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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리, 어떻게 더 쓰게 하느냐가 애플의 과제 (2)
  2. 애플, 인공지능보다 아이폰 전략을 바꿔야 한다 (3)
  3. 구글 홈이 아마존 에코보다 나은 이유 (1)



 지난달, 구글이 구글 나우(Google now)의 진화형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라는 인공지능 비서를 선보이자 다시 화살은 애플에 돌아갔습니다. 음성 비서 플랫폼의 상용화가 막 걸음마 단계일 때 스마트폰 플랫폼과 합친 '시리(Siri)'를 먼저 선보인 애플이었고, 구글은 안드로이드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되었던 게 이제는 다시 애플 차례가 된 겁니다.
 


시리, 어떻게 더 쓰게 하느냐가 애플의 과제
 
 애플이 시리를 공개했을 때는 '음성 인식'과 '자연어 인식'이 쟁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너도나도 비슷한 비서 기능을 탑재했는데, 진득하게 살아남진 못했습니다. 시리도 생존은 했으나 많은 기대를 받은 것치고는 여전히 애플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진 못했죠. 덕분에 새롭게 기대하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플인사이더는 시장조사기관 프루언트(Fluent)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시리의 SDK와 혁신적인 업데이트가 아이폰 판매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프루언트가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가 '시리 기능이 향상한다면 차기 아이폰을 구매할 여지가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앞서 구글이 놀랄만한 인공지능 비서를 공개했기에 '시리가 어떻게 변하는가에 따라서 플랫폼을 변경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과 같죠.
 
 물론 시리가 아이폰에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항목은 아닙니다. 프루언트 조사로는 응답자의 19%만이 '시리가 혁신적이라면 꼭 차기 아이폰을 구매하겠다.'라고 답변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필자는 지난달 27일에 '애플, 인공지능보다 아이폰 전략을 바꿔야 한다'라는 글을 통해서 '애플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구글이나 아마존 등 업체를 따라가려고 하기보단 자신들의 강점인 하드웨어 플랫폼에 집중하는 쪽이 나은 방향'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더 좋은 카메라나 저렴한 가격, 안정적인 소프트웨어 공급 등으로 이용자를 하드웨어 플랫폼에 묶어두는 쪽을 말입니다.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애플도 인공지능 분야에서 시리를 내세워야 하는 건 맞습니다. 언제까지 액정 달린 스마트폰을 개인 기기로 사용하게 될지 모를 일이고, 미래에는 새로운 장치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에 여기에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는 건 당연하죠. 단지 당장 그럴 필요까진 없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시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건 본래 애플의 강점과 밀접합니다.
 
 


 시리 목소리의 주인공인 수잔 베넷(Susan Bennett)은 '시리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애플 제품은 사용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작은 기계에서 듣는 것이 이상하다는 게 이유였죠. 그러나 이는 그녀만의 느낌은 아닙니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레트지(Creative Strategie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아이폰 사용자의 98%가 시리를 사용해본 적은 있으나 민망해서 3%만이 사람들 앞에서 사용해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시리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62%가 응답한 자동차였으며, 39%는 집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레트지는 '많은 사람이 여전히 기계에 말하는 걸 거북하게 여기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시리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부터 단점으로 꼽혔던 것입니다. 사람이 많이 몰린 곳에서 소음이 심한 공간이라면 인식률이 낮아질 것이고, 조용한 곳이라면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딱 좋습니다. 그러나 쏠린 시선이 누군가와의 전화 통화가 아닌 기계와의 대화라는 게 낯설고, 만약 기계가 제대로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면 반복하는 모습이 충분히 민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꼭 남들의 시선 탓만은 아닙니다. 그냥 말하지 않고, 손으로 조작해도 될 문제이기에 민망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굳이 몰고 가지 않는 거죠.
 
