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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WWDC에 대한 기대감 살려야한다

 애플이 개최하는 연중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단연 WWDC(세계 개발자 컨퍼런스 ;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입니다. 1년 중 가장 많은 기대와 애플의 1년을 결정짓기도 하는 행사인데, 열흘 앞으로 다가온 WWDC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애플, WWDC에 대한 기대감 살려야한다


 WWDC가 기대받지 못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WWDC 2013은 기대의 느낌은 이제와는 사뭇 다릅니다. 애플은 이전과 다른 기대감을 살릴 필요가 있고, 1년을 결정짓는 WWDC라면 무엇인가 충분한 만족감을 줄 행사가 되어야 합니다. 애플이든 투자자든 개발자든 소비자든 누구에나 말입니다.




D11




 작년 7월 All Things D의 D10 컨퍼런스에 참여한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에서의 자신의 위치, 그리고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포부를 밝혔던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28일(현지시각)에 열린 D11 컨퍼런스에선 애플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중 현재에 직면한 것이 바로 WWDC에서 공개될 예정인 iOS와 맥OS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팀 쿡은 모스버그의 '아이브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포스트 PC시대의 핵심은 놀라운 하드웨어와 뛰어난 소프트웨어,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서비스가 합쳐져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마법은 교차점에서 일어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어 아이브에 대해 '그가 몇 년 동안 애플 제품의 외양과 느낌 (look and feel)에 관여해온 것을 인정하며,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위해 그럴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새로운 iOS 디자인에 아이브가 역할을 잘 이행하고 있다 말했습니다.

 지난 10월, 애플은 스콧 포스톨이 사임하면서 전체 그룹을 개편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차점에서 더 많은 마술을 찾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밝히며, 그 후로 7개월이 지났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크레이그는 iOS와 OS X을 맡고, 에디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면서 매우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룹을 개편하면서 아이브의 통합 디자인과 크레이그의 소프트웨어, 큐의 서비스가 교차점을 이뤘고, 여기서 변화가 나타났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포스톨이 있을 당시에는 이런 교차점이 생겨나지 않았다'로 볼 수도 있겠죠. 어쨌든 그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몰리고 있습니다.


 애플의 주식이 400선을 넘어 $390까지 내려가면서 애플 위기론이 가중된 일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애플은 계속해서 주가를 회복했는데, 한 달 만에 $50나 회복해 내림세를 잠재웠습니다. 딱히 이를 상승세라 표현하긴 어렵지만, 그렇다 할 제품 발표가 없었던 애플에 다시 투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WWDC를 통해 팀 쿡이 이야기한 새로운 그룹 개편의 성과에 기대하고, 아이브가 디자인한 새로운 iOS에 걸겠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투자를 포기하기엔 아쉬운 것이 애플이고, 그런 상황이 그대로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WWDC




 WWDC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언급해 풀어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WWDC가 되어야 하는지는 분명해집니다.

 가장 기대할만한 새 아이폰이나 새로운 카테고리는 이번 WWDC에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애플이 예고했던 것처럼 iOS와 맥OS 중심의 컨퍼런스가 될 것이며, 주목할만한 하드웨어의 출현은 하스웰을 탑재한 맥 제품 정도에 국한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iOS와 맥OS만으로 WWDC를 달궈낼 수 있을까?

 작년엔 어찌어찌 레티나 맥북 프로로 하드웨어 라인업을 채워넣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의 현재 상황은 작년과 다릅니다. 개편과 주가 하락, 새로운 성장 동력, 변화, 혁신, 모든 부분에서 애플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1년의 애플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특별한 하드웨어 없이 주목받았던 WWDC는 수년 안에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애플의 기대감이 컸기 때문인데, 좀 더 가중된 현재에 iOS와 맥OS만으로 충족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이 WWDC를 살려 놓는 방법은 두 가지가 됩니다. 'iOS와 맥OS가 파격적'이거나 '특별한 하드웨어' 드러나거나 말이죠. 먼저 iOS와 관련해 '플랫 디자인'이나 '흑백 위주의 디자인', 뭐든 좋습니다. 별로라는 말이 나오지 않으면서 기존의 iOS를 분쇄해버리더라도 애플에 대한 위화감이 느껴지지 말아야 합니다. 그에 따라 맥OS의 변화에도 눈길이 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팀쿡이 놀랄만한 신제품이 가을이나 내년에 등장할 것이라 했지만, 귀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D11에서 이미 밴드형 제품에 대해 언급을 했으니 출시야 둘째 치더라도 언질을 던져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제품을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적으로라도 드러나게 말입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애플이 당연하게 모든 것을 풀어냈던 적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WWDC는 애플이,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은 그렇다고 칩시다.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전부 보여야 합니다. 비밀 무기라며 숨겨두고 WWDC를 부족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대부분과 투자자 대부분이 한꺼번에 만족할 이벤트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무기를 숨겨두었다고 한들 이번 년을 움직이는데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것입니다.


 애플은 자신들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WWDC를 살려놓아야 합니다.




애플



 필자가 애플은 마구 보채는 것처럼 보이지만, 애플이 손가락만 빨면서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2시간 만에 티켓이 매진되었던 WWDC 2012가 무색해질 만큼 WWDC 2013의 티켓은 2분 만에 매진되었고, 기대감이 고조되었다는 사실은 애플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WWDC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테크 톡스(Tech Talks)'를 다시 개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테크 톡스는 세계 각 도시를 선정해 WWDC의 내용을 추려 개발자들을 찾아가는 행사로 2011년에 마지막 행사를 치렀습니다.

 그만큼 WWDC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상당히 높고, 이것이 애플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잠깐 멈춰선 탓이라는 것을 애플이 알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테크 톡스를 준비했습니다. The Loop은 WWDC에서 새로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기대하지 말라고 전했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이끌게 하는 것은 개발자를 상대하는 것이고, 애플은 WWDC를 살리려는 방법을 개최 전 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본 행사 또한 반영된 기대감만큼의 우려감을 잠식할 행사로 꾸며놓길 바랍니다. 애플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고, 그것을 알기에 티켓이 개발자에 2분 만에 매진되거나 내려가던 주가에 제동이 걸리고,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상당히 고조되었다고 봅니다. 그런 상황들을 애플은 모두 감내해야 하고 WWDC 2013을 쥐어짤 수 있길 바랍니다. 적어도 아무것도 없었던 상반기를 채워넣으려면 기존의 WWDC로는 어림도 없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