 빠뜨린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필자는 결국 자연스럽게 아류작들이 뒤로 밀려날 것으로 봅니다. 항상 플래피 버드에 대한 수요가 남아있을 것으로 볼 수 없고, 이를 현상으로 두고 본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가라앉게 될 겁니다. 아류작의 수익이 줄어든다면 더더욱 빨리 사라지겠죠.
 
 한 편으로는 이런 현상이 앱스토어 초기를 떠올리게 하며, 현재 조금은 정체된 앱스토어에 다른 의미의 활력을 주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어떤 그룹에서 개발한 것이 아닌 개인이 개발한 아류작들이 무더기로 승인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현상을 지금에 와서 기대하긴 어려운 것이었는데, 플래피 버드가 내려감으로써 발생했습니다.
 
 애플이 이 딜레마를 그냥 내버려둘 것인지, 아니면 조치를 하여 처리할 것인지 두고 봐야겠지만, 쉽진 않은 일이며, 시간이 해결하리라는 것도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 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