 그리고 질문을 바꿔보자면, '시리가 구글 어시스턴트를 누를만큼 혁신적인 모습이 되면 사람들은 대외적으로 시리를 사용할까?'입니다. 필자는 시리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꼭 시리의 기능이 부족한 탓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타 비슷한 기능들과 비교해서 제공하는 정보나 자연어 처리 수준 등 품질은 크게 뒤쳐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글 어시스턴트도 뒤따라 공개된 '구글 홈(Google Home)'이 없었다면 회의적일 수 있었던 것이 구글 나우가 그나마 시리보다 접근성이 뛰어났던 건 음성 인식 기술이 월등한 덕분이 아니라 물어보기 전에 카드 형식으로 정보를 제공했던 게 큽니다. 그리고 음성 인식을 강조한 구글 어시스턴트지만, 집에서 사용하게 만든 구글 홈이라는 존재가 적어도 밖에서 사용하는 것보단 나을 것이라는 경험의 연속성 탓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었던 거죠. 구글 어시스턴트조차 스마트폰에 집중한 형태로 소개되었다면 시리처럼 회의감이 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시리에게 당장 필요한 건 획기적인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어떻게 사람들이 덜 민망하면서, 시리를 더 쓸 수 있게 하느냐'입니다. 지금 있는 기능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두지 않으면 어떤 기능이 추가 되더라도 경쟁력을 확보하긴 어렵죠.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꽤 많습니다. 앞서 '있는 기능이나 제대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했으나 예를 들어 시리가 번역기 구실을 수행할 수 있다면 사용률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번역 품질이 좋아야 한다는 건 당연한 요소이지만, 기능의 추가로 해결할 방법이라면 방법입니다.
 
 혹은 기능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좀 더 두 손이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 편하다는 걸 경험으로 인지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시리의 사용이 민망한 건 스마트폰에 입을 대고 얘기한다는 점이 큽니다. 초기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전화하는 모습도 현재 시리처럼 익숙하지 않아 민망하게 인식되었으나 편리함이 강조되자 인식은 금세 바뀌었죠.
 
 그렇기에 시리를 쓰는 것이 사용자 경험에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보다 몇 단계 과정을 줄여주고, 편하다는 인식을 주는 방법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쥐지 않더라도 시리를 충분히 활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구글 홈이나 아마존 에코가 그런 모델이긴 하지만, 이동성이 빠져 있으니 어찌 보면 시리에게 남아있는 기회와 같죠.
 
 그리고 이렇게 사용자 경험을 바꿔놓는 게 애플이 가진 강점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보기 힘들어진 강점이지만, 기회가 남았다면 지금이 강점을 꺼내 들 차례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엉뚱하게 사용자 경험을 배제하고, 기능이나 기술을 강조하여 경쟁에 대응하고자 한다면 큰 호응조차 이끌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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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의 주력 제품이 아이폰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른 제품군은 몰라도 아이폰만은 알고 있죠. 그러니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 긴 설명이 없더라도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전체적인 기술 업계 흐름을 보면 애플은 좀 더 아이폰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플, 인공지능보다 아이폰 전략을 바꿔야 한다
 
 지난주, 구글은 자사 개발자 컨퍼런스인 I/O 2016을 진행했습니다. 작년까지 스마트폰이 핵심이었던 행사였으나 올해 구글이 초점을 둔 건 '인공지능'이었죠. 비슷하게 시리(Siri)를 개발하고 있는 애플이기에 구글의 행보에 대처하는 애플의 모습을 얘기하기 수월했습니다.
 



 월트 모스버그는 리코드에 '다음 기술 전쟁에서 애플이 이길 수 있을까?'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그는 '15년 전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하여 이끌어 나가는 것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회사'라면서 '아이팟, 아이폰, 맥북 에어, 아이패드 등 게임 체인저가 된 제품들을 선보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기술 업계는 다음 단계로 인공지능이라는 전장을 선택했고,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업체는 성공적인 인공지능으로의 이동을 보였으며, 이번에는 애플 차례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크게 3가지로 이유를 요약했습니다.
 
 첫 번째는 '일반적으로 애플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에서 약한 역사를 가졌다.'입니다. 두 번째로 '애플은 시리로 리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라는 것과 마지막으로 '애플은 사생활 보호에서 경쟁 업체들보다 보수적이며, 검색 서비스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강하지 못하다.'라는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애플이 아이클라우드 사업을 하고는 있으나 기기 간 연속성에서는 장점을 갖추고 있더라도 클라우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범용성에서는 많은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서비스가 아닌 하드웨어 중심의 클라우드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또한, 분명 애플은 2011년에 시리를 선보였고, 대중들이 시리가 애플의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습니다. 하지만 2012년 공개된 구글 나우가 기능적인 면에서 더 큰 가능성을 보였고, 결과적으로는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새로운 인공지능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시리를 구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에 구글은 아마존의 홈 어시스턴트 제품인 에코의 성공을 따라서 구글 홈이라는 기기도 내놓았는데, 이는 시리를 탑재한 애플 TV보다 훨씬 확장한 개념입니다. 애플 TV는 TV에 종속한 기기니 말입니다. 그리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인공지능의 핵심을 검색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검색 분야에서 뚜렷하지 않습니다.
 
