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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블랙베리, 저가 전략의 진의


 지난해 블랙베리는 BB10을 탑재한 스마트폰 Z10을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초기 판매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품질에 대한 대량 반품 사태가 벌어지면서 타격받은 것입니다. 이후 출시된 Z30은 아예 캐나다 통신사에서 판매를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져 블랙베리 상환은 더욱 악화하였습니다.
 



블랙베리, 저가 전략의 진의


 돌파구를 찾던 블랙베리는 급한 대로 자사의 메신저 서비스인 블랙베리 메신저(BlackBerry Messenger ; BBM)을 iOS용과 안드로이드용으로 제공하여 기업 소비자를 달랬습니다. 그리고는 폭스콘과 생산 협력을 맺고, 신형 스마트폰 제조에 돌입했는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블랙베리는 MWC 2014에서 폭스콘과 공동으로 생산한 스마트폰인 'Z3'와 'Q20'를 선보였습니다. Q20은 기존 블랙베리 사용자를 위해서 트랙패드를 탑재한 모델이며, 주목해야 할 제품은 Z3입니다.
 
 Z3는 5인치 디스플레이, 1.2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1.5GB 메모리, 8GB 저장공간이 제공됩니다. 5인치라는 점에서 Z30의 보급형 모델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데, 가격은 200달러로 책정되었으며, 인도네시아에 먼저 출시될 예정입니다. 신흥시장을 겨냥한 저가 제품이죠.
 
 블랙베리의 이런 모습은 노키아와 흡사합니다. 노키아는 MS에 인수되었지만, 아직 승인 단계에 있고, MWC에서 윈도폰이 아닌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AOSP) 기반의 저가 라인인 '노키아 X(Nokia X)' 시리즈를 공개했습니다. 노키아 X 시리즈는 150달러 수준의 저가 제품으로 기존 저가 라인인 아샤(Asha)를 대체하기 위한 라인입니다. 블랙베리도 마찬가지로 파격적인 가격의 Z3로 저가 시장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물론 블랙베리가 BB10 이후 저가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Q5를 출시하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Z3는 블랙베리의 본격적인 저가 시장 진출을 알리는 것이고, 집중하겠다는 의미도 함께 전달하고 있어서 향후 블랙베리의 위치를 내다보게 합니다.
 
 


 블랙베리가 폭스콘과 제휴한 기간은 무려 5년입니다. 그 첫 번째 전략 제품이 저가 제품이며, 자체적인 생산이 아닌 협력으로 생산한다는 것은 이후 5년 동안 지속해서 저가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합니다. 또한, BBM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임시 CEO인 존 첸(John Chen)의 공격적인 발언도 덧붙습니다.
 
 첸은 임시 CEO로 발탁되자마자 BBM을 블랙베리의 핵심으로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BBM을 활용한 SNS인 'BBM 채널(BBM Channels)'을 출시했고, 제조사와 협력을 통해 BBM을 기본 탑재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190억 달러 왓츠앱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첸은 'BBM을 팔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왓츠앱 수준의 인수 금액을 제시한다면'이라는 전재가 붙었지만, 어쨌든 블랙베리가 생각하는 BBM의 가치만큼만 제시하면 BBM을 팔겠다는 것입니다.
 
 블랙베리는 MWC에서 새로운 BBM을 선보였는데, BBM을 190억 달러 수준의 가치로 평가한다는 자신감일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보면 BBM 부문을 하드웨어 부문과 분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블랙베리가 BBM을 주요 산업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블랙베리 하드웨어에 힘을 실어 넣기 위함이었고, BBM의 가치가 얼마가 되어도 플랫폼 관점에서 두 가지를 떼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분리된 사업으로 성장토록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BBM은 멀티플랫폼을 지향하는 메신저 서비스로 나아간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마침 윈도폰용 BBM까지 공개했으니 블랙베리 스마트폰에만 힘을 주진 않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BBM과 저가 시장 집중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블랙베리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블랙베리의 특징을 강조한 확장된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그 주축의 하나가 BBM이었고, 기업 솔루션인 블랙베리 모바일 퓨전(BlackBerry Mobile Fusion)까지 BB10을 돋보이게 할 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BBM을 분리해버리겠다? 애초에 모바일 퓨전도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BB10 스마트폰 자체가 팔리지 않으니 성과를 기대하는 자체가 있을 수 없었죠.
 
 이는 블랙베리의 전략을 단편적으로 제시합니다. 하드웨어 판매와 플랫폼 확장을 따로 시도하겠다는 겁니다. 하드웨어는 신흥시장을 중점으로 저가 제품 판매로 이끌어내고, BBM 등은 다른 플랫폼에 편승하여 성장시킨 후 일정 지점이 되면 다시 합치겠다는 것이죠. 같이 판매해봐야 이도저도 안되는 상황이니 각자 집중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자는 전략인 셈입니다.
 
 


 블랙베리는 매각 선언까지 하면서 완전히 벼랑 끝에 서 있었습니다. 이를 그나마 다시 돌려놓았으므로 엉성한 대책보다는 더욱 가능성이 높은 쪽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블랙베리가 내세운 전략에 고개를 갸웃하더라도 블랙베리로서는 그나마 제일 나은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조차 BBM의 존재가 시기적절하게 맞아떨어진 탓이기도 합니다.
 
 블랙베리의 저가 시장 공략이 빛을 보게 되어야 BBM의 가치가 오르더라도 직접적인 이득이 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따로 나눈 가치에 따라 블랙베리를 평가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블랙베리의 이후 행보에 녹색등이 켜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