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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비트코인 몰수한 미 정부의 향방


 최근 비트코인 논란이 몇 달 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과잉 반응보다는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추세로 흘러가면서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워낙 환율의 변동이 심하니 호들갑 떨지 말자는 겁니다. 그런데 미 정부의 비트코인 처리 문제로 과잉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비트코인 몰수한 미 정부의 향방
 
 지난해 10월, 온라인 마약 거래소인 '실크로드(Silk Road)'의 서버를 뉴욕검찰이 압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5일에 뉴욕주 연방법원은 서버의 몰수를 승인합니다. 문제는 이 서버에 포함된 비트코인입니다. 실크로드는 돈세탁과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거래를 비트코인으로 진행해왔는데, 몰수된 것만 29,655 비트코인으로 환산하면 약 2,800만 달러 수준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실크로드의 운영자였던 로스 윌리엄 울브리히트(Ross William Ulbricht)의 개인 컴퓨터에는 144,336 비트코인이 들어있었고, 법원에 압류된 상태입니다. 144,336 비트코인을 환산하면 1억 3,000만 달러로 1,380억 원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는 현재 개인 컴퓨터를 돌려받으려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를 실크로드의 서버처럼 몰수할 것인지, 아니면 되돌려 줄 것인지 미 정부는 고민에 들어갔습니다.
 
 이를 쉬이 판단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쨌든 개인 컴퓨터지만, 마약으로 벌어들인 정황에 빗댄다면 서버처럼 몰수로 연관 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소송의 주된 의미인데, 비트코인을 개인 자산으로 인정하여 자산을 돌려주거나 몰수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만약 개인 자산으로 인정한다면 정리되지 않은 비트코인을 화폐로 본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보다 더 골치 아픈 일이 있습니다. 바로 서버에 들어있던 비트코인입니다. 일단 몰수를 하긴 했는데, 비트코인의 처리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 미 정부가 비트코인을 거래하면 화폐 가치를 인정하게 됩니다. 반대로 팔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을 인정하기 시작한 다른 국가들처럼 접근하지 못하고, 아예 멀어지게 됩니다.
 
 또한, 서버의 비트코인을 처리한 다음에는 울브리히트의 비트코인도 처리해야 합니다. 서버의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울브리히트의 비트코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니, 고민만 늘어납니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청문회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통화라고 성명을 내놓기도 했으니, 그렇게 본다면 미 정부가 비트코인 처리 문제로 골치를 썩이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회나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당장 비트코인을 인정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 생각하면 달러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현재 통화 주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국가들처럼 비트코인을 바로 인정하지 못하게 합니다. 결국, 미국의 긍정적인 반응은 미국의 상황을 볼 때 '비트코인을 통제하는 방법'에 대한 강구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크로드의 비트코인은 복병입니다.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해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비트코인을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게 되면 다음으로 나아가기가 껄끄러워 집니다. 그렇다고 거래하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자니 거래량에 영향을 끼치고, 이는 환율로 반영되며, 너무 오래 가지고 있는 자체가 비트코인에 개입하는 것이 되므로 딜레마에 빠집니다.
 
 미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빨리 비트코인 통제에 해법을 내놓는 것'과 '일단 거래를 하고, 이후 뒷수습을 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당장 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비트코인의 통제에 대한 이야기는 제시된 것이 오래되지 않았고, '통제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을 했었지만, 그 장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밝힌 바가 없습니다.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는 겁니다. 뒷수습하겠다는 선택은 현재의 논란을 떨칠 수 있겠지만, 위험성이 큽니다. 통화의 주도권에 혼란을 줄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되면 미 정부가 비트코인 처리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거래량과 환율에도 큰 변동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살짝 식은 비트코인 열기를 다시 돌아봐야 할 지점이 돼버렸습니다.
 
 


 거래할 수도 없고, 폐기할 수도 없는 처지에 미 정부의 결단은 비트코인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입니다. 비트코인을 허용하고, 통화로 인정하려는 국가에서도 미 정부의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고, 아직 공식적인 성명이 없는 우리나라도 비트코인의 주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놓쳐선 안 될 겁니다.
 
 과연 미국이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요?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란의 향방에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도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아니면 흐지부지 넘어가는 순서가 되겠지만, 속병을 앓는 중인 미 정부의 결정이 이후 비트코인을 어떻게 자리하게 할지 매우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