 모스버그는 '경쟁은 모두를 위해서 나은 것이므로 애플이 성공할 수 있길 응원한다.'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애플이 인공지능 시장에서 많이 밀려있는 존재로 보일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앞서나간 구글이나 아마존의 뒤를 쫓을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이는 것에 집중해야 할까요? 필자는 오히려 아이폰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필자는 '애플이 아이폰 외 다른 주력 제품을 찾아서 매출 균형을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이폰에 집중해야 한다는 건 아이폰의 매출을 올릴 방법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제품에 대해서 모든 역량을 쏟을 때라는 겁니다.
 
 필자는 2~3년 동안 애플의 아이폰에 대한 행보에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상기했듯이 판매량과 매출을 올리는 것에는 긍정적이었으나 익히 알고 있듯이 16GB 옵션의 아이폰을 그대로 놔두거나 화면 크기를 변경하면서 제원을 나누거나 성능 발전이 없고, 이번에는 아이폰 SE를 선보이면서 제품 라인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과거에도 아이폰 5c로 라인을 나누긴 했으나 화면 크기별로 나뉜 상태에서 아이폰 SE를 추가했기에 훨씬 얽혀있죠.
 
 아이폰은 훌륭한 플랫폼입니다. iOS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다른 점은 iOS라는 운영체제뿐만 아니라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까지 포함한 기반으로 지금까지 확장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전체 스마트폰 중 아이폰처럼 하드웨어를 중심의 확장성을 보인 기기는 없습니다. 쉽게 아이폰용 액세서리 시장 규모만 생각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게 가능했던 건 자체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하드웨어를 표준화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의심하지 않는다면 표준화한 하드웨어로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게 가능했죠.
 
 반대로 구글은 그런 위치가 아니었습니다. 직접 하드웨어 사업까지 펼치진 않았고, 소프트웨어를 핵심 플랫폼으로 키웠습니다. 덕분에 모스버그가 말한 클라우드 역량이나 검색 등 서비스에서 하드웨어 플랫폼에 묶여야 하는 애플보다 자유로웠습니다. 중요한 것은 구글의 핵심 플랫폼이 안드로이드에서 인공지능으로 넘어갔다는 겁니다.
 
 I/O 2016에서 드러난 구글의 청사진만 보더라도 인공지능 서비스를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동차, 웨어러블, 가정, 사무실 등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게 하려는 목표를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굳이 안드로이드가 아니더라도 가능하며, 안드로이드는 이 인공지능을 확장하는 실마리 중 하나이기에 구글이 인공지능을 더 큰 플랫폼으로 여긴다는 방증인 셈입니다.
 
 그럼 애플도 카플레이가 있으니 자동차에서 시리, 애플 TV가 있으니 거실에서 시리, 애플 워치가 있으니 웨어러블에서 시리라고 단정 지을 수도 있는데, 문제는 모스버그의 지적처럼 시리에 부족함이나 약점이 너무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보면 기기와 상관없이 서비스에 연속성을 가지고, 사용자의 요구를 해결하는 쪽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건 클라우드의 특징이기도 하죠. 덕분에 사용자가 어느 환경에서 어떤 기기를 사용하더라도 구글 어시스턴트에 접근할 방안을 마련하는 행보를 보일 겁니다. 그건 아마존이나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이며, 아마존이 우선 에코로 인공지능인 알렉사를 배포했으나 이제는 에코가 아니라 실물은 없지만, 어디든 알렉사가 존재할 수 있도록 서드파티 개발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고, 그건 iOS 기기도 포함한 겁니다.
 
 반면, 애플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입니다. 물론 최근 들어 안드로이드용 앱을 개발하는 등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플랫폼을 넘나들려는 시도도 해봤지만, 성과가 미미했던 것은 소프트웨어만으로 연속성을 얻지 못할 만큼 iOS조차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에 초점을 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애플이 말한 '한 회사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만든다.'의 장점인데, 인공지능 시장이 뜬다고 이제 와서 소프트웨어만 떼어 구글처럼 인공지능 플랫폼을 마련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애플이 가진 약점이 원인으로 플랫폼 역량을 빼앗겼을 때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가 아이폰을 매개체로 하는 더 상위의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 플랫폼 역량이 악화한다면 당연히 궁극적으로는 아이폰 사업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인공지능 시장에 부딪히려고 할 것이 아니라 본래 애플이 가진 강점으로 플랫폼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필자의 결론입니다. 미래의 개인 기기가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아닐 수는 있겠지만, 아직은 스마트폰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아이폰이 강력한 플랫폼이라면 하드웨어 역량에서 경쟁사와 뚜렷하게 비교할 수 있는 차이를 보인다면 어떨까요? 애플은 지금처럼 저장공간으로 소비자를 고민하게 하거나 부품을 우려먹거나 혼용하는 등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닙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고착화하면서 삼성이나 LG 등을 제외하고는 가격과 디자인이 소비자의 스마트폰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며, 고가 시장에 머물러 있는 아이폰의 특징이라고는 iOS밖에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소프트웨어의 차별점을 빼고는 아이폰을 선택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고, 소프트웨어의 차별점이 줄어든다면 지금의 아이폰 소비자도 언제든 가격과 디자인을 중점에 둔 다른 제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구글이나 아마존의 새로운 인공지능 플랫폼이 iOS라는 차별점의 경계를 무너뜨린다면 애플이 내세울 수 있는 건 아이폰이라는 기계뿐입니다. 고로 고가 시장에서 아이폰이 계속 살아남으려면 고가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아이폰이 여느 스마트폰보다 앞설 수 있는 하드웨어 단계를 보여줄 수 있다면 소비자는 iOS의 차별점이 희미해지지 않은 현재 지점에서는 아이폰을 매력적으로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하드웨어 플랫폼을 통해서 소비자들을 iOS에 묶어둘 수 있고, 시리가 구글 어시스턴트나 알렉사처럼 보이지 않는 곳을 둥둥 떠다니는 게 아닌 iOS에 갇힌 존재더라도 생명선은 연장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하드웨어 선택에서 소프트웨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면, 쉽게 말해서 더 잘 찍히는 카메라, 더 오래가는 배터리, 더 가벼운 무게, 획기적인 그래픽 성능, 더 큰 저장공간 등이 가격과 디자인에 맞물릴 것이고, 간단하게 애플은 그 점을 극대화한 아이폰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아이폰이라는 플랫폼에 구글 어시스턴트나 알렉사를 가둘 수 있습니다.
 
 '결국, 더 좋은 아이폰을 내놓으라는 얘기인데, 뭘 이렇게 길게 말하나' 싶겠지만, 성능보다 애플의 아이폰 전략과 관계가 있습니다. 앞서 최근 애플의 아이폰 행보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는데, 분명 이익을 극대화하기에는 상기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강화하는 전략보다 현재 전략이 낫습니다. 소비자로서는 당연히 '더 나은 성능의 아이폰이 저렴하게 출시되면 좋겠다.'로 끝나지만, 애플로서는 그렇지 않기에 지금처럼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라인을 분산하고, 저장공간으로 가격 차이를 두는 등 전략을 쓰는 겁니다.
 
 하지만 모스버그가 말했듯이 다음 격전지가 인공지능 시장이라면 현재 아이폰 전략으로는 애플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하드웨어의 강점을 줄이고, 소프트웨어 차별점만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라인을 조정하는 것인데, 인공지능 역량에서 소프트웨어 차별점이 줄어든다면 어떤 식으로 라인을 나누어도 세일즈포인트가 없는 제품이 될 테니까요.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노키아와 다를 바 없는 회사가 되겠죠. 그러니 전략적인 부분에서 하드웨어에 세일즈포인트를 맞출 수 있도록 아이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하는게 삼성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과도기였던 시절의 삼성은 애플처럼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난리였지만, 제조사가 가질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평준화하는 시점에 와서는 하드웨어 역량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소프트웨어가 거기서 거기라면 세일즈포인트를 삼아야 하는 건 위에서 말한 더 잘 찍히는 카메라, 더 오래가는 배터리, 더 가벼운 무게, 획기적인 그래픽 성능, 더 큰 저장공간이니 말입니다. 그러더니 과거에는 아이폰의 카메라가 더 낫다는 평가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갤럭시 S 시리즈의 카메라가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차별점이 없다면, 더 나은 카메라가 있는 갤럭시 시리즈를 구매하는 게 소비자로서는 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맥이랑 사용하기에 아이폰이 더 나은 연속성을 가지고 있고, iOS만의 매력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고, 필자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지금 아이폰에 모든 걸 쏟아붓지 못하면 iOS의 매력도 잃을 수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달링 파이어볼(Daring Fireball)은 아이폰 소프트웨어 개발자 마르코 아멘트(Marco Arment)의 글을 공유했습니다. 아멘트는 '만일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구글은 수년 동안 빅데이터 웹 서비스와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이것이 옳은 방향이라면 애플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유로 '애플은 블랙베리가 1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할 수 있는 걸 충분히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옳은 말입니다. 블랙베리가 스마트폰 시장을 먼저 장악하고도 애플에 자리를 빼앗긴 것처럼 시리를 먼저 내놓고도 미래 목표가 불투명한 상태로 방치했으니까요. 그리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멀어진 블랙베리가 하나라도 더 단말기를 판매하고자 어떤 시장만을 공략했는가 떠올리면 애플의 위치도 비슷합니다.
 
 다만, 아멘트의 글을 소개한 달링 파이어볼의 애플 전문 블로거 존 그루버는 '꼭 구글 어시스턴트 탓에 애플 기기의 수요가 감소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는데, 그 감소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애플이 구글이나 아마존과 똑같은 방법을 쓰기보다는 자신들이 가진 플랫폼 역량을 지킬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하는 게 바르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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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아마존은 원통 스피커 형태의 어시스턴트 기기인 '에코(Echo)'를 출시했고, 인기를 끌었습니다. 똑같이 가상비서 시스템을 탑재한 기기였지만, 스마트폰과 다르게 두 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서 집 안에서 목소리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쓸 수 있는 형태였기에 가상비서의 위치를 모바일이 아닌 곳에 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구글 홈이 아마존 에코보다 나은 이유
 
 그리고 지난해에 아마존은 에코에 탑재된 가상비서인 알렉사(Alexa)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1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조성하면서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확장은 '에코닷(Echo Dot)'과 '아마존탭(Amazon Tap)' 등 에코의 파생 기기, 그리고 '알렉사 스킬 킷(Alexa Skills Kit)'과 '알렉스 음성 서비스(Alexa Voice Services)'라는 개발자 도구로 나타났고, 단지 거실에만 머물었던 에코가 스마트폰, 자동차, 그리고 사물인터넷 확장으로 뻗어가는 중입니다.
 
 


 구글은 구글 I/O 2016에서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라는 인공지능 비서를 공개했습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기존보다 자연어 처리 능력이 더 자연스러워진 것이 특징입니다.
 
 명령어 수준의 문장을 이해하여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대화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기에 기존 구글의 나우(Now)나 애플의 시리(Siri), MS의 코타나(Cotana) 등 경쟁 서비스보다 한층 발전한 형태로 볼 수 있는데, 가령 '영화의 감독이 누구냐?'라는 질문 후 답변을 토대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말해달라.'라고 질문하면 어떤 감독에 대한 질문인지 파악하여 알려줍니다.
 
 단지 기존의 가상비서 시스템에서 발전한 것처럼 느껴지나 처음 시리나 나우가 등장했을 때보다 새롭다는 느낌은 미미합니다. 구글은 그런 점을 메우고자 '구글 홈(Google Home)'이라는 새로운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구글 홈은 집 안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 아마존의 에코와 똑같은 포지셔닝의 기기입니다. 원통형 디자인에 스피커와 마이크를 탑재했고, 음악을 스트리밍하여 들려주거나 날씨를 묻는 등 활용할 수 있죠. 드디어 에코와 경쟁할 기기가 나왔다는 건데, 구글은 '아마존의 에코보다 우리 홈이 더 나은 기기'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에코가 구형 제품이고, 홈이 신형이라는 점에서 홈이 더 낫다는 얘기로 판단할 수도 있겠으나 실제 홈은 에코보다 더 나은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코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건 '집 안에서까지 가상비서의 도움을 얻고자 스마트폰을 손에 들어야 한다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으면서 실상 밖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가상비서 기능을 집 안에서 마치 곤란할 때 엄마를 부르듯 알렉사부터 찾을 수 있다는 공간과 상황의 다른 점이 가상비서 접근성을 극대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점이 있다면 집 안의 가상비서 경험이 외부로 나가지 못했다는 거죠. 반대로 스마트폰, 그러니까 애플의 시리나 구글의 나우 등은 모바일 경험을 집 안으로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집에서도 여전히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연결성, 연속성에서 직관적이지 못한 탓입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서드파티 개발자를 통해서 알렉사를 외부로 옮기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에코의 성공을 발판으로 알렉사를 확장하는 것으로 따로 스마트폰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아마존이 이런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글의 홈을 통한 접근 방식이 더 낫다는 걸 부정할 수 없는 게 아마존은 에코를 토대로 알렉사의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구글은 이미 짜여진 플랫폼을 구글 어시스턴트로 통합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이 에코를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에코를 기반으로 향후 사물인터넷 시장에 진출하리라는 예상은 당연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포드 등 자동차 업체와 제휴를 시작했고, 알렉사와 여러 사물인터넷 기기가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에서 집 안의 사물을 조작하는 방식의 확장을 시작했죠. 그런데 구글은 이미 자회사인 네스트(Nest)를 통해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네스트 플랫폼만 보자면 온도조절장치를 허브로 사물인터넷 기기를 연결하는 별도의 방안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저 이 플랫폼을 조작하는 방법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포함하는 것이며, 홈을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만 고려했다면 네스트 플랫폼의 기기로 출시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인터페이스에 네스트 플랫폼을 두고 싶다는 방증입니다.
 
 마찬가지로 구글은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플랫폼도 가졌으며, 차량용 안드로이드인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와 웨어러블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Android Wear)', 그리고 TV를 네트워크 환경에 포함할 수 있는 '크롬캐스트(Chrome cast)'까지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은 구글이 공개한 홈의 소개 영상에서 더 잘 확인할 수 있는데, 집 안에서 구글 홈에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기존 구글의 플랫폼을 구글 어시스턴트로 집 안에서 어떻게 조작하는가를 더 많이 보여줍니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찾은 동영상을 TV로 보여주거나 가족이 모두 외출하자 집 안 온도를 조절하고, 조명을 꺼버리는 등 말이죠. 그것을 사물인터넷 관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으나 외출한 가족들은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플랫폼으로 다시 구글 어시스턴트를 마주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집에 들어왔을 때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더라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부를 수 있죠.
 
 에코의 강점이 그것이긴 했으나 아직 확장하는 단계이고, 구글 홈은 구글 어시스턴트의 플랫폼 간 연결과 연속성을 집 안에서 묶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구글 홈이 아마존의 에코보다 더 나은 제품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나 2가지 부분은 더 얘기할 수 있습니다. 먼저 아마존이 옳았습니다. 에코가 처음 등장했던 2014년만 하더라도 가정에 사물인터넷을 통합할 허브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당연했고, 그 이전부터 구글은 넥서스q라던가 애플은 애플 TV라던가 삼성은 아예 자사 TV를 스마트 TV라면서 허브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죠.
 
 그런데도 아마존은 허브 역할도 중요하지만, 제품 자체의 역량, 그러니까 에코로 가상비서 기기로서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라는 개념을 보여주면서 사물인터넷 허브의 관점도 바뀌었습니다. 물론 기반은 인공지능 사업에서 뻗어 나가는 것이지만, 사물인터넷 자체에 기대한 허브 사업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인 게 사실입니다. 그랬기에 구글이 홈이라는 기기로 기존 흩어진 플랫폼을 하나의 인공지능으로 통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두 번째는 아마존이 여전히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쇼핑'이죠. 아마존이 음성인식 기술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단초는 '아마존 대시(Amazon Dash)'입니다. 막대기형 제품인 대시는 음성으로 제품을 구매 목록에 넣거나 주문할 수 있게 돕는 기기인데, 이를 테이블에 고정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이 에코입니다.
 
 당연하게 에코로도 필요한 물건을 음성으로 주문하여 구매할 수 있으며, 청과물이나 육류는 24시간 안에 배송받을 수도 있죠. 특히 아마존은 알렉사 플랫폼을 스마트폰으로 확장하면서 에코가 없더라도 이런 과정을 다른 사물인터넷 기기나 스마트폰, 웨어러블 등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아마존의 계획이 빛을 본다면 어떤 인공지능 플랫폼을 써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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